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도 안 간다" 초등학생 1·2학년 등교 앞두고 교사들 '초긴장'

장지훈 기자 입력 2020. 5. 24. 07:05 수정 2020. 5. 2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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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2·유치원생, 오는 27일 등교 개학
교사들, 학교서 확진자 나올까 좌불안석
지난 15일 서울 한 초등학교 빈 교실에서 한 선생님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아내랑 같이 장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주말에 마트도 안 갑니다. 만에 하나라도 제가 학생들이나 동료 선생님들에게 감염병을 옮기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35)는 아침에 학교로 출근했다가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한 지 2주가 넘었다고 했다. 주말에도 웬만하면 집에만 머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진 속에서 등교 개학을 준비하면서 어린 제자들을 생각하면 외출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오는 27일 등교수업을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일선 학교 교사들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고3 등교 첫날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들이 나오고 일부 학교는 등교가 중지돼 혼란을 겪는 것을 지켜본 터라 부담감이 더 커졌다.

A씨는 "학교 방역을 강화하는 것과 별개로 교사들 스스로 사람이 몰리는 곳은 피하고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출근하지 않고 쉬는 등 최대한 위험 요소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라며 "학생 발달단계 상 저학년의 경우 중·고등학생보다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어려울 수 있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저학년 등교 개학 이후 학생 간 안전거리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학교 방역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 설치, 손소독제 구비, 기구·시설 재배치 등 준비와 별개로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나 등·하교 때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감염병 전파 위험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김모 교사(46)는 "학교 알리미 앱과 가정통신문 등으로 여러 차례 각 가정에 등교하기 전부터 아이들이 안전수칙을 지키도록 지도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사실 어른들도 지키기 어려운 일이라 걱정이 많다"며 "벌써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실 바닥에 마스크가 나뒹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어 "학교의 한정된 인력으로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려면 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생들이 1주일에 1~2회만 학교에 나오도록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음악이나 체육, 모둠활동, 토론수업 등도 당분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등교 개학 첫날인 지난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귀가 조치가 내려진 인천 송도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특히 이태원 클럽에 다녀와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학원강사 B씨로부터 시작된 'n차 감염' 직격탄을 맞은 인천 지역의 경우 교사들의 부담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앞서 인천 미추홀구 인항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2명은 B씨와 접촉해 확진된 수강생이 다녀간 코인노래방에 방문했다가 등교 개학 첫날인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미추홀구·중구·동구·연수구·남동구 등 5개구에 있는 66개 고등학교가 지난 22일까지 등교를 중지한 채 수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인항고등학교 학생의 부친이 확진 판정을 받고, 부친의 직장 동료까지 뒤이어 확진자로 분류된 상황이다.

인천 남동구 석천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정다운 교사(36)는 "고3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등교를 중지한 학교가 나온 지역에 학교가 있다보니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크다"며 "안전한 등교수업을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교 문을 다시 열어야 하는 것이어서 매일 밤늦게까지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천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200명에 달하는 과대학교다. 각 반 학생도 25명이 넘어 학생 밀집도를 낮출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학년별로 번갈아 등교하는 2부제, 요일별로 1번씩 등교하는 5부제 등 방안을 두고 최선의 대책을 찾고 있다.

정 교사는 "싱가포르나 프랑스 사례를 봐도 아직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교육 성공 사례가 없는데 우리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를 믿고 나오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학부모들도 불안하겠지만, 조금만 학교를 믿고 지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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