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학전문지, 모더나 코로나백신에 의혹 제기..주가 폭락

김기범 기자 2020. 5. 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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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의 의료전문지가 백신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발표한 코로나19 백신후보 물질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모더나가 해당 물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 보도가 나온 뒤 모더나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고, 미국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8일 미국 매사추세츠 캠브리지의 모더나 본사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의학전문지 스탯(STAT)은 19일(현지시간) 다수의 백신전문가들을 인용해 모더나가 전일 발표한 1상 임상시험 관련 정보만으로는 백신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스탯은 “그 백신이 얼마나 인상적인지 아닌지를 알 방법이 없다”면서 “(모더나가) 매우 적은 정보만을 제공했으며 그 정보의 대부분은 ‘데이터’가 아닌 ‘말’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이어 “그 회사(모더나)가 밝힌 수치들도 그 자체만으로는 많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그것들을 해석하는데 필요한 열쇠가 되는 핵심정보들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8일 모더나는 개발 중인 백신후보 물질(mRNA-1273)의 임상 1상 결과 시험 참가자 45명 전원에서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된 것을 확인했고, 8명에서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발표 후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고, 모더나의 주가는 19.96% 급등했다.

그러나 스탯이 모더나 측 백신후보의 효과를 의심하는 보도를 내는 등 의학계에서 백신 개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 19일 모더나 주가는 10%가량 급락했다. 모더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도 추가 하락했으며 이날 미국 다우존스지수 역시 전날보다 31.59%포인트 하락했다.

■ 8명 제외한 37명 결과는 ‘깜깜’…항체 형성 시점도 ‘의문’

스탯은 해당 백신후보 개발에서 모더나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모더나 발표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NIAID는 이 백신의 구조(프로토타입·원형)을 만들었으며 1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미국 정부기관이다. 스탯은 “NIAID는 성과를 감추지 않아왔고, 보통 자신들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알려왔다”며 “평소에는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나 고위직 인사들이 인터뷰에 나섰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모더나 발표에 대해) NIAID는 보도자료를 내놓지 않았으며 언급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탯은 또한 모더나 발표에 대해 45명 중 중화항체가 형성되었다는 8명 외에 37명의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중화항체가 형성된 8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의심을 나타냈다. 모더나의 임상 1상 대상은 18~55세 사이의 건강한 자원자들이었는데 이 중 중화항체가 형성된 8명의 나이는 공개되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젊은 사람들이라면 나이가 많은 이들에 비해 백신의 효과도 높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스탯은 지적했다. 고령자들이 대체로 코로나19에 취약한 점을 감안하면 백신 효과가 어느 연령대에서 나타났는지는 백신의 효능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스탯은 게다가 백신 투여 후 항체가 생성된 시점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더나는 피험자들이 두번째 백신을 접종한 뒤 2주 뒤 채취한 혈액에서 중화항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존스홉킨스대의 백신 연구자인 안나 더빈은 “(2주는) 너무 이르다”며 “항체가 지속적으로 유지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스탯은 또 모더나가 백신 100㎎을 투여해 형성된 항체의 수준이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이들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거나 더 컸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예일대의 백신 연구자인 존 잭 로즈는 “중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코로나19에서 회복된 175명 중 10명에서는 중화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매우 높은 수준의 항체가 형성된 환자들도 있었던 것처럼 병으로부터 회복된 이들에서 나타나는 항체의 수준이 매우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회복된 이들과 비슷하거나 크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더나의 발표에 등장하는 모호한 표현에 대한 지적은 이뿐이 아니다. 존스홉킨스대 연구자 더빈은 스탯과의 인터뷰에서 모더나의 발표 중 ‘43일째에 중화항체 수준이 회복기 혈청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그는 “‘일반적이라고? 그게 무슨 의미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예일대 연구자 로즈도 모더나 측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빈은 다만 “다른 병원체에 대한 기존의 RNA(리보핵산)백신에서 우리가 확인하지 못한 면역반응이 이 RNA백신에서 나타난다는 점은 적어도 적어도 고무적”이라면서도 “(모더나 백신후보가) 충분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전령RNA로 승인된 백신 아직 없어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은 전령RNA(mRNA)를 이용한 것으로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까지 이 방식으로 승인된 백신은 없었다. 이 방식은 인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 RNA를 넣어 RNA가 유전정보에 따른 단백질을 생성하면 이를 인체의 면역체계가 병원균으로 인식하고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원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RNA로 이뤄진 바이러스이다. RNA는 핵산의 일종으로 DNA(디옥시리보핵산)와 함께 유전정보의 전달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DNA처럼 유전정보를 담고 있지만 두 가닥인 DNA와 달리 한 가닥으로 이뤄져 있다. 전령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단백질로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기존의 백신은 독성을 낮추거나 없앤 실제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입해 질환은 유발하지 않고, 면역 반응만 일으키는 방식이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개발기간 단축을 위해 실제 바이러스가 아닌 유전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스탯은 모더나에 항체 수준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지만 모더나 측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최종적인 학술논문은 NIAID에서 나올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 백신TF 책임자, 모더나 주가 오르자 급처분 의혹도

모더나가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신TF의 책임자로 임명한 과학자가 다량의 모더나 주식을 처분한 것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초고속 작전’이라는 이름의 TF를 출범시키면서 모더나 이사인 몬세프 슬라위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미국 CNBC방송은 슬라위가 TF 책임자로 임명된 뒤 주가가 급등한 18일 모더나의 스톡옵션 15만5438주를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처분한 스톡옵션의 평가액은 1240만달러(약 152억원)에 달한다. 지난달부터 모더나가 미국 정부로부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받은 예산은 4억8300만달러(약 5940억원)에 달한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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