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학교]⑤ 매년 학교 떠나는 교사·학생 6천여명..이유는?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학교가 점점 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견디기 힘들고 불편한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은 통계 자료와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 세 명 중 한명 이상은 학교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 그중 절반 이상은 학교를 떠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피로감도 심각한 수준이다. 교사 세 명 중 한 명 이상은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교사 세 명 중 두 명 이상은 우리 교육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청소년 38% "학교, 의미 없어"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18년(2018년 3월∼2019년 2월 기준)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자퇴한 고등학생은 6천968명이다. 부적응 요인은 '학업'(3천181명)이 가장 많았고 '대인관계'(374명), '학교 규칙'(310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자퇴 학생 수는 2015년 이후 계속 6천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의무교육인 초등과 중등 과정에서는 '자퇴'라는 공식 통계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위탁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하는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초·중·고 학령기 학교 밖 청소년 규모는 35만명에 달한다.
청소년 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조사에 참여한 학교 밖 청소년 2천522명 가운데 39.4%(복수 응답)는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 '학교에 다니는 게 의미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공부하기 싫어서'(23.8%), '다른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23.4%), '학교 분위기가 나와 잘 맞지 않아서'(19.3%), '심리·정신적 문제'(17.8%)를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 꼽았다. '검정고시 준비'(15.5%), '내 특기를 살리려고'(15.3%) 등의 응답도 있었다.
또 학교 밖 청소년의 54.6%는 학교를 그만둔 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후회한 적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45.4%였다. 학교를 그만둔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은 큰 이유로는 '자유시간 증가'(72.8%·복수 응답)가 꼽혔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다'(69.4%)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다. 또 '학교 규칙과 통제를 벗어났다'(35.1%),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31.2%) 등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 교사 66% "교육 정책 잘못돼"…'교육 불가' 원인 1위 "학생·학부모 폭력·폭언"
교사들도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 적잖은 고충을 호소한다.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폭력과 폭언이 교사들을 가장 괴롭히는 요인으로 조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해 12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교사 4만9천84명을 대상으로 최근 2년간 교육 활동 중 느낀 고충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66.2%(5만1천404명)는 '교육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경험'(복수 응답)으로 '과도한 행정업무와 국가의 잘못된 교육정책'을 꼽았다.
학생의 폭언·폭행과 학부모의 상습적 민원 및 폭언·폭행도 각각 41.0%(3만1천836명)와 38.2%(2만9천662명)의 응답자가 꼽은 부정적 경험이었다. 교육청이나 교장 등 관리자의 지나친 간섭과 제한, 관리자의 부당한 행정조치가 고충이라는 응답 비율은 각각 25.0%(1만9천412명), 4.4%(3천416명)였다.
'교육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전체 응답자 800명)으로는 '학생의 폭언·폭력·흡연·음주'(22.6%, 180명)와 '학부모 및 학생의 갑질'(17.0%, 136명) 등이 거론됐다.
이런 고충에 직면했을 때 교사들은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해결하거나 포기한다고 응답했다.
4만6천438명의 해당 문항 응답자 가운데 '혼자 해결했다'는 응답 비율이 46.3%(2만1천500명)였던 반면, '동료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 비율은 23.7%(1만1천5명)였다. '공개되거나 논란이 되는 것이 힘들어서 포기했다'는 답변도 11.1%(5천154명)에 달했다.
'교장이나 교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9.7%(4천504명)에 불과했다.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을 기술하는 방식의 주관식 문항에는 9천945명이 답했는데, 교장이나 교육청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응답한 사례는 단 4건뿐이었다.
교장이나 교육청의 도움 없이 혼자 고충을 해결하면서 휴직을 고민한 적이 있는 교사는 전체 응답자 4만8천326명 중 22.2%(1만728명)에 달했다. 또 실제로 이런 이유로 휴직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 비율도 7.2%(3천479명)나 됐다.
이런 교육 현장의 고충과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은 교사들의 우울감을 키운다.
교사 우울증에 관한 최신 연구인 2016년 '교사 직무 스트레스 및 건강실태 조사'를 보면 교사의 우울증 정도는 일반인보다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가 초중고 교사 1천6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9.9%는 우울증세가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교사는 43.5%가 우울증세를 호소했다. 같은 연령대 일반인 우울감 호소 비율은 30.4%다.
40대의 경우 교사 중 우울증세를 보인 비율은 36.1%로 일반인(28.5%)보다 7.6%P 높았다. 또 50대 교사는 36.6%, 20대 교사는 46.1%가 우울증세를 호소해 일반인보다 각각 0.4%P, 5.0%P 그 비율이 높았다.
교사들은 병가를 신청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제 등을 제외한 1천413명의 교사 중 43.45%(613명)가 "아플 때 병가를 신청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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