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도장 도용 등 '나눔의집'도 심상찮다
수십억대 후원금엔 "조계종 노인요양사업 쓰일 것"
[경향신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인 나눔의집이 파행적으로 운영됐다는 내부 직원들의 폭로가 나왔다. 이들은 후원금이 피해자 지원이 아닌 대한불교조계종의 노인요양사업에 쓰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은 적막함이 감돌았다. 할머니들의 생활관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현재 생활관에는 이옥선 할머니(94) 등 5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다.
의혹을 제보한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은 경향신문에 “할머니 다섯 분이 모두 현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계시지는 못한다”면서도 “한 분께서는 의혹을 제기한 우리의 행동에 대해 ‘잘했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김 실장 등 직원 7명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나눔의집은 할머니들을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 광고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시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양로시설일 뿐,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제공되지 않았다. 운영진은 할머니들의 병원비, 물품 구입비 등을 모두 할머니들 개인 비용으로 지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인(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은 피해자 후원금 등 명목으로 60억원이 넘는 부동산과 70억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돈은 ‘대한불교조계종’의 ‘노인요양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눔의집 이사진 측이 약 2년 전부터 피해자들이 사망한 뒤, 이 자리에 ‘호텔식 요양원’을 짓는 등 수익사업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들은 운영진이 기부와 관련해 고 김화선·배춘희 할머니의 유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김 할머니는 생전 인권센터나 추모관 건립을 포함해 나눔의집에 기부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간호사의 증언이 있다”며 “김 할머니 기부 의사가 담긴 유서에 사인이 아니라 도장만 찍혀 있었고, 도장은 사무국장 자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안신권 소장의 막말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외부 행사 이후 들어온 후원금을 가져가는 안 소장에게 한 할머니가 ‘돈을 왜 다 가져가냐’고 묻자, 안 소장이 ‘위안부가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들은 나눔의집 운영이 피해자가 아닌 조계종 스님들에게 맞춰져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 문제의 공론화로 인해 국민들이 위안부 피해자 운동으로부터 눈 돌리게 되기를 원하지 않지만, 운동이 왜곡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원금 수천만원을 횡령한 의혹 등으로 나눔의집 운영진 ㄱ씨를 최근 경찰에 고발했다. 경기도는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나눔의집을 상대로 후원금 관련 특별지도점검을 했다.
조계종은 총무원이 나눔의집 운영을 파행으로 이끌었다는 주장에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 이사회는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용하지 못한 후원금을 법인에 다시 입금한 바 있으나 이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신 후에도 위안부 문제 해결 및 인식 확산을 위한 활동이 지속돼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나눔의집은 운영 미숙에 대해 거듭 참회하며, 감사 결과를 적극 수용해 시설 운영 개선에 나서는 등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1992년 설립된 나눔의집은 2018년 18억원, 2019년 25억원의 후원금을 받는 등 현재까지 약 65억원의 후원금을 적립하고 있다.
고희진·탁지영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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