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KTX 사적 이용 땐 유료.. 의원연금 19대부터 폐지 [심층기획 - 21대 국회 리포트]

이현미 2020. 5. 2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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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국회의원 특혜 팩트체크 / '특권'이 비리·막말 방패돼선 안된다 / 아직도 곳곳에 의원 혜택 과다 / 회기중 '불체포 특권'이 대표적 / 윤미향 의혹 맞물려 논란 재점화 / "의원도 회기중 잘못 땐 구속해야" / 차량도 본인 마련.. 유지비·유류비는 제공 / '민방위 동원 대상 면제'도 2016년 폐지 / '의원 전원 연2회 해외시찰'도 와전된 것 / 기초단체장 공천권 등 무형의 권한 막강
‘민방위 대상 제외, 만 65세 이상이면 월 120만원 지급, 공사 구분 없이 철도·항공 무료 이용’.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여론의 도마에 오른 국회의원의 특권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은 곳곳에 숨어 있다.
 
국회 회기 중 구금·체포되지 않을 권리인 ‘불체포특권’이 대표적이다. 국회 회기 중에 의원을 체포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회기 전 체포된 경우에도 국회 요구로 석방시킬 수 있다. 단 현행범은 제외된다.
 
과거 독재정권이 입법부 장악 수단의 일환으로 반대파 의원을 불법체포하던 시절에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는 자구수단으로 만들어진 장치이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개인 비리에 연루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불체포·면책특권, 이제는 개선해야

2017년 12월11일 법원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최경환·이우현 의원에 대해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날 바로 ‘방탄국회’가 열리는 바람에 두 의원은 영장발부 24일 만인 2018년 1월4일에서야 구속됐다. 국회 회기가 종료된 뒤였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기부금 유용 의혹 등의 사유로 고발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문진석 당선인은 2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독재시대에 효과가 있었던 불체포특권이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금까지 존속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원도 잘못하면 (회기 중에라도) 구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에게는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특권도 주어진다. 면책특권에 기댄 의원들의 ‘아니면 말고식’ 폭로, 인신공격성 막말 등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도 면책특권 조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016년 국회 법사위에서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위촉된 MBC 고위 간부가 성추행 전력자라고 허위 사실을 폭로했다가 다음 날 자신이 잘못된 사람을 지목했다며 사과했다. 피해자는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8년 대법원은 허위사실일지라도 국회 내에서 이뤄진 행위라면서 의원 면책특권을 인정했다.
◆고연봉·면세혜택 과하진 않나

국회의원 1인 연봉은 올해 기준 약 1억5187만원이다. 기업으로 따지면 임원급에 해당한다. 일반수당(연 8100만원), 관리업무수당(연 720만원), 정액급식비(연 168만원), 정근수당(연 675만원), 명절휴가비(연 810만원), 입법활동비(연 3783만원), 특별활동비(940만원)로 구성된다.

하지만 ‘1인 헌법기관’답게 각각에게 따라붙는 지원 인력과 경비가 상당하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팀’에 들어가는 평균 연간 경비는 약 6억1178만원에 달한다. 보좌진 9명의 인건비가 연 5억1495만원으로 입법 및 정책개발비(연 2779만원), 업무추진비(연 348만원), 사무실 소모품비(연 519만원) 등 의원실별로 연간 평균 9622만원의 경비 지원을 받는다.
의원은 일부 면세 혜택도 받는다. 의원 연봉인 일명 ‘세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입법·특별활동비, 정액급식비에 비과세가 적용된다. 이를 놓고 법적 다툼까지 일었지만 2011년 대법원은 국회의원의 입법·특별활동비는 직무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 또는 수당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시했다.

의원은 건강보험료도 실제 봉급에 비해 적게 낸다. 비과세 항목을 제외한 금액에만 보험료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 근로자처럼 전체 보험료의 절반만 의원 본인이 내고 나머지는 사무처에서 내준다.

국민의 눈총을 의식해 2019년 3월 입법 및 특별활동비를 연봉에 포함시켜 과세하는 내용의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정의당 심상정 의원안)이 발의됐지만 6개월 만에 의원실에서 안을 철회했다. 의원의 정치자금 ‘실탄’은 후원금에서 나온다. 의원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회를 두고 연간 1억5000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그 2배인 3억원의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후원금에는 상속·증여세가 부과돼 세율만큼 금액을 제하고 남은 돈을 받는다.
출판기념회도 쏠쏠한 정치자금 통로다. 현재 여기에서 오가는 돈을 관리·감독하는 법이 없어 가장 음성적인 창구로 활용된다. 책값으로 상당 금액을 넣어 전달하는 문화가 여전히 횡행한다.
◆의원연금·KTX 사적 무료이용 등은 폐지

만 65세 이상 전직의원에게 월 120만원을 지급하는 ‘연로회원지원금’(국회의원 연금)은 2014년 폐지됐다. 2013년 기준 당시 만 65세 이상이었던 전직 의원에게만 현재 지급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아무도 이 혜택을 보지 못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다. 의원은 선출직인 만큼 공무원연금 가입 대상이 아니다. 만 60세 이하는 의무 가입 대상으로서 연금납부액의 절반(수당의 4.5%)은 본인이 내고 나머지는 사무처에서 지급한다. 만 61세 이상인 의원은 임의가입자로서 본인이 전액을 부담한다.

KTX, 비행기, 선박을 무료 이용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2005년 1월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되기 전에는 사실상 공사 구분 없이 무료로 교통수단을 제공했지만, 이제는 공무로 이용하는 경우 의원공무수행출장비 한도 내에서 국회사무처에서 비용을 지원받는다.

의원 차량도 본인이 마련해야 한다. 의원 대부분이 검은색 대형 세단이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타며 차량의 유사함 때문에 사무처 지급품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으나 본인 부담이 원칙이다. 다만 매월 145만8000원 차량 유지비 및 유류비가 제공된다.

국회의원이 지닌 또 다른 권력은 지역구 기초자치단체와 시·구의원 공천권이다. 지역구 의원은 대부분 해당 지역의 지역위원장(또는 당협위원장)을 맡아 당원들을 관리하며 공직 후보 선출 과정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2016년까지 의원은 민방위 동원 대상에서 면제됐다. 하지만 그해 민주당 김해영 의원 주도로 이 권한을 폐지했다. 김 의원은 2017년 국회의원 최초로 민방위 훈련을 받았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민방위기본법 개정안’과 국회의원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지 못하게 한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정해진 기간 내에 처리되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 ‘의원특권 내려놓기 법안’은 최근 국회사무처가 실시한 20대 국회 우수법안 설문조사에서 국민이 뽑은 1위로 선정됐다.

의원에게는 해외순방 시 항공 비즈니스석과 공항 내 귀빈실 사용과 출입국 절차 간소화 혜택도 주어진다. 재외 공관의 출영·환송, 통역 주선 등도 받는다. ‘모든 의원이 연 2회 해외시찰을 간다’는 세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자격기준을 충족한 일부 의원만이 해외출장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선수 높은 의원들이 차례차례 혜택을 누리거나 ‘외유성 출장’ 논란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등 혈세 낭비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처럼 의원에게 주어지는 무유형의 혜택이 큰 만큼 국민의 기대도 높지만 지난해만 해도 여야가 극심한 갈등을 반복하며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의원이 일을 하지 않아도 세비는 꼬박꼬박 지급된다. 반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국회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봉사한다.

이현미·곽은산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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