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코로나의 봄'.. 마이크론 석달 매출 10% 급증

성호철 기자 2020. 5.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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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업체가 던져준 희소식]
두달前의 전망보다 늘어난 실적.. 매출총이익률은 33%까지 제시
"공급과잉 우려하지 않는다"
업계 "3위 마이크론이 이렇다면 1·2위 삼성·하이닉스도 좋을것"

27일(현지 시각)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의 주가가 8% 가까이 급등한 49.45달러에 마감했다. 두 달 전 30달러 중반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바닥을 다진 뒤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주가 급등은 마이크론의 '깜짝 발표' 덕이다. 2020년 3~5월(마이크론 회계상 3분기에 해당) 매출 전망치를 52억~54억달러(약 6조7000억원)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지난 3월에 발표한 전망치(46억~52억달러)보다 중간값 기준으로 8%가량 높였다. 코로나 사태에도 예상보다 메모리 반도체가 잘 팔린다는 의미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자동차·항공·금융·석유 등 주요 업종이 최악의 상황에 처한 가운데 한국 주력 수출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에 가장 먼저 희소식이 들리는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코로나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긴 하지만 2분기(4~6월) 실적은 나쁘진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른 업종의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훨씬 나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형컴퓨터(서버)나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쓰이는 범용 부품이다.

◇마이크론, 실적 전망치 올려

마이크론의 실적 상향 조정은 이례적인 일이다. 코로나로 미국의 대다수 주요 기업은 실적 전망치를 낮추거나 아예 전망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전망치의 중간인 53억달러를 실제 매출로 추정하면 전 분기 대비 10% 안팎 성장이다. 주목할 대목은 매출총이익률(매출에서 제조 비용을 뺀 이익률)의 상승이다. 이날 전망치에선 32~33%를 제시했는데, 전 분기(28%)보다 높은 수준이다.

마이크론의 수밋 사다나(Sumit Sadana) 최고운영책임자는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데이터 센터의 수요가 눈에 띌 정도로 강세"라고 말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알리바바·텐센트와 같은 미국·중국 테크기업들이 앞다퉈 클라우드(대량 데이터 저장 서비스) 사업 확장을 위해 데이터 센터에 쓸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 구매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트북 PC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데다, 코로나로 타격받은 스마트폰도 최악의 상황까진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D램 메모리 수요는 서버가 40%로 가장 많고 스마트폰, PC(기타 포함)가 각각 35%와 25%를 차지한다. 마이크론 측은 "반도체 공급과잉을 우려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분기 기대감

3위 업체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치가 높아지면서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각각 13조1400억원(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매출만 추출)과 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삼성전자는 14조~15조원, SK하이닉스는 8조원대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8일 두 회사 주가는 마이크론의 호재를 반영, 각각 1%(종가 5만400원)와 3.07%(8만3900원) 올랐다.

관건은 올 하반기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아마존·구글·알리바바 같은 소수 큰손이 좌우한다. 보통 1~3개월치를 대량 구매하는데, 큰손들이 데이터 센터 투자 축소로 돌아서면 한순간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휘청거릴 수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2분기 물량은 이미 계약 완료"라고 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상황이다. 현재 3분기 물량 협상이 오가는데 큰손들이 서로 눈치 보는 분위기도 엿보인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메모리 반도체 향후 전망과 관련, 눈여겨볼 지표는 대만의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하는 '고정거래가(기업 간 대량 거래)'다. 지난달 D램 가격(8기가비트 DDR4 기준)은 전달보다 11.9% 급등했었다. 이번 달에도 상승세를 이어갈지가 중요한 대목이다. 반도체 업체 한 관계자는 "메모리 거래는 철저한 대외비라서 기업 내부에서도 극소수만 정보를 공유한다"면서도 "불확실성이 크긴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긍정론이 우세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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