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시민의 플랫폼' 스마트시티, 코로나19가 앞당긴다

주문정 기자 2020. 5. 2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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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AI+X가 핵심이다] ⑦스마트시티와 AI

(지디넷코리아=주문정 기자)지난 3월 26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수는 9천241명이었다. 신규 확진자수는 104명. 하루에 909명까지 늘어나던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안팎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대구지역 최초 확진자(31번째 환자) 여파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날 경찰청과 여신금융협회, 통신사, 신용카드사 등 28개 기관을 연계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국토교통부에서 질병관리본부로 이관하고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 주경기장 앞에서 의료진이 차량 탑승자를 진료하고 있다.

기존에 질병관리본부를 지원하는 28개 기관에 공문을 보내고 전화로 연락하는 등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정보 수집·분석 작업을 스마트시티 기술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정보 취득 신속성과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상황 초기 확진자 발병 위치와 전파경로를 분석하는데 하루 이상 소요되던 역학조사 시간이 10분 이내로 단축됐다. 역학 조사관 업무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해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각 국가의 대응방법이 화두로 떠올랐다. 방역 체계 구축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생활 환경과 양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두 달 만에 2년 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경험했다”고 했지만 체감하기로는 그 이상의 변화가 한순간에 이뤄졌다.

오는 9일부터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다. (사진=뉴스1)

10~20년 전에 개발해놓고도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던 원격교육이나 화상회의가 일상이 됐다. 여전히 찬반논란이 뜨거운 원격의료 도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0년 이상 가로막고 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코로나19로 한순간 허물어졌다.

정재승 세종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총괄계획가(MP)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감염사회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으며 현재 도시 구조가 이에 무방비여서는 안 된다는 현실을 보여줬다”며 “원격진료, 화상 교육 등 스마트기술을 통해 온라인으로 도시 기능을 제공하는 노력을 제공해야 하고 스마트시티는 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도시, 그리고 지속가능한 행복

스마트시티는 스마트기술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경망처럼 연결돼 우리 삶을 더욱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스마트시티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다. 도시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해야 한다. 데이터 생산은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도시 전체에 설치되는 센서가 맡는다.

세종도시통합정보센터 전경

IoT의 출현은 도시의 모든 것이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연결된 사물은 실시간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생산한다. 인텔이 2019년 기준 380억개, 2025년에는 560억개의 IoT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한 것처럼 도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효율적인 도시를 운영하려면 IoT 센싱 데이터뿐만 아니라 기존 행정데이터와 CCTV 영상 데이터 등 다양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한다. 또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 운영을 최적화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한정된 자원만으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련의 처리 과정에 한계가 있다. 데이터 처리 지능화와 자동화가 필요하고 앞으로는 AI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도시 생활방식 변화에 대응하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비대면 추세는 스마트시티 행정과 운영, 대시민 서비스 전반을 바꿔놓을 전망이다.

국내에서 처음 도입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검진을 비롯해 로봇 AI 진료, 보건소 AI 상담사 등 지금의 코로나 관련 서비스 외에 일반적인 도시 행정과 운영, 시민 생활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막힌 기업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비대면 화상상담을 지원하고 있고 다양한 정책 설명회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국가간 통상협의도 별다른 불편 없이 화상회의로 이뤄지고 있다. 사상 최초로 초중고 졸업식과 개학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수업도 원격교육을 도입했다.

KOTRA는 코로나19 이후 증가하는 비대면 해외바이어 상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화상상담장을 10개 추가로 운영한다. 개소식 대신 진행된 화상상담회에서 우리 기업과 바이어가 거래를 위해 상담하고 있다.

예상할 수 있는 서비스는 더욱 다양하다. 건강 데이터를 지속해서 감시해 이상 증상을 미리 감지하고 건강을 헤아려 주는 서비스가 일상화된다. 좋아하는 일을 더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생각하지 못한 선택까지 제안하기도 한다.

