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출신 군의관이 개발한 코로나 앱.. WHO도 주목

양승식 기자 2020. 5. 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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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단 앱 만든 허준녕 대위
AI 기반, 증상 입력하면 예측 가능

"의료가 ICT(정보통신기술)를 만났을 때 파급력이 제일 큽니다. 편의를 떠나 실제로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으니까요."

허준녕(33·사진) 대위는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군의관이지만 WHO(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한 앱 개발자다. 그는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네 차례나 '코로나19 체크업' 앱을 만들었다. 환자가 자신의 기본 정보와 증상, 과거력을 입력하면 코로나 예후·예측 결과를 알려주는 앱이다. WHO가 최근 먼저 허 대위에게 "앱을 '디지털 설루션'에 등재하겠다"고 연락했고, 그의 앱은 코로나 관련 WHO 디지털 설루션의 세 번째 프로그램으로 등재됐다. WHO는 "한국에서 개발한 체크업 앱이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허 대위는 코로나 확진 환자 300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 분석·통계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앱은 빅데이터를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환자의 현 상태뿐 아니라 예후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환자용과 의료진용이 구분돼 환자가 입력한 정보와 증상 등은 자동으로 의료진에게 전달되고, 의료진은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도 등록된 환자의 상태를 확인·관리할 수 있다. 간단한 앱으로 비대면 의료의 초석을 닦은 셈이다.

의사인 허 대위가 군에서 앱 개발을 시작한 건 2018년 입대 후 강원도 양구에 있을 때부터였다. 허 대위는 "당시 아픈 병사를 진료하고 돌려보낸 뒤 열이 계속 나면 다시 오라고 했는데, 그 내용이 지휘관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고 병사가 뒤늦게 치료받았다"며 "이후 지휘관과 군의관이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야전 환자 관리 앱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앱 개발에 대해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의학적 지식이 있었고, 취미로 앱 개발 프로그램을 익혔기 때문에 코로나 국면에서 좋은 앱을 만들 수 있었다는 취지다. 국군의무사령부에서 행정 분야 업무를 맡고 있는 허 대위는 코로나 현장에서 뛰진 못했지만, 의학과 ICT 기술을 접목해 동료 군의관과 환자들을 도울 방법을 궁리했다.

허 대위는 "코로나 앱은 ICT 기술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드문 설루션"이라며 "편의를 떠나 실제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의료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을 도울 기회"라고 했다.

실제로 외교부는 그의 앱을 전 세계 공관에 전파했고, 군은 자원봉사자들의 협조를 얻어 앱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 중이다. 허 대위는 "개발도상국 등 해외 환자들의 의료 정보까지 더해지면 전 세계 환자를 모두 포괄하는 코로나 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허 대위는 원래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게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연세대 의대에 다시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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