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선 우리 제품 다 써..진단 국산화로 1조 수입대체"

김시균 2020. 5. 19. 17: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유일 진단장비 시약 국산화
바이오니아 대전 본사 가보니
전세계서 고가장비 주문 쇄도
코로나 진단기기 한달 판매액
지난해 총 수출액의 3배 이상
글로벌 분자진단장비 5% 점유
"미·유럽 비해 인지도 약하지만
가격·품질 우리가 우위"자신감
코로나치료제 후보물질 980종
6월 동물실험·연내 인체 임상
18일 오전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국내 1호 바이오벤처 바이오니아 본사. 연구시설과 생산공장을 포함해 총 5000평(약 1만6529㎡)에 이르는 너른 용지 입구에 들어서자 네댓 명의 직원이 2.5t 화물차에 어른 몸만 한 박스 30여 개를 싣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를 기다리고 있던 이억수 바이오니아 전략기획본부 부장은 "이게 전부 저희 회사 자체 기술로 만든 코로나 RT-PCR 분자진단장비인데 해외로 나가는 물량"이라며 "세계 각지에서 주문이 쏟아지면서 진단장비 한 달 수출액이 지난해 1년 수출액의 2~3배 이상 된다"고 말했다.

실시간 유전자증폭 기술을 접목한 RT-PCR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사용하는 최첨단 분자진단기기로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내 특정 유전자를 증폭한 뒤 확진 여부를 판정한다. 이들 진단장비는 주로 로슈와 애보트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만들어 미국 등 해외 각지에 파는데 장비값만 15만~35만달러에 달할 만큼 고가다. 바이오니아는 이처럼 유수의 해외 다국적 제약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고가의 진단장비를 국산화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진단장비 외에 진단시약도 자체 생산하고 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코로나19 진단 분야를 포함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분자진단 시장의 과반을 점하고 있던 B형 간염, C형 간염, 에이즈 진단 분야 모두에서 유럽 인증(CE-IVD)을 받은 곳은 대부분 다국적 기업이지만, 이 모든 인증을 통과한 아시아 기업은 바이오니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우리 분자진단장비가 국내에 150대, 전 세계에 1000대가량 구축돼 있는데 전 세계 분자진단기기 시장 중 5% 이상을 우리 회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분자진단 기술과 장비 생산 중심지인 미국과 유럽 등 유서 깊은 선진국 기업에 비해 아직 브랜드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은 우리 제품이 더 우위에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개발한 진단장비, 진단시약 등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진단업체, 생명과학 기업, 병원 등 진단장비와 시약 등을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기관에서 쓴다고 보면 된다"며 "그동안 거둔 수입 대체 효과가 1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넘쳐나는 진단장비·키트 생산라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동시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바이오니아의 자체 DNA 합성 기술로 RNA를 합성시킨 siRNA를 인체에 투여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내 RNA를 분해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치료제다. 박 대표는 "DNA 합성 기술을 토대로 980종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만들었다"며 "6월 초부터 동물 실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후유증인 폐섬유화증 등을 막는 치료제도 영장류 실험을 완료한 상태로 연내에 인체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DNA 염기서열을 공략하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신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화학 박사 출신인 박 대표는 1992년 국내 첫 바이오벤처인 바이오니아를 설립한 뒤 30여 년간 K진단 한 우물을 파온 진단 전문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7~8년간 DNA 합성 기술을 연구하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정부출연연구기관 생명공학 연구원 출신으로 기업인이 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진단시장에 뛰어든 배경을 묻는 질문에 박 대표는 "KIST 시절 내열성 DNA 중합효소 전문가인 생물학자 권석태 박사가 내가 몸담은 연구실에 합류해 1년 만에 유전자 증폭 진단법인 PCR(중합효소 연쇄 반응) 진단에 필요한 중합효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KIST에서 연구한 DNA 합성 기술과 권 박사가 개발한 DNA 중합효소 기술을 접목한다면 우리 고유의 PCR 기술을 국내외로 보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기술을 신속하게 사업화해 기술 독립을 이루지 않으면 해외에 밀려 힘들게 만든 기술이 사장될 것으로 봤다"며 "각종 물질과 장비 일체를 외국에서 고가에 수입하는 현실도 개선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성과는 빠르게 가시화했다. 원하는 유전자를 한두 시간 만에 수억 개씩 복제하는 PCR 진단제품들은 국내 병원, 연구소, 실험실 등에서 쓰임새가 높았다. 해외에서 주문해서 쓰려면 최소 한 달씩 걸렸지만 바이오니아가 PCR 제품을 국산화하면서 많은 국내 업체들이 곧바로 주문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2002년엔 아시아에서 최초로 실시간으로 유전자 증폭이 가능해 99% 이상의 확률로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는 RT-PCR(일명 ExStation 시리즈 등)를 개발했다. 박 대표는 "넓은 수영장 물에 혈액 한 방울만 떨궈도 오염성을 검출해낼 만큼 민감한 장비"라고 설명했다. 이 장비는 한일월드컵 때 바이오 테러에 대비한 생물무기 탐지식별 시스템으로 실전 배치되기도 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당시에는 바이오니아가 자체 개발한 핵산자동추출기(DNA 및 RNA 자동추출기)와 실시간 PCR 장비 150여 대를 투입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확진 검사를 대규모로 수행하기도 했다. 1992년 설립된 바이오니아는 연구와 생산단지를 겸한 대전 본사와 청주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 =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