도시는 하나의 살아 있는 플랫폼으로 분야 간 경계가 사라지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AI가 적용된 지능형 CCTV의 등장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CCTV 영상 분석과 예측을 통해 사건·사고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시민의 신체와 재산 보호라는 도시의 기본 기능이 강화된다.

데이터 기반 AI는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산사태·홍수 등 자연재해나 차량정체, 환경문제 등을 실시간 분석해 시민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적의 도시 운영을 위한 정책 수립도 가능하다.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관리법을 개정해 감염병 확산 방지 등을 위해 부처, 조직 간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구축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은 확진자 이동 동선 분석 시간을 기존 24시간 내외에서 10분 이내로 단축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

김경민 한국IDC 수석연구원은 “IoT, 빅데이터, AI 등 디지털 기술로 데이터가 통찰력을 지닌 정보로 바뀌는 과정에서 탄생한 스마트시티의 국내 상황은 공급자 주도에서 이용하는 기업·시민 중심으로 이니셔티브 전환이 이뤄지면서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활 밀착형·국민 체감형 서비스가 이뤄지는 스마트시티의 일상

# 2030년 서울, 스마트홈에 사는 초고층 건물 건설 전문 엔지니어인 김새로이 차장. 아침 7시가 되자 시간에 따라 자동 조절되는 조명과 채광 시스템이 김 차장의 아침을 깨웠다. 김 차장이 사는 주택 냉난방과 전기는 수소 연료전지와 태양광으로 자체 생산된다. AI가 언제나 쾌적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준다.

오늘 출근 시간은 평소보다 이른 8시까지다. 김 차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Maas·Mobility as a Service)로 최적 교통수단과 경로를 검색했다. 차량정체가 심하다고 나오자 지난달 구입한 자율주행차는 집에 두고 도심형 에어택시(UAM·Urban Aerial Mobility)를 선택했다.

건설현장에 도착한 김 차장은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된 3차원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설계도면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현장에는 건설 로봇이 태양광에 반응해 전기를 생산하는 첨단소재로 만들어진 건물 외피를 골조에 부지런히 부착 중이다. 건설 중 부족한 자재는 스마트 물류시스템이 알아서 주문한다.

오후에는 아진공 튜브 철도 수출 건으로 국외 출장이 있다. 자율주행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향한다. 스마트 공항시스템이 도입돼 20분 전에만 도착하면 탑승에 무리가 없다. 스마트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김새로이 차장은 편안한 자세로 다시 한번 회의자료를 꼼꼼히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LG전자가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7'에서 전략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부스에 마련된 스마트홈 전시 공간에서 모델이 LG전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2030년이면 우리나라 도시·인프라·주택은 AI, 스마트센서, IoT와 결합한 초지능화 시설로 변모한다.

각종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처리하는 스마트시티 기술로 혼잡을 사전에 예측해 교통신호를 전환하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는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한다.

국토부는 이를 위한 청사진으로 2018년 ‘세종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EDC)’를 국가시범도시로 지정했다. 이어 세종과 부산 국가시범도시를 지휘할 MP를 선정해 기본 구상과 시행계획, 서비스 로드맵을 수립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세종·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를 15년 이상 운영할 혁신기업(SPC) 공모에 들어갔다.

세종 국가시범도시는 데이터와 AI를 유기적으로 활용해 시민이 ▲모빌리티 ▲헬스케어 ▲교육과 일자리 ▲에너지와 환경 ▲거버넌스 ▲문화와 쇼핑 ▲생활과 안전 등 7대 핵심서비스를 몸에 잘 맞는 옷처럼 편안하게 입을 수 있게 하는 데 의미를 뒀다.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미래산업의 메카로 모든 시민이 균형 있는 기회와 포용적 성장의 혜택을 받고 교육, 문화, 안전, 환경 등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핵심가치를 뒀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공원 전경

