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중고 237만명 반가움 속 불안한 등굣길..450여 곳 연기

남윤서 2020. 5. 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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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의 등교 개학일인 27일 오전 세종시 연양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을 반기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초 교문에 풍선을 엮어 만든 문이 세워졌다. 3월 입학식에 맞춰 준비한 풍선문이 87일간의 등교 연기 끝에 드디어 빛을 본 것이다. 1~2학년 학생들은 풍선문을 지나 발열을 체크하고 손소독을 한 뒤 학교에 들어갔다.

외부인 출입을 금지해 학부모들도 교문 밖에서 아이들의 첫 등교를 지켜봐야 했다. 한 1학년 여학생이 학교에 들어서다 말고 교문 밖 엄마에게 달려와 안겼다. 엄마는 “괜찮아. 잘 할 수 있지”라며 아이를 달랜 뒤 돌려보냈다.


초등 첫 등교, 반가움 속에서도 불안
지난주 고3 등교에 이어 27일 2차 등교가 시작됐다.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 중3, 고2 등 237만여명이 대상이다. 감염 우려로 전국 450여개 학교가 등교를 연기한 가운데, 학생들을 맞는 학교에는 반가움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2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초에서 등교하는 어린이를 교문 밖에서 학부모가 지켜보고 있다. 채혜선 기자

수내초 1학년 학부모인 박정원씨는 “아이가 계속 학교에 가고싶어 했는데 드디어 등교해 뭉클하다”며 “젊은층이 경각심을 느꼈다면 더 빨리 했을텐데 코로나19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문 앞을 메운 학부모들은 “아이가 아침 6시부터 책가방을 몇번이나 들었다 놨다 했는지 모른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학생 수가 많은 학교라 감염 걱정도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같은 시각, 서울 송파구 세륜초 앞에는 어린이들이 긴 줄을 섰다. 교문에서 발열 측정과 손 소독, 건강 상태 확인이 이뤄지면서 줄은 100m 가량 이어졌다. 교문에 나온 교사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교사 박현지 씨는 “아이들이 너무 반갑고 오늘 하루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며 “학부모 걱정을 잘 알기 때문에 쉬는시간부터 급식까지 철저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교실마다 가림막을 설치하고 화장실 바닥에도 발바닥 표시를 붙여 학생들이 거리를 유지하도록 했다.

27일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 교실 책상 위에 투명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뉴스1


반가움 속에서도 불안감은 적지 않았다. 2학년 박모군은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데 엄마가 예전처럼 놀면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1학년 학부모 김모(32)씨는 “집에서 돌봄이 어렵기는 했지만 이 상황에 학교에 보내는 것도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에 등교하는 3학년 학부모도 걱정되는 마음에 학교 앞에 나와 등교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일부 학교 등교 연기…학부모 “차라리 다행”
반면 등교가 연기된 서울 강서구 공진초 앞은 한산했다. 이 학교는 길 건너편 미술학원에서 강사와 유치원생 확진자가 나오면서 다음달 3일로 등교를 미뤘다. 방역을 한 뒤 이날부터 긴급돌봄을 다시 시작했지만 학교를 찾는 학생은 드물었다.

강복란 공진초 교감은 “지난주까지 긴급돌봄 학생이 130명 넘었는데, 오늘은 3분의 1도 안된다”며 “학부모 불안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맞벌이라 어쩔 수 없이 긴급돌봄을 맡기지만 걱정이 크다”며 “내일부터는 친정 부모께 아이를 맡기려 한다”고 했다.

27일 오전 울산시 남구 옥동 격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가기 전 발열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등교 연기된 초등학생들은 예전과 같이 EBS TV를 통한 원격수업을 받았다. 서울 성동구의 초등 2학년 학부모 김모씨(37)는 “불안해서 가정학습을 신청하고 학교에 보내지 말까 했는데, 연기돼서 차라리 다행”이라며 “이제는 아이도 집에서 EBS로 수업하는 방식에 적응해서 크게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세륜초 등교 현장을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국지적 확진자가 나와 등교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더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방역 긴장 속에서도 학업을 지켜내는 새로운 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남궁민·채혜선·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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