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윤미향 논란..친일·반일의 문제 아니다

최은영 입력 2020. 5.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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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강의 도중 위안부와 관련해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 매춘의 일종”이라면서,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말한 류석춘 교수가 연세대로부터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의 원조는 다름 아닌 일본 정부다. 일본 정부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자 군위안부를 민간의 접객업자가 군을 따라다니며 데리고 다닌 매춘부라면서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
장은 불과 1년 만에 거짓으로 밝혀졌다. 일본방위청 도서관에서 일본군이 군위안부 징집에 직접 관여한 공문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일본군 및 관헌의 관여와 징집에서의 강제를 인정하고 중대한 인권침해였음을 승인하며 사죄하는 내용이 담긴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가 발표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후 유엔 인권소위원회에서 일본의 책임자 처벌과 일본 정부의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맥두걸 보고서’를 채택했고, 미국 하원은 2007년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미래세대를 위한 끔찍한 범죄에 대해 교육을 해야 한다는 등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심지어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진행되어 논란이 된 박근혜 정권 당시 합의안에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와 반성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본군과 관헌의 개입과 강제징집이 있었던 것은 가해자인 일본 정부도 인정하는 일이고, 반인륜적인 행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회계부정의혹이다.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시세보다 수억 원 비싸게 산 것 아니냐는 것부터 해서 무수히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윤미향 당선인은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정의연 사무실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과연 이들이 위안부 할머니들과 제대로 소통을 했느냐는 것이다. 남산 기억의 터에 세워진 조형물 ‘대지의 눈’에는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제공한 위안부 할머니 이름만이 새겨져 있다. 정대협과 마찰을 빚은 33명은 명단에서 빠졌다. 또한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에서 10억 엔(114억 7000만원)이 들어온 줄도 몰랐다고 폭로했다. 단체가 자신의 존립근거이자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 별도로 움직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윤 당선인을 위한 해명을 해주는 할머니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결국에는 정의연이 위안부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상적인 위안부상을 만들고 그에 맞춰 행동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단순히 한 시민단체와 개인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 제기된 문제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위안부 문제 해결은 우리나라에서도 혼선을 빚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의혹을 밝히는 일은 오히려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일을 친일과 반일로 확산시키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문제 제기는 다른 정치세력이 아니라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문제가 아니던가.

민주당은 윤 당선인에 대한 검찰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태해결을 단순히 유·무죄 여부로 인식하는 것은 시야가 너무 좁은 태도가 아닌가 싶다. 이미 현 정부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2015년 합의는 진정한 문제 해결이 아니며 위안부 피해자 중심의 조치들을 모색해 나갈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에도 불참한 윤 당선인의 논란을 계속 안고 가겠다는 것은 위안부 문제해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현재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두 고령이어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경우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실현함으로써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침해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정부의 부작위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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