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5~10년내 절반은 원격근무"..가상근무 시대 온다

하선영 2020. 5. 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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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가상근무' 실험이 시작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앞으로 5~10년 내에 직원 절반은 원격 근무 형태로 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세계 1위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앞으로 10년 내에 직원 절반은 영구적으로 원격 근무를 하는 등 파격적인 고용·업무 변화를 선언했다. 이번 페이스북의 발표가 나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이로 인한 락다운(도시 폐쇄) 때문이다. 그러나 발표 이면에는 설립 17년차에 접어든 글로벌 소셜미디어의 향후 생존 전략과 고민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오전 약 한 시간 가량 모바일 생방송으로 원격 근무 등에 관한 자신의 생각, 페이스북의 정책 변화를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앞으로 5~10년 안에 4만5000명의 페이스북 임직원 중 절반이 원격 근무를 할 것"이라며 "시니어 엔지니어 등은 아예 처음부터 원격 근무할 사람들을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전처럼 페이스북 본사에 취직을 했다고 하더라도 사무실이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로 이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근무 정책에 대한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55분간 발표를 통해 페이스북이 앞으로 5~10년 내에 직원 절반이 원격근무를 하는 등 근무 형태를 혁신적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의 원격 근무 실험은 미국에서 우선적으로 시작한다. 엔지니어 직군은 앞으로 신규 채용시 직원이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직원들은 사무실 근무가 우선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커버그의 발표를 전하며 "팀장의 승인을 받거나, 업무 성과가 좋은 직원들에게도 원격 근무를 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페이스북은 현재 전 임직원 중 95%가 원격 근무로 일하고 있다. 원하는 직원에 한해서 올해 연말까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원격으로 일하게 했다. 이번 발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사태 종료 후에도 영구적으로 회사의 고용·근로 정책을 바꾸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저커버그는 대도시에 살지 않는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직원은 통근 시간을 단축하고 업무 환경이 좋아진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다양성을 강조하는 정체성을 갖출 수 있고 페이스북이 개발 중인 원격기술·미래 서비스들을 직접 원격 근무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라지는 페이스북의 근무·고용 정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저커버그가 이날 발표에서 핑크빛 전망만 내놓은 것은 아니다. 저커버그는 "만약 생활비가 낮은 곳에서 사는 직원이라면 연봉 역시 이에 맞춰 낮아질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춘·CNBC·텔레그래프 등 유력 외신 매체들은 페이스북의 이날 발표를 보도하며 '페이스북 직원들의 임금이 삭감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페이스북 본사가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살인적 물가로 유명하다. 이 지역의 집값·월세·식비는 미국내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페이스북이 본사 직원을 채용할 때 더 많은 연봉을 보장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격 근무가 정착되면 미국 실리콘밸리가 아닌,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인재들을 좀 더 저렴한 연봉으로 영입할 수 있다. 저커버그는 회사의 기술·인재 경쟁력을 실리콘밸리에만 의존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회사 입장에선 연봉을 조정해서 비용 절감을 하는만큼 원격 근무를 하는 데 그만큼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원격근무 체제가 안착할 시점을 5~10년 뒤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원격근무의 단점과 회의적인 시각도 페이스북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그는 "직원 중 40%는 풀타임 원격 근무를 선호하지만, 50% 이상은 가능하면 빨리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페이스북 자체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원격근무를 하면 사회적 연대도 약해지고, 협업할 때 나오는 생산성도 줄고, 업무와 개인 생활 구분도 잘 안된다는 단점도 있다.

페이스북은 자사가 개발·투자하고 있는 업무 관련 도구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이 이같은 원격 근무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외에도 기업용 업무용 채팅 소프트웨어 '워크플레이스', 화상회의 앱 '메신저 룸스', 왓츠앱·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저커버그의 발표가 있던 21일 같은 시각 앤드류 보스워스 페이스북 AR·VR 부문 부사장도 페이스북이 구상하는 차세대 원격 근무 모습을 공개했다. 8초 안팎의 동영상에는 이용자가 손으로 가상 모니터를 끌어서 눈앞에 펼치고, 각종 가상 업무 도구가 책상 앞에 설치돼 있었다. 모두 AR·VR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업무 시스템이다. 페이스북은 자회사 오큘러스 등을 통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재택' 근무를 넘어, 언제 어디서든 내가 있는 공간을 사무실로 만들어 일하는 '가상' 근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라는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무실 복귀 대신 영구적인 원격 근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정보기술(IT) 기업의 최신 트렌드이기도 하다. 또다른 소셜미디어 트위터도 지난 13일 "영구적인 재택 근무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자 상거래 업체 '쇼피파이', 모바일 결제업체 '스퀘어'도 코로나19 이후에도 무기한 재택 근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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