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의 외침 곡해하는 이, 누구냐

조형국·임지선 기자 입력 2020. 5. 26. 21:24 수정 2020. 5. 2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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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흐리는 '아전인수' 진영논리
이용수 할머니의 그림자만 보는 정치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5일 대구 만촌동 한 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그림자로 비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이후 진영논리에 기댄 엇갈린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 대립에 양측 지지층까지 가세해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편 가르기식 싸움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여권에선 기자회견 배후설·기획설까지 등장했고, 보수 진영은 ‘돈’ 문제에 집중해 연일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 이 할머니의 갈등을 키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 할머니가 제기한 위안부 운동 방식과 한·일 과거사 해결방안 등 사태의 본질이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수 할머니 ‘밥값’ 언급에
최민희 “지출 못한다” 반박
여 지지층선 기획·배후설도

야, 연관 없는 ‘빌라 매입’ 등
근거 없는 의혹 무차별 제기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은 26일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며 논란을 키웠다. 최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왜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저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이실까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금한 돈으로 개인이 ‘밥을 먹자’고 해도 시민단체는 지출할 수 없다”며 전날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모금 뒤 배가 고파 윤 당선인에게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한 것을 반박했다.

친민주당 지지층에선 기획설·배후설이 난무했다. TBS 라디오 진행자인 김어준씨는 “30년간 위안부 문제만 집중한 단체에 왜 위안부를 이용했냐고 하는 것은 뜬금없는 얘기”라며 “누군가가 왜곡된 정보를 할머니께 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기자회견문은) 할머니가 직접 쓴 게 아닌 게 명백하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이 이 할머니 기자회견 현장에 있었고 이를 기획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도 번지고 있다.

필요한 부분만 잘라 ‘정쟁화’
할머니 제안의 핵심은 외면

보수 진영은 구체적인 증거 없이 무차별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 25일 ‘위안부 할머니 진상규명 TF’의 첫 회의에서 “윤 당선인이 1995년 수원시 송죽동 빌라를 매수했는데 정신대할머니돕기국민운동본부가 모금을 시작한 시점이 1992년”이라고 말했다. 모금운동을 시작한 시점과 빌라 매입 시점의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데도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 식’이다. 당내에서조차 “지금은 검찰에 넘겨두면 된다”면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의혹만 내세우면 오히려 부담”이라고 비판했다.

정작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방안’,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을 요구했던 이 할머니 제안은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정치권, 언론의 진영 논리는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 공론화에 가장 큰 공헌을 하신 할머니들의 의견을 새기되, 이를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형국·임지선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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