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檢조서 증거제한 문제없다"..수사권조정 앞둔 檢비상

박태인 2020. 5. 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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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열린 조희대 전 대법관 훈장수여식에 앞서 김명수 대법관이 조 전 대법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검경 수사권조정에 관한 대통령령 개정을 앞두고 법원행정처가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능력을 바로 제한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0대 국회의 여야 '4+1' 협의체는 올해 1월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을 개정하며 검찰의 피신조서 증거능력을 제한하되 '4년 내'에 시행한다는 단서조항을 두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지난 4월 '수사권개혁 후속 추진단 회의'에서 "별도의 유예 기간을 둘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피신조서에 대해 검찰도 우려를 표명할만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힐만큼 검사들에겐 민감한 사안이다. 대검은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경찰은 "법원과 같은 입장"이란 상황. 청와대에선 '논의 중'이라는 것 외에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자백으로 살펴본 피신조서 논쟁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되기 전만 해도 피의자가 경찰에서 한 자백과 검찰에서 한 자백의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경찰에서 한 자백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을 하면 판사가 읽지도 못했다. 하지만 검찰 조서는 특별한 사정 없이 진술한 사실만 인정되면 내용을 부인해도 증거로 채택됐다.

판사가 법정에 참고인을 불러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볼 수 있었지만 검찰 조서는 읽었다는 뜻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가 조서를 보면 유죄 심증이 생길 수 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조서만 읽고 재판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도 검찰이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는 고(故) 한만호씨를 수십 차례 불러 피신조서를 받은 것이 논란이 됐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검사의 피신조서가 증거로 인정되니 검찰이 피고인을 '불러서 조진다'는 은어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8월 실형 2년이 확정된 한 전 국무총리가 서울구치소 수감 전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 최근 여권에선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에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뉴스1]



4년 이내 vs 지금 당장
이번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통과로 검찰의 조서는 경찰 조서와 똑같아졌다. 개정된 형사소송법 312조에 따르면 검사의 피신조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내용을 인정할 때에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형사 전문 변호사인 최주필(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는 "검사의 입증 책임이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올해 2월 공포돼 법령에 따라 6개월~1년 내에 시행돼야 한다. 현재 대통령령 세부 작업이 진행중인데 법원행정처는 8월부터 검찰의 조서 증거능력을 제한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는 "이미 검찰에서 한 자백만으로 유죄가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현행 재판의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검 측은 "아무런 보완책 없는 이런 시급한 변화는 수사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n번방 사건과 같이 다수가 관여하는 범죄는 피의자 조사를 통해 공모를 밝혀야 한다"며 "아무런 보완없이 피신조서 능력이 제한되면 조직범죄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26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위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앞에 드러누워 이상민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는 모습. [연합뉴스]



일각선 "무죄 늘어날 수 있어"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현직 부장검사도 "수사권조정도 이뤄지는 상황에서 피신조서의 증거능력까지 바로 날아가면 수사 공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자백이 중심일 수밖에 없는 뇌물 수사나 치밀한 범행으로 증거가 인멸된 살인 사건에서 유죄 입증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2020년 검찰개혁법 해설』을 펴낸 이완규 전 부천지청장은 "증거를 찾기 어려워 자백의 중요성이 큰 범죄 사건들은 여전히 많다"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면 이런 사건들의 무죄가 쏟아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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