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관심 부담됐나..'간송 보물 2점' 유찰

도재기 선임기자 2020. 5. 2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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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찰자 나서지 않아..미술관, 재정난 타개 계획에 차질
고미술계 "큰 주목, 구입 망설인 듯..비공개 매각 전망"
27일 서울 강남구 케이(K)옥션 경매장에서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의 경매가 시작되고 있다. 연합뉴스



간송미술문화재단(간송미술관) 설립·운영자들이 경매에 출품한 삼국·통일신라시대 불상 2점(보물 284호·285호)이 27일 경매에서 모두 유찰됐다.

이들 문화재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K)옥션 경매장에서 시작가 15억원으로 경매가 시작됐으나 응찰자가 나서지 않았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데다 수준 높은 소장품으로 유명한 ‘간송 컬렉션’의 첫 경매 출품작이란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장품 매각을 통해 재정난 타개, 제2의 도약을 추진하려던 간송미술관의 계획도 새 구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차질을 빚게 됐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낙찰됐으면 좋았을 텐데 당황스럽다”며 “향후 일정과 관련해선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고미술계 관계자는 “고미술계에선 매각 작품이 사회적 주목이나 화제가 되면 ‘바람을 맞았다’는 표현을 쓰면서 구입을 망설인다”며 “결국 사회적 주목 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응찰자가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젠 비공식적으로 간송미술관에 구입 타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도 “유찰된 출품작을 재출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간송미술관도 비공개 매각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매에 앞서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소장품 출품과 관련해 “안타깝고 민망한 일이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많은 고민 끝에 미래를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시설 개선을 통한 더 활발한 운영, 제2의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과 서울시 등은 서울 성북동 보화각 인근에 간송 컬렉션의 관리·보존 등을 위한 수장고 건립에 들어갔다. 대구시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진행 중이다. 수장고 건립과 보화각 복원, 대구간송미술관 설립 등이 이뤄지면 간송미술관의 전시와 관련 문화사업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문화계는 전망해왔다.

경매에서 유찰된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은 일제강점기 당시 ‘민족문화 수호’를 강조한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일본으로 유출될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수집, 국내 첫 사립미술관인 보화각(현 간송미술관)에 소장한 ‘간송 컬렉션’의 일부다.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와 수량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간송 컬렉션은 총 4000여건, 1만여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소장품 목록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소장품에는 국보 12건·보물 32건, 시·도지정문화재 4건 등 지정문화재만 48건이 있다. 간송 컬렉션은 간송 타계 이후 장남인 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1934~2018·서울대 교수)과 차남 전영우 현 재단 이사장(80·전 상명대 교수)을 거쳐 간송의 장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장(49)까지 3대에 걸쳐 보존·관리되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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