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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韓 기업도 알고 있자..中 리커창 전인대 보고, 뭐가 담겼나

이승호 입력 2020.05.23. 05:01 수정 2020.05.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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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경제성장률 증가치 목표를 제시하지 않겠다."

22일 중국 베이징의 한 가전제품 매장내 TV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의 전인대 정부 업무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다.[AFP=연합뉴스]

22일 전 세계가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주목했다. 이날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전인대)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맡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입에서 나온 말 때문이다.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는 것. 중국에선 유례가 없었다. 많은 언론도 이를 제목으로 뽑았다.

[사진 셔터스톡]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포기다. 리 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무역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커 우리의 발전이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에 부닥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성장률은 이미 -6.8%로 최악이다. 앞으로도 상황이 어렵다고 인정한 것이다.

도시 신규 일자리 창출 목표를 900만 개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해에는 1100만 개를 목표로 삼고 실제는 1352만 개를 만들었다. 올해 졸업이 예정된 대학생 수만 874만 명이다. 중국 정부가 최악의 실업난을 예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인대 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AFP=연합뉴스]

하지만 리 총리의 말에서 주목할 건 이것만이 아니다. 중국 권력서열 2위이자 전통적으로 경제를 책임지는 총리는 매년 전인대에서 그해 중국 경제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전쟁의 난관이 겹친다. 중국이 어떻게 대처해 갈지가 중요하다. 리 총리의 말 하나하나를 곱씹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 기업도 살려면 알고 있어야 한다. 리 총리의 주요 발언을 정리해봤다.


최소 1000조원 뿌린다…'돈 폭탄' 계획

[중국청년보 캡처]

리 총리 발언에선 경기 부양에 무게가 가장 많이 실렸다. 사실상 ‘코로나 뉴딜’을 천명한 셈이다. 이날 중국 정부가 1년 동안 쓰겠다는 돈만 최소 6조 위안(약 1000조 원)이다. ‘돈 폭탄’으로 침체한 국내 경기도 살리고, 산업구조 고도화도 이루겠다는 거다. 구체적으론 다음과 같다.


재정적자 40여 년만 3% 돌파…개혁개방 이후 처음

[사진 셔터스톡]

올해 재정적자 목표는 국내총생산(GDP)의 3.6%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2.8%에서 0.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3%는 중국 재정 적자율의 마지노선으로,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펼친 이래 이를 초과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높인 재정 적자율로 약 1조 위안(173조 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별국채도 13년만에 발행

[신화망 캡처]

중앙재정 특별 국채도 13년 만에 찍는다.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규모는 재정적자율을 높여 얻은 금액과 비슷한 1조 위안이다. 지난해 중국 GDP의 1%가량에 해당한다.

중국은 1998년과 2007년 특별 국채를 찍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엔 각각 4대 국유은행의 자본 확충과 중국투자공사 설립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순수하게 경기 부양을 위해 한다. 다만 회계 기준상 정부 재정적자로 잡히지는 않는다.


중앙 정부 돈, 현(縣) 단위에 직접 뿌린다

[중국청년보 캡처]

이렇게 대규모 정부 빚을 내는 목적. 지방 살리기였다. 리 총리는 재정 적자율을 올리고, 특별국채를 발행해 만든 2조 위안 전부를 지방정부에 내려보낸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기부양의 테마가 이른바 '현성'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있는 2700개의 현(縣), 그 현의 수도인 현성의 인프라를 대폭 개선하는 것이다. 중앙정부 자금을 각 성 지방정부를 넘어 시·현 단위로 직접 보내겠다는 거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 전역에 2700개의 작은 경기 부양 붐을 만들어 중소기업, 자영업, 노동자들이 먹고 살게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해석한다.


4조 위안 ‘헬리콥터 머니’…경제 회복·기술강화 모두 잡겠다

[사진 셔터스톡]

이와 별도로 인프라 시설 투자 확충 기조도 선명해졌다. 인프라 재원 확보에 주로 쓰이는 지방정부의 특수목적채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2조 1500억 위안보다 커진 3조 7500억 위안으로 늘렸다.

이 자금은 5G, 사물인터넷, 공업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SOC(신인프라)' 분야에 쓸 계획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산업 구조 고도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까지 이루겠다는 야심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 시민이 5G 광고 표지 옆을 걸어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재정 적자 확대와 특별 국채와 특수목적채권 발행으로만 최소 5조7500억 위안(약 996조원)의 빚을 내는 셈이다. 별도로 잡힌 중앙정부 차원의 투자 예산 6000억 위안까지 합치면 총 투자 재원은 6조 위안(1000조원)을 훌쩍 넘는다.


돈 모자라면? 더 찍으면 되지

[사진 셔터스톡]

리 총리는 이날 기존의 '온건한 통화 정책'을 더욱 유연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통화(M2) 공급량을 작년보다 '명백히 높은 수준'으로 늘린다고 했다. 예견된 일이다. 지난 10일 인민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QE), 돈풀기를 천명했다. ‘2020년도 1분기 통화정책 이행 보고서’에서 ‘따쉬만관(大水漫灌)’ 문구를 삭제한 것이다. 따쉬만관은 ‘물을 대량으로 한꺼번에 푼다’는 뜻으로, 중국식 QE를 일컫는 말이다.

그전엔 리 총리가 나서 “중국은 따쉬만관(大水漫灌)을 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이를 뒤집은 것이다. 기업의 부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리 총리는 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정책도 활용한다고 했다. 시중 대출 금리를 더 내려 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감세 기조도 이어진다. 중국은 작년 2조 위안의 감세 및 각종 경비 부담 목표를 제시했는데 올해는 2조5000억 위안으로 더 크게 잡았다.


미·중 무역협정 이행한다지만…한·중·일 FTA에 더 관심

[중앙포토]

리 총리는 “1월 미·중 1단계 경제무역협정을 이행을 위해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협정 파기 가능성을 흘려도 중국이 판을 먼저 깨지는 않겠다는 거다.

하지만 마음은 미·중 신냉전 대비에 더 가 있는 것 같다. 리 총리는 지역 경제협력을 위해 ‘한·중·일 FTA’ 담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구축하려는 (反)반중 ‘경제번영 네트워크’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일대일로(해상육상 네트워크) 얘기는 대폭 줄었다. 지만수 연구위원은 "'고품질 일대일로'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해외 생산기지 건설이니 제3국과의 협력 사업 등 중국이 공들이던 목표 얘기는 다 빠졌다"며 "코로나19로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쉬운 대로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제 충격에도 국방예산은 늘린다

[신화망 캡처]

대신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6.6% 증액한 1조 2680억 위안으로 정했다. 올해 증가율이 처음으로 6%대로 내려가긴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많은 전문가가 2~3% 증가를 전망했던 걸 고려하면 많은 돈을 군사 부문에 투입하는 거로 봐야 한다. 역시 미국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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