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골칫덩이' 괭생이모자반 뜻밖의 용도.."밭에선 효자"

오현지 기자 2020. 5. 2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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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죠 효자. 괭생이모자반을 밭에 뿌리고 그대로 썩게 두면 밭이 훨씬 비옥해져요."

26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호박밭에서 만난 김광호씨(79)는 올해 괭생이모자반 1000톤을 비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4년 전부터 괭생이모자반을 비료로 사용하고 있는 김씨는 "괭생이모자반을 사용한 후부터 비료 사용량이 훨씬 줄었고, 모자반이 식물촉진제 역할까지 한다"며 "이 좋은 걸 다른 농민들이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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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농가에 무상제공.."토양 비옥해져"
비료화 연구 지지부진..해양쓰레기 문제도
26일 오후 제주도 관계자가 해안에서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을 한 농가에 비료용으로 보급하고 있다.2020.5.26 /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효자죠 효자. 괭생이모자반을 밭에 뿌리고 그대로 썩게 두면 밭이 훨씬 비옥해져요."

26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호박밭에서 만난 김광호씨(79)는 올해 괭생이모자반 1000톤을 비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김씨 밭 한쪽에는 비닐포대로 덮인 괭생이모자반이 봄 햇볕 아래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제주 해안의 불청객인 중국발 괭생이모자반이 육지에서는 비료로 탈바꿈하며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도는 해안에서 수거되는 괭생이모자반을 도내 필요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골칫덩이인 줄만 알았던 모자반의 재탄생이다.

4년 전부터 괭생이모자반을 비료로 사용하고 있는 김씨는 "괭생이모자반을 사용한 후부터 비료 사용량이 훨씬 줄었고, 모자반이 식물촉진제 역할까지 한다"며 "이 좋은 걸 다른 농민들이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26일 오전 제주항에서 제주도 관계자가 해안에서 수거한 중국발 괭생이모자반을 트럭에 싣고 있다.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은 도내 농가에 비료로 배포된다.2020.5.26 /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 해안 전역에서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은 세화항과 제주항 두 곳에서 필요 농가로 보내진다.

이날 오전 수십개의 괭생이모자반 포대가 깔려 있던 제주항에서 출발한 트럭 2대가 멈춘 곳은 한경면의 한 농가.

트럭에 실려 있던 20톤가량의 괭생이모자반을 밭에 쏟아내자 집게차가 모자반을 들어 밭 한편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김경돈씨(64)는 이날 받은 괭생이모자반을 소나무 재선충약과 혼합해 퇴비화할 계획이다.

농가마다 괭생이모자반을 활용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김씨는 "옛날부터 여러 해조류를 퇴비로 사용했다"며 "올해 처음 시도하는 거라 실험이나 마찬가지지만 1년 정도 썩히면 몇 년간 사용할 수 있는 퇴비가 되지 않을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괭생이모자반의 효과가 검증된 바는 없으나 예로부터 제주 농가들은 자생하는 모자반을 비료로 써왔다. 모자반은 토양에 염분과 무기물질 등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젖은 상태의 괭생이모자반을 농가에 전달하는 것 외에는 아직 뾰족한 처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김씨는 "소규모 농가에서 이걸 다 비료화하긴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이들 꺼리는 것"이라며 "도에서 나서서 먼저 모자반을 비료화한 후에 보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정부에서 괭생이모자반을 비료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며 "지금은 각 농가에 그저 보급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밝혔다.

26일 오전 이호동에서 농사를 짓는 황모씨(81)가 괭생이모자반에 딸려온 해양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있다.2020.5.26 /뉴스1© News1 오현지 기자

특히 수거된 상태 그대로 농가에 보급되다 보니 딸려 온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 것까지 고스란히 농민 몫이 됐다.

제주시 이호동에서 만난 황모씨(81)는 밭에 널린 괭생이모자반 더미에서 쓰레기를 골라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황씨는 "괭생이모자반을 쓰면 땅이 비옥해지는 건 좋은데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힘들다"며 "바다에서 바로 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이런 수고 때문에 덜 쓰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 관계자는 "제주에 자생하는 모자반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에서 떠내려오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끼어있을 수 있다"며 "일일이 이물질을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5일까지 제주 전역에서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은 총 1170톤으로, 이중 446톤은 한경과 한림지역 8개 농가에 퇴비로 제공됐다.

도 자체 수요조사 결과 총 37농가에서 1200톤의 괭생이모자반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돼 수거하는 즉시 농가에 전달할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가 해안에서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을 한 농가에 비료용으로 보급하고 있다.2020.5.26 /뉴스1© News1 오현지 기자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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