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샵에서 지원금 쓰면 '무개념'?" 색안경에 우는 자영업자들
“네일샵에서 재난지원금 쓰는 게 뭐 어때서요?”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 및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지 11일 만에 10가구 중 9가구가 지원금 수령을 마쳤다. 21일 기준 전체 지급 대상 가구(2171만 가구) 중 88.5%(1921만 가구)가 지원금을 받았으며 총예산 14조2448억원 중 85%(12조1068억원)가 이미 지급된 것이다.
재난지원금으로 가계 경제에 ‘여윳돈’이 생기면서 사용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일각에선 재난지원금을 ‘미용업’에 쓰는 것을 놓고 갑론을박도 벌어졌다. 온라인상에서 ‘재난지원금으로 옷을 사고 머리를 했다’는 글이 공유되자 “국민의 혈세를 외모 치장하는 데 쓰냐”, “좀 더 의미 있는 곳에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수많은 부정적인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네일샵을 운영 중인 30대 김모씨는 22일 “코로나19 때문에 가게 자리까지 옮겨야 했다”고 힘듦을 토로했다. 김씨는 “개업 2년차로 겨우 자리가 잡혀갈 때쯤 코로나19가 터져 손님이 확 줄어 생계까지 어려워졌다”며 “원래는 아파트 단지 바로 앞이었는데 임대료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골목 안쪽으로 결국 가게를 옮겼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전기세라도 아껴야 한다’며 평일에는 저녁 3시간만 문을 열고 주말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고도 했다.
“내가 바로 소상공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김씨는 “재난지원금을 네일샵에 쓴다고 색안경 쓰고 보는 것에 화가 난다. 우리도 엄연한 자영업자이고 열심히 살려는 사람들”이라며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더불어 사는 것 아니냐”고 씁쓸해 했다. 김씨는 카드사에 따라 네일샵이 ‘미용업’이 아닌 ‘위생업종’으로 분류돼 있으면 재난지원금 사용이 막혀 있다며 “공무원들이 그만큼 이 분야를 소홀히 생각한다”고 정책의 미비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지원금이 대부분 식생활과 관련한 분야에서 집중됨에 따라 사회 전반에 지원금의 수혜가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가 21일 발표한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지급 및 사용현황에 따르면 슈퍼마켓, 편의점 등 유통과 요식업, 식료품 등에서 재난지원금의 79%가 지출됐다.
성북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모(42) 원장은 “재난지원금 덕분에 손님이 늘긴 늘었는데 그래도 예전의 60% 수준”이라며 “재난지원금 경제 회복 효과가 좀 더 다양한 업종으로 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재난지원금의 골목상권 기여도를 강조했다. 그는 21일 “빅데이터 분석 결과 재난긴급생활비가 코로나19 재난국면에서 실제 타격을 입은 소규모 자영업에 집중적으로 사용돼 생계 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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