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서해'..밀입국자들이 레저보트 타고 유유히 와도 몰라(종합)

이재림 2020. 5. 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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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에 붙잡힌 밀입국 용의자 "모선 없이 산둥서 출발"..경계·감시 허술
2t 미만에 원거리 항해용 통신 장비 없어 해경 관제 밖..4월에도 의심 보트
소형 보트서 흔적 찾는 해경 (태안=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25일 오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 태안해경 전용부두에서 해경 관계자들이 전날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발견한 소형 보트를 감식하고 있다. 2020.5.25 psykims@yna.co.kr

(태안=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우리나라 서해 경계망이 뻥 뚫렸다.

중국인 밀입국 용의자들이 레저용 모터보트를 타고 충남 태안 해안가에 도착한 뒤 국내에 잠입할 때까지 군이나 해경 모두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27일 해경에 따르면 밀입국 용의자 중 한 명인 40대 중국인 남성 A씨가 전날 오후 7시 55분께 전남 목포시에서 붙잡혔다.

그는 "20일 오후 일행 5명과 함께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를 출발해 21일 태안 앞바다에 도착했다"고 해경에 진술했다.

A씨 일행은 큰 배를 타고 공해상까지 나와 작은 선박으로 옮겨타는 과정 없이 길이 4m·폭 1.5m 크기의 1.5t급 레저 보트로 곧장 우리나라까지 왔다.

태안 해변서 발견된 소형 보트 내 구명조끼 (태안=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지난 23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발견된 소형 보트 안에 구명조끼와 기름통, 낚싯대 등이 놓여 있다. 2020.5.25 sw21@yna.co.kr

이런 사실은 국내 보트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앞서 연합뉴스 통화에서 보트 업계 한 관계자는 "선형(배의 모양)이 칭다오(靑島)를 비롯한 중국 산둥성 쪽에서 많이 목격한 모델"이라며 "태안에서 발견된 보트를 직접 보지 않아서 100%가 아닐 뿐 90% 이상 확신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특히 보트에 달렸던 60마력 선외기 엔진이 중국 해안가의 레저 보트에서 많이 쓰는 것과 동일한 사양이라고 했다.

태안반도와 중국 산둥반도 사이 가까운 직선거리가 320∼350㎞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간에 기름을 넣으면서 넘어오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보트 안에서는 중국어가 쓰여 있는 구명조끼, 옷가지, 빵을 비롯해 여분의 기름통이 발견됐다.

보트 발견된 태안 해변서 철수하는 군인들 (태안=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25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경계 근무를 하던 군인들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2020.5.25 sw21@yna.co.kr

밀입국자들이 탄 민간 레저보트 한 대가 유유히 해안·해상 경계망을 뚫고 들어온 만큼 군과 해경은 허술한 감시 태세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선 마음먹고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하는 이들까지 식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명을 제기하나, 근본적으로는 군과 해경에서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육군은 해안선 경계 임무를, 해군은 해양 경계 임무를 수행한다. 다만 이번처럼 민간 영역의 감시는 해경에서 주로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5일 합참은 이번 상황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군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면 추가적인 확인, 평가, 검증이 필요하다"면서도 해당 해역과 지역에 대한 경계 상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2t 미만인 데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없어서 해경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에도 걸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2t 이상에 AIS를 설치한 배는 관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이번 밀입국에 쓰인 보트는 그 범위 밖에 있기 때문이다.

해경에 붙잡힌 밀입국 중국인 (태안=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지난 21일 레저용 모터보트를 타고 충남 태안으로 밀입국했다가 전남 목포에서 해경에 붙잡힌 중국인 40대 남성이 27일 오후 태안해양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0.5.27 sw21@yna.co.kr

앞서 15년 전인 2005년 6월에도 보령시 장안해수욕장 백사장에 1.5t급 선박(FRP 재질)이 버려진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당시 배 안에는 중국상표가 붙은 생수병 30여개, 휘발유 통 4개, 구명조끼 6벌, 나침반 등이 있었다.

장소만 다를 뿐 이번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

2009년엔 중국 교포와 탈북자까지 포함된 36명이 배를 타고 산둥성을 출발해 보령시 폐업 조선소를 통해 밀입국했다.

당국은 당시도 이런 사실을 일주일 넘게 전혀 모르고 있다가, 국내로 들어온 경위를 설명하는 탈북자의 진술 덕에 뒤늦게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해경은 이후 밀입국을 도운 남성을 붙잡아 구속했으나, 밀입국자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춘 것으로 파악됐다.

4월에 태안 의항 백사장에서 발견된 의문의 고무 보트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20일에는 이번 모터보트가 확인된 인근 태안 의항 백사장에서도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검정색 소형 고무보트가 발견됐는데, 해당 보트 역시 밀입국에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큰 별이 그려진 기름통과 국내 유통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엔진 등 이번 상황과 유사점이 많아서다.

해경은 그러나 "군청 CCTV를 통해 고무보트 관련자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육상에서 고무보트로 이동한 뒤 기름을 넣은 후 다시 육상으로 가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공용의점이나 밀입국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태안해경은 이날 목포에서 태안으로 압송한 A씨를 상대로 자세한 밀입국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나머지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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