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평화의 소녀상' 휘감은 저작권 침해 논란

김영훈 2020. 5. 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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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고 더 많은 이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고 소녀상을 세우는 거잖아요. 저작권 위반이라며 소녀상을 공개도 말고 폐기하라니까 저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죠."

장 작가는 "김운성 작가가 지난 17일 전화를 걸어 태백 소녀상이 자신이 만든 평화의 소녀상과 거의 유사해 저작권을 침해했으니 폐기 처분하라"면서 "후배 작가가 그런 것도 모르냐며 훈계조로 다그쳐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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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소녀상 작가 “아픈 역사 소녀상에 저작권법 위반이라니”

원조 소녀상 작가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창작자 권리 훼손”

장윤실 작가 부부가 만든 '태백 평화의 소녀상'(왼쪽 사진)과 2011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가 최초로 세운 ‘평화의 소녀상’. 장윤실 작가 제공ㆍ뉴시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고 더 많은 이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고 소녀상을 세우는 거잖아요.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소녀상을 공개도 말고 폐기하라니까 저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죠.”

강원 태백시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장윤실 작가는 28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거듭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겨울 장 작가 부부가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사명감으로 만든 ‘태백 평화의 소녀상’이 올해 2월 완성됐는데도 공개는커녕 한동안 넝마에 둘둘 말린 채 태백문화예술회관 앞 길가에 흉물처럼 방치됐기 때문이다. 장 작가는 “소녀상 건립 취지를 잘 아는 터라 인건비는 고사하고 부족한 제작비는 자비까지 들였다”면서 “우리 부부에겐 태백 소녀상이 너무 각별한데 자칫 녹아 없어질 운명이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저작권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 방법과 표현한 대상이 확연히 다르다”는 장 작가와 “전체적인 측면에서 저작권 침해”라는 원조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작가 부부의 주장이 격돌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단 하나뿐인 주물공장을 운영하는 장 작가 부부는 지난해 9월 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태백 소녀상추진위원회’의 요청을 받고 소녀상 제작에 나섰다. 올해 초 완성된 태백 소녀상의 운명이 갑자기 바뀐 건 평화의 소녀상으로 이름을 알린 김운성ㆍ김서경 작가 부부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로 등재된 김운성 작가 부부는 국내외에 세워진 소녀상 130여개 중 90개 이상을 제작했다.

장 작가는 “김운성 작가가 지난 17일 전화를 걸어 태백 소녀상이 자신이 만든 평화의 소녀상과 거의 유사해 저작권을 침해했으니 폐기 처분하라”면서 “후배 작가가 그런 것도 모르냐며 훈계조로 다그쳐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다음날엔 장 작가 앞으로 ‘저작권법 위반’ 통지를 담은 내용증명서가 도착했다. 장 작가의 소녀상이 △새가 왼쪽 어깨에 있는 부분이나 저고리 방향 △인물의 표정ㆍ머리스타일ㆍ움켜쥔 손 모양이 김 작가의 소녀상과 유사해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는 게 골자였다. 결국 장 작가는 지난 23일 예정된 제막식을 3일 남겨두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 행사를 연기했다.

장 작가는 자신의 소녀상이 김 작가의 소녀상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백 소녀상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온 태백 여성을 표현하고 싶어 단단하고 강직한 표정을 담았다”면서 “왼쪽 어깨의 새 역시 비둘기가 아닌 탄광에 광부들과 함께 들어가는 카나리아”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 작가는 소녀상 제작방법이 다르고 태백 소녀상이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작가의 소녀상은 쇳물을 주물 형틀에 붓는 전통적 방법인데 반해 태백 소녀상은 형틀이 필요 없이 주물을 그대로 붓는 소실모형조형기법”이라며 “얇게 주물을 입히는 김 작가의 소녀상에 비해 태백 소녀상은 주물 그 자체라 무게도 두 배 가량 나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장 작가는 2,600만원에 만들어 주기로 태백 추진위와 계약을 맺었다. 김 작가 부부의 소녀상 제작비로 알려진 3,300만원 보다 저렴하다.

그간 김운성 작가는 소녀상 제작비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다만 시민들 모금으로 제작하는 거라 투명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태백 소녀상에 대해서는 장 작가의 해명에도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태백 소녀상의 몇 가지 차별점을 갖고 다르다고 주장해도 전체적으로는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좋은 의미로 소녀상을 만들었고 공공의 가치라 하더라도 창작자 개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mailto:huni@hankookilbo.com)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mailto: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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