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아! 라떼는 말이야~" 주식 고수된 슈퍼개미들

김소연 기자 입력 2020. 5. 21. 15:34 수정 2020. 5. 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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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개미]④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요새 '동학개미'들 기특하던데요? 주식시장은 사실 투기성이 없으면 잘 굴러가지 않죠. 그러니 삼성전자 개미든, 원유 개미든 똑같이 기특합니다. 일단 주식을 시작했으면 절반은 온 셈이에요."-남산주성 김태석씨.

개인이 외국인을 이겼다. 21일 코스피가 장중 2000선을 돌파하면서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주식시장에 들어온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의 꿈은 한껏 부풀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은 옛말, 이제 무조건 삼성전자를 외치던 주린이들은 기업 PER(주가수익비율)를 논하는 주험생(주식+수험생)으로 변신해 새로운 승리를 안겨줄 주식에 대해 '열공'(열심히 공부하다) 중이다. 레전드 주식 고수들도 간만의 주식 열풍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동학개미 열풍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까. 주린이가 주식고수가 되는 날을 꿈꾸며, 그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주식재야고수' 남산주성 김태석 대표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주식 전업투자 생활 15년 김태석씨는 15만5000여명 가입자를 보유한 네이버 대표 주식카페 '가치투자연구소'를 운영한다. 필명 '남산주성'으로 더 유명한 그는 200억 자산가다.

15년 전부터 주식 전업투자를 했으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모두 겪고도 살아남은 셈이다. 금융위기 파고가 닥칠 때마다 증권가에 맴돌던 매미(펀드매니저 개미), 애미(애널리스트 개미)들은 하나씩 사라졌지만, 그는 플러스 계좌를 유지할 정도로 남다른 주식 감각을 자랑한다.

김 대표는 자신의 '주린이(주식+어린이)' 시절이 '무대포'였다고 회고했다. 2004년 휴스틸에 투자하면서 주담(주식 담당자)에 "왜 주가가 안 올라요?"라는 질문만 반복하던 그를 달라지게 한 건 주식에 대한 관심과 '왜'라는 궁금증이었다. 증시 활황에도 주가가 제자리인 것을 탓하길 여러 번, 레퍼토리 반복이 지겨워 참신한 질문거리를 찾다 보니 어느새 '강관' 전문가가 돼 있었다.

그는 "실적은 좋아지는데 주가가 왜 안 오를까 고민하다 보니 투자자가 좋아할 만한 신사업이 필요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신사업 제안서를 보내다 보니 사장님이 연락이 왔어요. 한번 보자고."

당시 휴스틸 사장님이 전화 그만하라, 제안서도 보내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해 접었지만, 좋은 회사를 알아본 그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실적 대비 주가가 낮으니 결국 실적이 주가를 밀어 올렸고, 4000원이었던 주가는 그해 2만원까지 고공행진 했다. 성공적인 첫 투자 경험을 계기로 그는 결국 공부만이 답이라는 것을 깨닫고 회사를 그만뒀다. 2005년 9월, 직장인 7년 차에 전업투자자 길로 들어선 것이다.

아찔했던 2008년에도 그의 계좌를 플러스로 만든 것은 결국 공부였다.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돼서 교체하는데, 가격이 엄청 뛰었길래 제조사를 찾아봤더니 '아트라스BX'라는 상장사였다. 실적 논란이 있었지만 회사에 대한 꾸준한 공부를 바탕으로 믿고 투자한 결과, 그해 주가가 7000원에서 2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결국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를 기초로 판단을 내리면 과감히 매수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 투자는 파리 끈끈이와 같다"며 "'행운'이라는 파리가 주위를 돌다가 끈끈이에 와서 착 달라붙을 때 더 많이 붙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서 끈끈이 폭을 넓히라"고 조언했다.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 사진=오정은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도 크게 벗어나지 않은 투자법을 제시했다. 투자는 기업의 지분을 사는 것인 만큼 주인의식을 갖고 기업의 성장과 결실을 공유할 생각으로 잘 알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동학개미가 증시에 크게 유입이 됐는데 쭉 성공의 길을 걸으려면 내가 투자한 기업과 평생 동행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충분히 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내가 믿을 수 있고 경영자가 투자자를 배려하는 동시에, 재무구조도 건전한 기업에 투자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 위기는 분명히 기회지만, 기회는 노력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에서 해외영업을 하다 2019년 전업투자자로 전향한 김성효씨(필명 효라클). 그는 올해 들어서만 주식투자로 수익금을 1억원 이상 냈다. 현재 투자수익률은 46%. 83년생인 그는 최근 새롭게 주식투자를 시작한 2030 주린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롤 모델일 것이다.

김씨는 주린이들에게 가장 먼저 '미래를 예측하지 말라'는 직언을 던졌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현상에 대해서만 대응하고 데이터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공부를 강조한 두 고수와 맥락이 같다.

김씨는 "이제 주린이 단계를 벗어나려면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고, 데이터를 보면서 실적과 주가가 어떤 상관관계를 지니는지 스스로 공부하고 판단하는 법을 길러야 한다"며 "시간을 들여서 스스로 쌓은 지식이 많을수록 투자 판단을 내릴 때 거침이 없어진다. 데이터를 믿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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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nicksy@,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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