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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대안 없는 통합당, 김종인호 압도적 지지.. 흔들려도 내년 4월까진 간다

이서희 입력 2020.05.23. 04:33 수정 2020.05.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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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왼쪽 두 번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김 내정자의 사무실에서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직을 수락한 후 주호영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선택은 ‘도로 김종인 체제’였다. 통합당은 4ㆍ15 총선 참패 이후 37일간 고민한 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 보수 쇄신의 칼자루를 맡겼다. 통합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22일 국회에서 총회를 열어 김종인 전 총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추인을 결정했다. 비대위 임기는 김 전 위원장 요구대로 내년 4월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연달아 만든 ‘킹 메이커’다. 그의 정무ㆍ정책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을 도왔고, 통합당의 선거 사령탑을 맡은 21대 총선에선 ‘패장’이 됐다. 더구나 1940년생, 81세다. 그럼에도 통합당이 다시 한 번 김종인 체제에 당도한 것은 지리멸렬한 보수진영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종인호(號)의 목표는 일단 내년 4월 국회의원ㆍ지방자치단체장 재ㆍ보궐선거 승리다. 작은 승리를 발판으로 2022년 대선에서 보수 정권을 다시 세우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그가 재ㆍ보선 공천권을 강하게 요구한 이유다. 김 전 위원장은 연말까지 ‘경제’와 ‘보수 세대 교체’에 방점을 찍고 대대적 혁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안부재론 속 김종인호 압도적 찬성

통합당 당선자들은 이날 두 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확정했다. 예상과 달리 치열한 공방은 없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에서 반대 발언을 한 건 2명에 그쳤고, 표결 결과도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순조롭다 못해 다소 싱겁게 결론이 나온 데는 김 전 위원장 외에 적임자가 없다는 ‘대안부재론’이 결정적이었다. 김 전 위원장이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통합당에 입성하는 건 아니다. 비대위 임기를 놓고 당과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데다, ‘40대 기수론’을 언급하면서 중진들을 중심으로 거부감이 커졌다. 그러나 궤멸 상태의 통합당을 되살릴 리더십과 역량을 가진 인사를 당장 찾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더 컸다. 또 김 전 위원장이 여야를 넘나들며 대형 선거를 지휘하고 정권을 창출한 경험, ‘경제 민주화’ 주창자라는 중도 상징성에 통합당은 다시 한 번 기대를 걸기로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김 전 위원장 추인을 위해 잔뜩 공을 들였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임기 문제를 조율한 데 이어, 22일 총회를 앞두고 초선, 재선, 3선 이상 당선자들을 차례로 만나 김 전 위원장의 구상을 전했다. 이는 ‘김종인 체제냐, 아니냐’로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당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21대 국회를 맞이하려면 김종인 체제를 택해야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이미 기울어진 분위기를 감지한 듯, 공개적으로 ‘자강론’을 주장한 조경태, 김태흠 의원은 총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 주호영(오른쪽) 원내대표와 김종인(왼쪽)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김 내정자의 사무실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세력, 공천권 없다는 게 걸림돌

김 전 위원장은 22일 비대위원장직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주 원내대표의 공식 제안을 받고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젊은 비대위’를 꾸리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 온 만큼, 청년과 경제인을 대거 인선할 전망이다. 체제 정비 이후엔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보수 쇄신 로드맵을 작성할 방침이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도 더 이상 거론되지 않도록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내년 4월까지 김종인호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당내 의원들을 제압할 ‘차기 총선 공천권’이 없다는 점이 한계다. ‘외부인’으로 당에 뿌리가 깊지 않은 만큼,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수록 김종인 체제를 흔드는 힘이 거세질 수 있다. 차기 대선주자들의 ‘견제 심리’도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정치권엔 “김 전 위원장이 이번엔 ‘킹’을 노린다”는 설이 무성하다.

김 전 위원장은 흔들리지 않고 일단 임기를 채우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한다. 그의 최종 목표는 ‘대권 창출’이라고 측근들은 말한다. 김 전 위원장의 한 측근은 “비대위 성공 여부는 내년 재ㆍ보선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재ㆍ보선에서 승리하면 2022년 대선 승리도 가능하다는 게 김 전 위원장 생각”이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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