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숙 즉시 제명했던 민주당..윤미향은 20일째 지켜본다 왜

심새롬 입력 2020. 5. 27. 05:01 수정 2020. 5. 2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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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왜 양정숙과 윤미향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

4·15 총선 이후 나란히 논란이 불거진 두 여성 비례대표 당선인을 바라보는 민주당 지도부의 사뭇 다른 시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양 당선인에 대해 ‘즉시 제명’ 조치를 내렸지만, 윤 당선인에겐 20일째 ‘신중’ 기류만 유지하고 있다.

두 동갑내기(1965년생) 당선인은 부동산 차명 투기 의혹(양정숙)과 회계부정 및 횡령 의혹(윤미향)에 휩싸여 있다. 의혹의 강도만으로는 윤 당선인이 절대 적지 않았다.


“개인 비리 입증돼야”
양 당선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총선 직전(4월 8일) 언론 보도로 처음 제기됐다. 민주당도 후보 검증 과정에서 본인 소명, 주변 조사 등으로 관련 사실을 일부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선거 뒤 양 당선인 가족들의 추가 증언으로 논란은 커졌다. 이에 당 지도부는 의혹 제기 하루 만에 양 당선인을 제명 및 검찰 고발 방침을 정했다. “본인이 반발해도 내용 증명이 확실해 재고의 여지가 없었다”는 설명도 나왔다.

반면 윤 당선인 문제는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이 시발이었다. 예견하지 못한 돌발 사태라는 뜻이다. 이후 언론 보도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당내에선 “당 차원 진상조사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말이 나온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라디오에 나와 “양정숙 당선인의 경우 개인 문제일 뿐이었지만, 이번 문제는 윤미향 당선인 문제이기도 하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란 외부 시민단체 문제”라고 했다.

26일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앞에서 자유대한호국단 등 단체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의 사퇴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26일 “(윤 당선인은) 아직 딱 떨어지는 혐의가 없는데, 개인 문제로 번지면 그땐 (지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 당선인에 대해 정밀한 조사와 수사 없이 일방의 문제 제기만으로 제명시킨 것과 비교하면, "윤 당선인에겐 지나치게 온정적이다.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동지’ 윤미향, ‘철새’ 양정숙
30년간 위안부 단체 활동을 한 윤 당선인에게 민주당이 동류의식을 가진 점이 '윤미향 감싸기'의 근원적 이유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도 시민단체를 해봐서 안다. (계좌를 통한 기부금 공개는) 기부 내역을 공개하기 꺼리는 사람들이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미향은 개혁·진보진영에서 일정 역할을 해 온 공로가 있다. 양정숙은 그건 아니다”(핵심 관계자)란 논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양 당선인 제명 과정에선 과거 정수장학회 부회장 출신, 진경준 전 검사장 변론 등의 이력도 제기됐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사법고시(32회)를 거쳐 양지만을 지향해 온 양 당선인과 ‘흙수저 시민운동가’이자 사서 고생을 해 온 윤 당선인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일 강경 노선 타격 우려도
이용수 할머니의 첫 폭로 이후 20일간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논란으로 위안부 인권운동의 대의와 역사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강훈식 수석대변인)는 점을 반복 강조해왔다. 그만큼 위안부 운동을 주도해 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의 정통성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그건 반대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굴욕 협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애당초 윤 당선인이 비례 순번을 받게 된 계기도 정대협과 정의연에서 활동한 이력이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이 위성 비례정당(더불어시민당) 선순위(1~10번) 후보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8개 ‘제한경쟁 분야’를 선정했는데, 여기에는 공공의료·소상공인·검찰개혁·언론개혁 등과 함께 ‘위안부 문제’를 포함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윤미향을 내칠 경우 자칫 여태까지 진행된 위안부 운동의 모순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단순히 윤미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대일 강경 노선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강제징용 문제에서 과거 정부와 차별화를 두었던 것은 '우린 어설픈 협상에 휘둘리지 않으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최우선에 둔다'는 일종의 도덕적 우위"라며 "위안부 운동의 상징인 윤미향의 추락은 그 정당성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3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시민당 비례후보자들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연합뉴스]

심새롬·손국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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