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시작일 뿐.. 美, 중국의 미래기술 씨 말린다

오로라 기자 2020. 5. 25.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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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기업 등 33곳 '3차 블랙리스트' 발표]
통신 등 하드웨어서 AI·보안 포함한 소프트웨어로 제재대상 넓혀
中관영매체 "중국도 블랙리스트에 애플 등 올릴수도" 반격 시사

미국 상무부가 22일(현지 시각) 발표한 대중(對中) 3차 제재 대상 33곳 중에는 24곳의 기업과 6곳의 공공기관, 2곳의 대학과 1명의 개인이 포함돼 있다. 24곳 기업 중에서 무역과 섬유산업 분야 6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인공지능(AI)·컴퓨터소프트웨어·광학기술을 개발하는 테크 기업이다. 통신네트워크·반도체·스마트폰 등 첨단 IT(정보기술) 하드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벌어지던 미·중 테크 전쟁이 인터넷·인공지능·로봇 등 IT 소프트웨어 분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트럼프 두 달만에 골프… 일상복귀 시그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골프 클럽을 골프 백에 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 확산 이후 이날 처음으로 골프를 쳤다. 3월 8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있는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지 76일 만이다. /EPA 연합뉴스

3차 제재의 핵심은 화웨이를 넘어 중국의 '제조 2025'의 기반이 되는 AI·클라우드·로봇 등 첨단 IT 기술을 무너뜨리겠다는 계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제조 2025는 중국의 30년 장기 혁신 계획으로 IT를 기반으로 한 첨단 산업 중심의 제조 강국 전환을 목표로 한 시진핑 주석의 핵심 정책이다.

◇미래 기술 업체들 제재

미국은 3차 제재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기업을 명단에 올렸다. 제재 대상 기업 대부분이 스마트시티·자율주행·사이버보안 등 중국 미래 산업의 인프라로 활용될 기술을 가진 업체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2005년 설립된 중국 대표 보안 기술 업체인 치후 360(奇虎 360)이다. 한국의 안랩처럼 컴퓨터·스마트폰 백신 바이러스와 보안 기술을 주로 개발하다 최근에는 종합 인터넷 업체로 성장했다. 치후 360은 지난 3월 "미국 CIA 해커들이 10년 넘게 중국 보안업계와 항공업계 등을 해킹해왔다"는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미운털'이 박혔다. 치후 360 측은 22일 제재 발표 직후 "우리 기술은 이미 애플·구글· MS 등 미국 기업을 도와 보안 허점을 발견하는 데 활용됐다"며 "미국 정부의 중국 해킹 사실을 폭로한 것은 글로벌 사이버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지 제재의 빌미가 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제재 대상에는 넷포사(東方網力)와 클라우드마인즈테크(達闥科技), 인텔리퓨전(雲天勵飛), 클라우드워크테크(雲從科技) 등 AI 기업이 7곳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사람 얼굴 사진을 학습한 AI가 카메라에 찍힌 사람의 인종·성별·나이대 등을 순식간에 확인할 수 있는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중국 왕이닷컴은 "미국의 '중국 죽이기'에 인공지능(AI)이 새로운 공격 목표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클라우드마인즈테크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클라우드·인공지능 스타트업이다. 중국 은행에 안면 인식 기술을 제공하는 클라우드워크테크는 중국의 'AI 쓰샤오룽(四小龍·네 마리의 작은 용)'으로도 꼽히는 회사다.

◇제재 대상 소프트웨어로 확대

미 상무부는 제재 대상 기업·기관이 미국 국가 안보나 외교정책에 반하는 활동을 하거나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인권을 탄압하는 데 기술이 활용됐다는 것을 제재 이유로 들었다.

IT업계에서는 중국 첨단 기술의 싹을 자르려는 조치라고 분석한다. 미국이 표면적으로는 국가 안보, 인권 탄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AI·IoT(사물인터넷) 기술을 꺾어 테크 패권을 유지하고, IT 안보를 지키겠다는 전략도 깔려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중국이 하드웨어 기술을 통해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의 정보를 탈취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IT 하드웨어를 넘어 중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서구 국가의 다양한 중요 데이터에 접근해 중국으로 빼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중국 업체가 개발한 AI 기술이 탑재된 순찰 로봇이나 AI 스피커 등은 서구권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중국에 있는 서버로 전송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中도 반격 가능성 높아

중국도 미국 제재 수위가 올라가면 반격에 나설 수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에 대해 거래를 제한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리는 방법이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애플, 퀄컴, 시스코, 보잉 등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 거대 기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오링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이 먼저 1단계 합의를 깨지는 않겠지만, 미국은 중국이 충분한 대응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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