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7일 배우 윤정희의 마지막 영화가 된 '시' [오래 전 '이날']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 2010년 5월27일 배우 윤정희의 마지막 영화가 된 ‘시’
배우 윤정희씨는 1960년대 문희·남정임씨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연 인물입니다. 1967년 ‘청춘극장’으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1974년 영화공부를 하겠다며 돌연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300편가량의 영화를 찍었습니다.
1994년 ‘만무방’ 이후 스크린을 떠나 있던 윤씨는 2010년 개봉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통해 영화계에 복귀했습니다. 윤씨는 당시 치매로 기억이 망가져가던 ‘미자’역을 맡았는데요, ‘미자’는 윤씨의 본명이기도 합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시’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독 감독과 윤씨가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윤(정희) 선생님이 지금보다 늙어 주름이 늘고 머리도 희어진 80~90대에 다시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막연한 생각을 합니다. 우리에겐 많은 시간과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이창동)
“너무나 반가운 소리네요. 제가 90살까지 영화배우하는 게 꿈인데, 그 모습을 생각해주시다니.” (윤정희)
윤씨는 현지 시사 후 한때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영화 페스티벌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현지 신문에서도 작품에 대한 칭찬이 말할 수가 없었어요. 심사위원장 팀 버튼도 연기가 좋다고 칭찬하고…. 니스 공항에서 만난 어떤 러시아 기자는 ‘당신이 상을 못 타서 화가 난다’고까지 했어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기쁨인가요.”
이창동 감독과 윤씨의 기대와는 달리 ‘시’는 윤씨의 마지막 영화가 됐습니다.
윤씨가 ‘시’의 미자처럼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8일 피아니스트 백건우씨(73)와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씨(42)는 경향신문과 만나 “아내(어머니)가 거의 10년 전부터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영화계와 음악계의 아주 가까운 지인들만 알고 있던 ‘비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의 영화 관계자들과 윤씨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팬들을 생각해 “이제는 얘기할 때가 됐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습니다.
백건우씨는 “아내의 마지막 작품이 이창동 감독의 ‘시’여서 감사하다. 그렇게 좋은 감독에, 그렇게 좋은 영화로 배우로서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이창독 감독이 아내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극 중 이름도 아내 본명인 ‘미자’를 그대로 썼으니까요. 시나리오 집필 중에는 몰랐겠지만, 촬영을 하면서는 이 감독도 아내 상태를 조금이나마 눈치챘을 겁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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