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실태는요.." 판사들 앞에서 강연한 활동가들

장예지 2020. 5. 1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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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폭력 활동가 '마녀'와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팀 '리셋', '디지털성범죄아웃'(DSO) 활동가가 판사들 앞에 섰다.

이들은 법정에 나온 증인이 아니라 판사들에게 디지털 성폭력 범죄 실태를 전하는 '강연자'였다.

발제자로 나선 '디지털성범죄아웃' 전 활동가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현세대의 특성을 되짚고, 관련 범죄가 불법촬영·유포부터 시작해 협박·폭력 문제로 확장되면서 여성과 아동·청소년은 이런 범죄에 더욱 쉽게 노출되고 취약해지는 특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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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O·반성폭력 활동가 등 강연
'젠더법연구회' 등 판사 42명 참여
범죄 유형과 수사·처벌 한계 등 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 등 "법관 연수에 포함됐으면" 호응
‘엔(n)번방’을 모방해 이른바 ‘제2의 엔번방’을 만든 닉네임 로리대장태범의 재판이 진행된 지난달 31일 춘천지법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 등이 손팻말을 들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반성폭력 활동가 ‘마녀’와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팀 ‘리셋’, ‘디지털성범죄아웃’(DSO) 활동가가 판사들 앞에 섰다. 이들은 법정에 나온 증인이 아니라 판사들에게 디지털 성폭력 범죄 실태를 전하는 ‘강연자’였다.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는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와 사법연수원 주최로 ‘젠더와 법, 그리고 법원’이라는 주제의 법관 전문분야 연수가 열렸다.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를 공식 법관 연수에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수는 주제부터 강연자 선정까지 젠더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직접 기획했다.

발제자로 나선 ‘디지털성범죄아웃’ 전 활동가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현세대의 특성을 되짚고, 관련 범죄가 불법촬영·유포부터 시작해 협박·폭력 문제로 확장되면서 여성과 아동·청소년은 이런 범죄에 더욱 쉽게 노출되고 취약해지는 특성을 지적했다. 프로젝트 리셋 활동가 또한 성범죄 실태 보고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 유형과 수사, 처벌의 한계를 포괄적으로 다뤘다. 이날 연수에는 판사 42명이 참여했고 활동가의 강연과 뒤를 이은 판사들과의 토론은 2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판사가 묻고 활동가가 답하는 질의시간에도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과 불법촬영 피해자들의 실제 피해 상황, 미성년자 가해자의 처벌 수위 등 다양한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신원이 특정되지 않아 ‘익명의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는 불법촬영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어려운 점이 한계로 꼽혔다. 피해자들의 실제 피해 상황을 묻는 질문도 나왔고, 활동가들은 불법촬영물 유출 때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엔번방 사건에서 보듯 가해자들의 연령이 매우 낮아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눴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한 판사는 “법관 연수에서 판사들이 저명한 학자나 교수가 아닌 피해자 지원 활동가들로부터 디지털 성폭력의 실상을 배운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재판에 필수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재판에선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디지털 성폭력 사건이 형사사법에서 다루는 성폭력 범죄의 주요 유형으로 자리잡고, 성범죄 재판 피해자 참여와 보호 절차도 성범죄 전담 재판부 법관 연수나 성범죄 재판 실무를 담은 편람에도 포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법연수원은 성폭력범죄 전담 재판부를 대상으로 한 법관 연수도 진행하고 있는데, 성범죄 사건을 처음 맡게 되는 법관 대부분이 이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연수에선 ‘‘시민’의 경계와 소수자의 몸: 동성애, 트랜스젠더, 그리고 에이즈(AIDS)’라는 주제의 강연(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도 진행됐다. 인종과 성, 이성애와 동성애 등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 인간의 몸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논의와 판사들의 질문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김 교수는 “법관 연수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강연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성소수자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잘 인지하고 그것이 부당하다는 의식을 갖고 고민하는 법관들이 많아 반가웠다”고 전했다.

장예지 조윤영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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