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中企피셜]①'양극화' 더 심해진 보일러업계..경동·귀뚜라미 '훨훨

조현기 기자 2020. 5.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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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전략에 喜悲 갈려..중·하위권 업체들 3년 연속 매출 감소

[편집자주]'9988' 중소기업을 설명할 때 흔히 인용되는 숫자다.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깜깜이'인 경우가 많다. 비상장사들이 많은 탓에 매출이나 영업이익 이 공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업계 1위'라는 주장이 난무한다. 투자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객관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업계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국내 보일러시장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한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반면 후발 보일러 업체들은 최근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2일 보일러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업계 1·2위와 그 외 보일러 업체들간의 매출·영업이익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과 귀뚜라미는 보일러 업계 최초 매출 1조원를 목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성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수출에, 귀뚜라미는 내수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전략이어서 다소 차이가 있다.

반면 린나이코리아, 롯데알리늄, 대성쎌틱에너지스, 알토엔대우 모두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적자로 전환했거나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수아 디자이너 © 뉴스1

◇ 1조원대 누가 먼저?…경동나비엔 vs 귀뚜라미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매출 7743억원을 기록하며 8000억원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귀뚜라미홀딩스 역시 지난해 6000억원을 돌파했다.

경동나비엔의 실적은 '수출'과 '콘덴싱 보일러'가 이끌고 있다. 경동은 국내 보일러 수출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에 적극적이다. 경동나비엔은 현재 30여개국에 진출해있으며, 북미와 러시아에서는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유동적인 영업이익 역시 수출과 관련이 있다. 환율 상황이 좋을 땐 영업이익이 높아졌지만, 환율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영업이익이 나빠지는 경향을 띄고 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경동은 오랫동안 '수출'을 통해 사업 확장을 시도했고 성과를 냈다"며 "특히 각 국가들마다 난방 환경이 달라 제품군을 다양화해 현지에 알맞는 보일러를 생산해 수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환율 시장이 경동나비엔에 긍정적이었다"며 "수출을 지속적으로 하기 때문에 환율로 인한 영업이익 변동성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매출 증가에는 공통적으로 '콘덴싱 보일러'가 있었다.

현재 국내 보일러 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힘입어 '콘덴싱 보일러'로 빠르게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서로 콘덴싱 보일러 시장에서 국내 1위를 기록하겠다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업체들끼리 과열된 경쟁에 우려를 표하기도 할 정도다.

콘덴싱 보일러는 연소 후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바로 내보내지 않고, 한 번 더 물을 데우는 데 사용하는 보일러다. 일반 보일러 대비 질소산화물·미세먼지 배출량이 80%가량 적고, 열효율도 높아 사용 시 난방비를 연간 13만원 가량 절약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015년부터 미세먼지 저감 정책 일환으로 '친환경 보일러' 보급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올해 환경부는 총 35만대 친환경 보일러 보급을 목표로 예산 510억원을 편성했다. 보일러 1대당 20만원(국고 12만원+지자체 8만원)씩 설치비를 지원한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귀뚜라미는 앞으로 더 시장을 선점해서 콘덴싱 보일러 매출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업이익이 낮았던 이유는 '보일러 서비스'와 '스마트공장'에 투자를 많이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귀뚜라미는 더 효율적인 보일러 생산과 고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건설경기 악화, 국내 시장 포화 등…돌파구 안 보이는 후발 보일러 제조업체

하지만 후발 업체들은 포화된 국내 보일러 시장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린나이코리아, 롯데알미늄, 대성쎌틱에너지스, 알토엔대우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후발 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콘덴싱 보일러와 같은 변화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라며 "건설경기 위축이 계속될 것 같아 국내 시장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린나이코리아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매출은 Δ3501억원(2017년) Δ3251억원(2018년) Δ2914억원(2019년)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또 영업이익은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린나이코리아의 관계자는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소규모 신축 시장 위축이 보일러 제조사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실물경제 악재는 보일러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중.후반 공급된 가스보일러의 교체 시기가 도래할 것을 기대하며 교체시장 선점을 위해 홍보와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며 "하지만 주력 상품인 보일러와 가스레인지 전체 시장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그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부문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하고 있다. 매출은 2000억원선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손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대성쎌틱에너시스의 매출액은 Δ2017년(1027억원) Δ2018년(1017억원) Δ2019년(945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 2017년 흑자였지만,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대성쎌틱 관계자는 "보일러 업체별 가격 경쟁이 더욱 더 심화됐다. 보일러 시장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특히 지난해에는 보일러 성수기인 겨울 평균 기온이 전년대비 높은 수준으로 이어짐에 따라 시장 자체의 수요가 감소해 수량 및 매출액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알토엔대우는 전신 대우보일러의 명맥을 잇고 있는 회사다. 업계에선 기술력에 주목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알토엔대우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계속 적자 상태이며, 매출규모도 지난 2017년 170억원대에서 2019년 127억원대로 감소했다.

손연호 경동나비엔 대표이사, 최재범 귀뚜라미 대표이사, 강영철 린나이코리아 대표이사, 조현철 롯데알미늄 대표이사, 고봉식 대성쎌틱에너지스 대표이사, 강복구 알토엔대우 대표이사 © 뉴스1

◇ '언택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그래도 보일러는 대면"

보일러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포스트 코로나'가 도래하더라도 보일러는 '대면'이 계속 유지되고 필수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북미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셧다운 조치를 내려 통행을 금지했는데, 보일러 관련 종사자들은 필수 업종으로 인정받아 통행을 할 수 있었다"며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대면 수리가 필수적인 보일러의 특성상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 대면 서비스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귀뚜라미 관계자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챗봇이나 비대면 상담과 같은 서비스가 파생될 가능성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업종의 특성상 대면 서비스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보일러 업계 관계자도 "보일러 업계 역시 코로나 영향을 받고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대면 서비스를 꺼리겠지만, 보일러의 기술적인 특성상 비대면 서비스로 대체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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