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윤미향 사태에 할 말하는 박용진, 보수 유권자들도 몰표 줬다

강찬호 입력 2020. 5. 28. 00:30 수정 2020. 5. 2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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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발언, 통합당 지지자도 감동
윤미향 사태서도 '사이다' 발언
피아 안 따진 상식, 최고득표 비결
강찬호 논설위원

“민주당이 아주 갈 데까지 가려나. 180석 뽑아주니 눈에 보이는 게 없나. 지금 할머니를 욕보이는 거냐. 드러난 의혹이 한둘이 아닌 데 어떻게 설명할 건데.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공정한 사회, 반칙 없는 사회냐”

윤미향을 철벽방어 중인 더불어민주당에 위의 댓글과 같은 민심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윤미향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70%가 넘었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그러나 이용수 할머니의 피맺힌 기자회견이 전 국민에 생중계된 바로 다음 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실소조차 안 나온다. 이 대표가 민주당 당선인 전원에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 의석을 과신해 우리 생각만 밀어붙였다가 망했다.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써서 돌린 편지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이다. 이 편지는 그저 쇼에 불과했던 것 같다. 자신들에 아픈 일이 터지자 바로 ‘열린우리당 모드’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민주당 안에서 양심의 소리를 내는 의원이 몇 있다. 박용진(재선·강북을)이 선두다. 조국 사태 때 “국민이 납득할 해명을 내놓으라”며 ‘결단’을 촉구해 당에선 욕을 먹었지만, 국민에겐 박수를 받았던 그다. 민심은 이번 총선에서 그에게 민주당 내 서울 최고 득표율(64.45%)을 안겨줬다. 윤미향 사태에서도 그의 입은 가장 빨리 열렸다. 여드레전 “위안부 문제에 진보·보수가 어디 있고, 회계투명성에 네편 내편이 어디 있나. ‘내편 감싸기’식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똑떨어진 소리로 포문을 열었다. 어제는 “침묵하는 윤미향에 불체포 특권 안된다”고도 했다. 그를 만났다.

Q : 서울 최고 득표율로 재선 의원이 됐다.
A : “4년 전보다 14% 더 받았고, 2위와 격차도 더 벌렸다. ‘할 일은 똑바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젊은 정치인’ 이 슬로건이었다. 내 작품이 아니고 지역구 주민들이 지어 준 거다. 여기에 승리 비결이 있지 않을까”

Q : ‘할 말 제대로 한다’는 조국 관련 소신 발언을 뜻하나.
A : “유세 기간에 길거리에 서 있으면 ‘난 보수 성향이고 통합당 지지자지만 당신이 조국 사태에 바른말을 하고, 쓴소리도 할 줄 알기에 찍어주겠다’는 주민들이 많았다. ‘실망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좋았다’는 사람이 열배 더 많았다. 내 득표의 상당수가 통합당 지지자 표란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배운 게 있다. 아전인수 대신 중도와 상대방 표를 가져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다. 민주당 지지자만 보고 정치하면 양극화가 심해진다. 우리 정치의 최대 폐해가 진영 논리 아닌가.”

Q : 민주당은 윤미향 사태에서 또 그 진영논리를 꺼내 들었는데.
A : “국민 상식의 가장 기초로 자리잡고 있는 게 회계 투명성이다. 다른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이건 좀 투명하게 합시다’고 한 건데 그렇게 (‘30년 운동 폄하’나 ‘친일’프레임으로) 나올 문제가 아니다. 내가 유치원 3법을 만들면서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요구한 것도 딱 하나, ‘회계 투명하게 하라’였다. 그랬더니 나를 ‘빨갱이’로 몰더라. 이게 한유총이 국민한테 된서리 맞고 두 손 든 핵심 원인이 됐다. 국민 지갑에서 나온 정부 지원금과 교육비가 어떻게 집행되는지 들여다보는 건 상식인데 ‘사유재산 침해’라고 거부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섰다. 학부모를 볼모 잡으려 한 거다. 그런데 ‘멘붕’에 빠질 줄 알았던 어머니들이 들고일어나 한유총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게 요즘 국민 눈높이다. 회계 문제는 더는 용납 안 한다. 이번 사태도 (불투명한) 회계에 성난 민심이 본질이다. 그런데 갑자기 ‘조국 가족의 심정이 이해된다’는 식으로 나오면 진영 논리로 가는 거다.”

Q : 조국 사태 때 바른말 한 ‘죄’로 낙천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는데.
A : “그렇지 않다. 아무도 경선에 나서지 않아 쉽게 공천됐다. 난 20년간 지역구에서 살았다. 매일 주민들을 만나니 전화번호 아는 주민이 1만 명이 넘는다. 유치원 3법, 대기업 개혁, 소신 발언 등에 주민들이 점수를 주신 것 같다.”

Q : 이용수 할머니 회견은 어떻게 보나.
A : “‘아이들한테 왜 진영논리를 가르치나. (일본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가르쳐야지’란 말씀을 듣고 놀랐다. 우리 정치인들이 풀지 못하는 한일 갈등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박근혜 정부 때 일본과 맺은 합의를 ‘적폐’라 하지 않나. 그러나 할머니들 생각은 달랐다는 거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그거다. 지금까지는 정의연 발표가 피해자들 입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할머니들 생각이 뭔지 알아보지 못하고 정의연 입장만 들은 데 대해 ‘내가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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