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 한국선 안 통해..이태원 태풍 막은 '국민 클라쓰'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입력 2020. 5. 19. 06:00 수정 2020. 5. 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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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명 자발적으로 검사 협조..조용한 전파 차단한 일등공신
며칠만에 제2 신천지→방역망 통제..BBC "한국인 의연히 대처"
인천 지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명 무더기로 발생한 가운데 지난 13일 인천 미추홀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세움학원 수강생(138명)과 팔복교회 신도(600명)들이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뉴스1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태풍이 아닌 미풍에 그쳤다. 제2의 신천지예수회(이하 신천지) 사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방역' 우수성을 다시금 확인한 사례인데,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와 가족, 주변 이웃 위해서'라는 연대의식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다.

◇이태원 클럽 6만5000여명 검사 받았다…대량검사 후 확진자 감소세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클럽 초발환자(용인 66번 확진자)는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튿날 관련 내용이 공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흘 만에 지역 확진자가 나온 데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유흥시설이 감염 장소로 밝혀졌다. 유흥시설은 밀폐된 공간 특성상 확진자 1명이 대규모 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 전환하자마자 유흥시설 감염자가 나온 점도 여론에 악영향을 미쳤다. 신천지 대규모 집단감염도 지난 2월 18일 발생한 31번 확진자(61·여) 1명으로 시작했다. 이태원 클럽이 한동안 제2의 신천지 사태로 불린 이유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는듯했다. 초발환자 발생 이후 지역사회 발생 환자 수는 일주일 동안 두 자릿수를 유지했고, 지난 11일에는 29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역학조사도 난관이 예상됐다. 클럽 이용자 중 성소수자, 외국인이 많은 탓이다. 이들은 혐오와 낙인찍기를 우려해 검사를 피할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이번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에도 대량검사, 신속한 정보 공개, 우수한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 헌신이라는 삼박자로 구성된 'K-방역'이 효과를 발휘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검사 협조가 이태원 사태를 잠재우는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덕분에 18일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누적 검사자 수는 6만5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진단검사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인식과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규모다. 여기에는 익명검사를 도입해 검사 부담을 덜어준 정책적 결정도 주요했다.

대량검사가 이뤄지면서 지역발생 확진자 수는 12일 22명, 13일 22명, 14일 26명, 15일 22명, 16일 9명, 17일 6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방역당국은 지난 17일에는 "이태원 클럽 유행이 신천지처럼 대규모 유행으로 번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그동안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발생이 대규모 감염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가 많았다"며 "신규 확진자 수가 계속 한 자릿수를 보여 현 추세를 유지하면 방역망 범위 안에서 (유행이) 안정화할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탑승한 모든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시민들 "마스크 착용, 선택 아닌 필수"…기침예절 지킨다 97%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대한민국은 전 세계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나 시민 모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외신이 주목하는 'K-방역' 성공에는 우수한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 헌신 외에 한국인의 시민의식 공헌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세계적인 방송사 영국 BBC는 지난 3월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데도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 등 국민이 의연한 자세로 감염병 사태에 대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같은 동양권인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한국인의 시민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 시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중요한 마스크 착용에도 매우 협조적이다. 거리로 나가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감염병 예방수칙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침예절을 지킨다는 응답이 97%에 달했다.

기침예절은 기침할 때 손이 아닌 옷소매나 휴지,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국내 유행 이후 핵심 방역수칙으로 권고됐고, 코로나19 사태를 거쳐 국내에서 규범으로 뿌리를 내렸다.

반면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외출 자제'를 전혀 지키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4%에 불과했다. '도서관과 카페 등 다중시설 출입을 자제한다'는 응답 95%, '모임과 종교행사에 불참한다'는 응답도 92.9%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시민 10명 중 9명 이상이 방역당국 권고를 충실히 따른 것이다.

회사원 김남형(남·39)씨는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건강을 생각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하기 어렵다"며 "어린 시절에는 방송 뉴스에서 새치기, 음주운전 등을 꼬집는 보도가 많았는데 지금은 사라졌고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도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5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1만1065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 15명의 신고 지역은 서울 1명, 대구 1명, 경기 3명, 충북 3명 순이고 검역 과정 7명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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