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덮친 데다 500년 만의 폭우..미국 미시간주 "오 마이 갓"

정원식 기자 2020. 5. 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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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자 수 미국 내서 7번째로 많아..비상사태 선포
댐 무너지고 주민 1만여명 대피..다른 중서부 지역도 피해

[경향신문]

미국 미시간주에 쏟아진 폭우로 무너진 이든빌댐에 20일(현지시간) 홍수로 떠내려온 나무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인근 주민 1만여명은 긴급 대피했다. 미시간 | 연합뉴스



미국 중서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50개 주 가운데 코로나19 사망자가 네 번째로 많은 미시간주에 5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댐 2개가 무너지고 미들랜드 인근 주민 1만여명이 대피했다. 미들랜드에는 다국적 화학기업 다우케미컬 본사와 공장이 있어 홍수에 따른 오염물질 유출로 환경 재해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시카고를 비롯한 일리노이주와 인디애나·오하이오주 등에도 지난 주말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내린 폭우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북쪽의 이든빌 댐과 샌퍼드 댐이 범람했다. 폭우로 미들랜드를 지나는 티타바와시강의 수위는 이날 10.6m를 넘어 500년 만의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 이제까지는 1986년 10.3m가 최고였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든빌과 샌퍼드, 미들랜드에는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주방위군 130여명과 경찰이 주민 1만여명의 대피를 도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폭우에 범람한 이든빌 댐은 홍수 발생 시 안전기준 미비로 2년 전 감독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14년 동안 규정 위반 사항을 개선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시간주는 코로나19 피해가 큰 지역 중 하나여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미시간주는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5만3000여명으로 미국 내 7번째로 많다. 사망자는 5000여명으로 네 번째다. 휘트머 주지사는 이날 “100년 만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는 와중에 500년 만에 최악의 홍수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면서 “대피소에서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어렵겠지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해달라”고 했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엽제 제조사로 잘 알려진 다우케미컬의 본사와 공장이 홍수에 노출된 것이 문제다. 다우케미컬은 이날 “오전에 홍수가 회사 시설 부지에 도달해 현장의 오염 방지용 연못과 뒤섞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으나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미시간대학 환경과학 교수인 앨런 버튼은 뉴욕타임스에 “강바닥의 오염물질이 홍수에 쓸려나가면서 하류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티타바와시강 바닥에 쌓인 다이옥신 제거 작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우케미컬은 환경보호청 감독하에 2007년부터 3만8000㎥에 달하는 다이옥신 오염 지역 정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초 작업은 내년에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홍수 때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지 환경단체 론트리카운슬의 테리 밀러 소장은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홍수로 13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시카고 등 다른 중서부 지역도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시카고 마천루의 상징인 윌리스타워(구 시어스타워·413m) 지하에 물이 차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건물 폐쇄령이 내려졌다.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며 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주택가 주민들과 도심 지하차도 등의 노숙인 구조에 나서기도 했다. 시카고 교외 듀페이지 카운티에서는 불어난 강물에 18세 여성이 휩쓸리며 실종됐다. 시카고 소방청은 19일 오후 7시 “언제쯤 전력 공급이 재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수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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