박진호 국토부 스마트도시팀장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을 융복합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면서 “기술을 통해 도시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동시에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도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세종·부산 시범도시를 한국형 스마트시티 모델로 제시할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시범도시 외에 다른 지역까지 확산·발전시키고 나아가 해외에 한국형 스마트시티를 차세대 수출 사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 성공적인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려면

지구촌은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화로 한계에 봉착했다. 교통, 에너지, 사회안전, 환경오염, 수자원 등 도시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으로 압박하고 있다. 평균수명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신기후 시대는 한계에 봉착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를 원하고 있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에도 도시 문제의 해답으로 u시티 사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u시티 사업 구상은 지금의 스마티시티를 지향했지만, 공공주도로 첨단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시민(사용자)과 민간기업(공급자)이 제외돼 발전·정착에 한계를 드러냈다.

u시티에서 스마트시티로 패러다임 변화

이달 초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추진하던 사이드워크 토론토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전격 취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 등이 이유였다.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시민사회가 방대한 데이터 수집 문제 등을 놓고 제기한 사생활 침해와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프로젝트 중단 이유는 경제적 불확실성이었지만 현지 언론들은 지역사회와 데이터 활용 부분에서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알파벳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우리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클라우드·AI·자율주행 등은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기술이지만 더 중요한 핵심은 도시에 거주하고 삶을 살아가게 될 시민이라는 점이다.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며 시민과 소통을 기반으로 시민이 신뢰할 만한 거버넌스를 갖추고 도시 운영이 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이 재조명됐다.

스마트시티를 둘러싼 숙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채택기술 선정 기준을 공공성에 둘 것인지 사업성에 둘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도시 효율성 측면과 사업성 측면에서 스마트기술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지, 대기업 중심으로 끌고 갈 것인지 중소기업 중심으로 할 것인지, 공공의 이익과 프라이버시 가운데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지 다양하다.

박진호 팀장은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해법이 있다면 가치들의 충돌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기업, 지자체, 시민이 모두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충분한 논의와 중요한 가치 선택이 동반돼야 성공적인 시범도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재승 세종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세종 5-1생활권) 총괄계획가(MP)는 1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민공청회에서 시행계획안을 발표했다.

정재승 MP는 “우리나라는 스마트시티를 만들 수 있는 스마트기술을 두루 잘 갖추고 있지만, 현실에 적용하고 많은 데이터를 직접 응용해본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종 국가시범도시는 스마트시티 건설에 필수적인 이런 경험을 우리나라 기업에 제공하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도시 축조는 단순한 건물 건설이 아니라 시민의 활동을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종성 부산에코델타시티 MP는 한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스마트시티를 제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들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공들여온 u시티가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제품을 생산하듯 신도시나 스마트 서비스를 한 번에 만들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시서비스는 끊임없이 혁신하고 발전해야 하는데 아직도 한국은 스마트시티를 한 번에 만들어내려는 조급증이 강하다. 이런 접근은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지속가능성이 없어 실패로 끝날 우려가 있다.

황종성 MP는 “스마트시티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가 문명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듯이 스마트시티는 AI를 비롯한 스마트기술과 서비스를 담는 그릇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시티로 좋은 그릇을 만드는 나라가 스마트 세상을 꽃피울 수 있다”며 “스마트시티를 ‘플랫폼으로서의 도시’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종성 부산 에코델타시티 총괄계획가(MP)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개혁과 규제 샌드박스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기석 한전KDN 미래에너지사업처장은 “현행 법규에서는 전기에너지나 열에너지 모두 에너지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 어렵다”며 “AI를 기반으로 새로운 에너지 서비스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실증환경을 만들려면 유연한 법규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승 MP는 “전 세계가 비슷한 출발선에 서 있는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과감한 규제혁신”이라며 “한 번도 안 해본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규제혁신과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고 기업도 사업성을 넘어 혁신의 기회로 스마트시티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문정 기자(mjjo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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