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선인 51명과 밥 먹는다..재판 급한 이재명의 '딴 걱정'

하준호 2020. 5. 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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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28, 29일 지사 공관에서 경기 지역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과 만찬을 한다. 경기 지역 당선인이 51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해 28일 남서부권, 29일 동북부권으로 나눠 연쇄 회동을 갖는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도 차기를 위한 당내 세력화 정지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여권 관계자)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보여준 ‘식사 정치’ 행보와 맞물려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각 당선인의 지역구 공약 사항이 많은 데다 경기도가 진행하는 사업도 많으니, 정책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면서 잘 해보자는 취지로 간담회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정기국회를 앞두고 하던 행사를 조금 당겼을 뿐”이라면서다.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연례 행사’라지만, 이 지사가 민주당 당선인과 만찬을 주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건 앞서 영호남을 오가며 보여준 광폭 행보 때문이다. 이 지사는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하루 전(22일) 부산에 들러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과도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7일에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방문한 광주광역시에서 민주당 호남 당선인 일부와 비공개로 만나기도 했다.

5·18 기념식장을 빠져나올 때 지지자들에게 환호를 받은 장면이 보여주듯 이 지사에 대한 지지도도 상승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자체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11%로 이낙연 위원장(2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에 대한 선호도는 지난 1~2월까지만 해도 4%를 밑돌았지만, 3월 들어서며 11%로 반등한 뒤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3월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평화의 궁전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이를 두고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 이 지사가 보여준 방역 행보나 선제적 재난지원금 카드 등 그의 다소 튀는 리더십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가 보수·중도층에서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선호도 상승에 일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이 지사는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지난 22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변론 신청서도 제출했다. “중대한 쟁점이 있고 각계 의견을 직접 청취할 필요성이 높은 사건”이라면서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이 지사가 주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이슈가 공론화될 수 있다.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 지사가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이 이 지사 주장대로 헌재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면 상고심 재판은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대외 행보와 대법원 재판 걸림돌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 지사가 최근 가까운 여권 인사에게 털어놨다는 말은 오히려 “답답하다”였다. 민주당 안에서 입지를 다지는 일이 만만찮다는 거다.

지난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열린 제11주기 노무현 추도식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노무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하고 나오며 추모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 입장에서는 2017년 대선 경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뒤 깊어진 친문 세력과 갈등의 골을 메우는 일이 숙제다.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에 힘입어 당내 주류가 친문 일색이라 이 지사가 설 땅이 좁아진 상황이기도 하다. 극성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은 이 지사에 대한 반감을 좀체 거두지 않을 기세다.

당내 현실이 이런 탓에 이 지사를 도우려는 민주당 당선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지사와 가깝다고 알려지는 순간 친문 당원들의 타깃이 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여의도에서 자기편을 만들려면 의원 한명 한명을 만나면서 정치적·인간적 신뢰를 쌓는 게 먼저인데, 그마저도 이 지사에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최근 친문 진영과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를 다각도로 해 온 것은 그래서다. 친노(친노무현) 출신 이화영 전 의원에 이어 ‘부산 친문’으로 분류되는 이재강 전 민주당 부산시당 비전위원장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하고, 최근 탁현민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경기도 행사 자문역으로 영입하려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한다. “대법원 판결 건만 해결되면 이 지사는 당내 최대 다크호스”(민주당 초선 당선인)라는 얘기도 있지만 “이 지사에게 재판보다 힘든 일은 친문의 ‘비토’란 장애물을 뛰어넘는 일”(수도권 중진 의원)이란 시각이 많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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