마스크보다 긴 재난지원금 줄.. 1시간 전부터 줄섰다

정지섭 기자 2020. 5. 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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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접수 첫날]
어르신들 은행·주민센터 몰려와 출생연도 5부제 몰라 헛걸음하고
선불카드 동나 일주일뒤 재방문.. 직원이 온라인 신청 도와주기도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창구 접수가 시작된 18일 전국의 읍·면·동 주민센터와 은행 창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이 몰려들며 혼선이 잇따랐다. 주로 인터넷이나 휴대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장·노년층이 많았다. 출생 연도에 따른 5부제 실시 사실을 모르고 찾아왔다가 헛걸음하거나, 선불카드가 일찌감치 동나 접수증만 받고 돌아가는 주민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 주민센터 앞에는 주민 약 60명이 40m가량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접수 시작 1시간 전이었다. 오전 9시 직원이 나와 "오늘은 1과 6으로 끝나는 해에 태어나신 가구주만 신청할 수 있다"고 알리자 주민 네댓 명이 얼굴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되돌렸다. 일부 주민은 절차와 방법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도선동 주민센터를 찾은 구옥련(89)씨는 "나는 귀가 안 좋아 TV도 못 보는데 똑똑한 사람만 돈 받으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창구 접수 첫날인 18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 주민센터 앞에서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전국의 읍·면·동 주민센터와 은행 창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이 몰려들며 혼선이 잇따랐다. 오는 22일까지는 출생 연도에 따라 신청 날짜가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한다. /이태경 기자

정부 지원금과 별도로 자체 지원금도 주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센터는 더욱 혼잡했다. 이날 오후 2시 경기 광주시 초월읍 주민센터에는 주민 150명이 빼곡하게 줄 서 있었다. 접수 5시간이 지났지만 건물 1층 입구부터 비상계단을 지나 2층 복도까지 줄이 이어졌다. 정부 지원금과 광주시 지원금을 함께 신청하는 첫날이다 보니 정부·경기도·광주시 등 3곳의 지원금을 각각 받으러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주민 이은주(27)씨는 "정부·경기도·광주시 재난지원금 신청 및 사용 방법이 제각각이어서 직접 설명을 듣는 게 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창구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카드 등 은행 계열의 카드사는 소속 금융그룹의 은행 영업점에서, BC카드는 제휴 금융기관 15곳에서 각각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에는 영업을 시작한 지 약 2시간 동안 100여 고객이 다녀갔는데, 이 중 절반이 재난지원금을 받으려는 시민이었다. 우리은행 서울 남대문시장 지점에는 중년 여성 고객이 창구에 와서야 해당 출생 연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인터넷은 할 줄 모르고, (전화로 하기에는) 보이스피싱도 무섭고. 오늘부터 은행에서도 신청받는다기에 다 되는 줄 알고 왔는데 당황스럽다"며 발길을 돌렸다.

주민센터와 은행 직원들이 본업(本業)인 창구 접수 대신 손님들의 온라인 신청을 돕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 가양3동 주민센터는 선불카드 접수용 PC 외에 아예 노트북 3대를 갖다놓고 주민들의 온라인 신용·체크카드 충전을 도왔다. 선불카드를 받으려던 주민 100여 명이 신용·체크카드를 통해 충전했다. 이통형 가양3동장은 "선불카드는 지급량이 한정돼 최소 일주일은 기다렸다 재방문해야 하는데 신용·체크카드는 이틀이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주민이 많다"며 "휴대폰과 신용카드 소지자들에게 굳이 선불카드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서울 동대문 지점에서도 안내 직원이 우모(70)씨에게 "어르신, 여기에 카드 번호 입력하시면 돼요"라면서 모바일 신청을 도왔다. 직원은 "입출금 창구마다 지원금을 신청하러 온 고객들로 대기가 밀리고 있다"면서 "기다리는 고객 휴대폰에 앱을 깔고 온라인으로 신청해 드리는 편이 빨라 벌써 여러 건 해 드렸다"고 했다.

신청 주민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의 지급 수단이 어떤 것인지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통기한 5년으로 여유 있게 쓸 수 있는 종이 상품권은 일부 지자체에서만 준다. 서울시는 종이 상품권이 아닌 모바일 상품권만 가능하다. 접수 2주차인 온라인 신청은 출생 연도가 상관없지만, 오프라인 접수는 오는 22일까지 출생 연도에 따라 신청 날짜가 다르다. 한편 정부는 외출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의 자택까지 공무원이 찾아가 상품권이나 선불카드를 전달하는 서비스를 18일부터 시작했다. 거주지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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