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배후설 직접 반박 "내 나이 돼 봐라, 다신 얘기 말길"
기자회견 배후 의혹엔 "다신 얘기 말라" 호통
할머니, 직접 쓴 '영원한 선물' 또박또박 낭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기자회견문 대필 논란에 대해 “다신 그런 이야기를 하지 말아라”고 호통쳤다. 이 할머니는 26일 오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기자회견 이후 제기된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방송인 김어준(52)씨 등은 “전날 할머니의 기자회견문을 다른 사람이 써준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이 할머니는 “(저는) 무식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건 제가 삐딱삐딱 썼다. 옆에 애가 빨리 쓰니까 요대로(내가 말한 대로) 똑바로 써달라고 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당신도 내 나이 돼 보세요. 그게 똑바로 써지는가. 그런 거 가지고 바로 잡으라고 하는 거 아닙니다! 다신 이야기하지 마세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를 주최해 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측이 연락을 해왔다는 질문에 “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 19일 윤 당선인이 찾아와 용서를 빈 것과 관련해 이 할머니는 “갑자기 들어오니까 놀랐다. 꿇어앉아 뭐를 용서해 달라는 건지 몰랐다. 그래서 (윤 당선인을) 일으켜서 의자에 앉혔다. 아무것도 없이 용서해 달라 하니까 조만간 날짜 정해서 기자회견 할 테니 그때 오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나가보니 다른 사람도 있었다. 이제 윤미향이 한 번 안아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전 제 생각에 ‘오냐, 이게 마지막인데 안아주지’해서 제가 안았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윤 당선인과의 세월이) 30년이나 이렇게 지나고 또 제가 나이 들다 보니 이제는 너는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제가 울컥 눈물이 났다. 그런데 이것을 가지고 안았을 적에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아들(할머니의 수행인)이 들어와서 막 못 찍게 하니까 못 찍은 거 같다. 그러고는 갔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연 후원금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25일 기자회견과 같이 “돈에 대한 건 모른다. 후원금이 얼마 모였다고도 들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 할머니는 소녀상을 지키고,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여자 학생들, 부녀자들이 차가운 데서 소녀상 지킨다. (밥 먹으라고) 2만원인가, 3만원인가 준거 같다. 안 받으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차가운데 나와서 추우나 더우나 외치는 거, 너무너무 안쓰럽다. 학생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가르쳐서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것도 모르고 학생들이 (수요집회 등에서) 차가운데 앉아 있다. 학생들이 돼지저금통 털어 오면 (정의연에서) 받고 했다. 그게 무척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자신이 쓴 글도 직접 읽었다. 두 번째 기자회견을 마친 25일 자정부터 2시간30분 동안 직접 쓴 글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글을 읽으며 “저를 영원히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제목은 ‘영원한 선물’이다. 다음은 할머니가 직접 쓴 글의 전문이다.
나무는 나무인데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 나무. 꽃은 피지 않지만, 잎은 푸른 잎으로 아름답지만 풍기는 자세와 보일 수 있는 모양은 고귀하면서도 가냘픈 모양. 현대도 아니고 조선의 역사적인 나무이며 향기도 그윽한 아카시아 향기로 조심스레 풍기는 역사적인 위안부 나무입니다. 한 그루 한 그루씩 세계 평화와 사랑으로 세계에 계시는 분들에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드림. 2020년 5월 25일
대구=백경서·김정연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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