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지원은 속도 내는데..두산중공업 협상은 지연 왜?

산은-수은, 대한항공 1.2조 지원안 최종 승인
두산중공업 협상 내달까지 이어질 가능성..매각 대상 이견?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멈춰서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송상현 기자 = 대한항공에 대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은 빠르게 이뤄졌지만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은 확정까지 지연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이라는 짐을 일단 덜은 채권단이 두산중공업 문제 해결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은 내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산은과 수은 등 채권단은 26일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산은과 수은은 이날 오전 각각 신용위원회와 여신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 지원안을 확정했다.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대해 화물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영구채 3000억원 인수, 운영자금 2000억원 제공 등 총 1조2000억원을 지원한다. 산은과 수은의 부담 비율은 약 6대4다. 채권단은 내부 승인 절차를 밟은 후 대한항공과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토대로 특별 약정도 체결했다.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은 대한항공은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이 올해 필요한 자금은 3조8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채권단이 1조2000억원을 지원하고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대한항공은 또 이번달부터 가동되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등을 통해서도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트랜스퍼 크레인.(두산중공업 제공)© 뉴스1

대한항공과 달리 두산중공업 지원 문제는 확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산은, 수은 등 채권단과 두산중공업 간의 협상이 거듭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3조원의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주요 계열사와 사업 부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각 대상 등에 대해선 채권단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은 자금 마련을 위해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두산타워, 라데나CC, 클럽모우CC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두산솔루스 매각 협상은 계속 미끄러지고 있다. 두산 입장에선 비싸게 팔고 싶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한 탓이다. 두산솔루스에 대한 가치 판단에 두산 측과 시장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이 매각을 추진 중인 부동산 역시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두산건설은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 위기감을 느낀 다른 기업들도 자금 확보에 주력하면서 쉽사리 두산그룹 매물에 대한 매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약속한 3조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지자 자연스럽게 그룹의 핵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매각 문제가 거듭해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두산은 이들 기업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팔라는 채권단과 지키려는 두산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선 두산중공업이 기안기금 지원을 신청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점에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안기금 지원을 받기 위해선 고용 유지 조건을 수행해야 하는데 두산중공업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문제는 산은과 수은의 구조조정 본부에서 담당하고 있고 대한항공은 일반 여신부서에서 담당을 한다"며 "대한항공과 두산중공업 문제는 출발선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