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주당 '예타 기준 완화' 추진..정부 '세출 구조조정'과 배치

조형국 기자 2020. 5.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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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입법과제로 '총사업비 500억 → 1000억 상향' 제시
정교한 조정보다 '재정 풀어 경기 활성화' 초점에 비판
과거엔 "선심성" 반대도..통합당 동조에 통과 가능성
72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 28일 국회 중앙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참석자들이 간격을 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주요 입법과제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관련 경기침체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경기부양책으로 대응한다는 취지지만, 확장적 재정운용에 따라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내건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19·20대 국회에서 “선심성 사업 증대”를 우려하며 반대했던 것과도 상반된 기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8일 “당이 예타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입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지난 27일 21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에서 SOC사업 예타 대상 기준금액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주요 입법과제로 발표했다.

현재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인 건설·연구개발 사업 등에 실시되고 있다. 총사업비 기준을 높일 경우 기존 500억~1000억원 구간에 있던 사업은 앞으로 예타를 받지 않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간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된 각종 개발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예타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1999년 도입된 기준이 지금껏 유지돼 물가·재정 규모 증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어지간한 공사는 500억원을 넘긴다’는 논리다.

예타 기준이 낮아 대부분 사업이 대상에 포함되면 부실 조사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복지지출 증가 등 세출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예타를 더 강화하거나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정교한 예타 조정’보다 경기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입법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기간산업안정자금 40조원 운용, 한국형 뉴딜 등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재정건전성 논란이 커지는 시점에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돈을 아껴 쓸 이유는 많아지는데, 예산을 꼼꼼히 쓰려는 목적인 예타를 완화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대전환이 필요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돈 풀기’ 방식의 전통적 처방이 효과를 낼지도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초 정부는 24조원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해 ‘총선용 단기부양책’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예타 기준 완화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19대 국회에서는 박영선(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김현미(현 국토교통부 장관) 의원이, 20대 국회에서는 김종민 의원이 상임위 소위원회에서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김종민 의원은 “예타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금액이 조정돼야지 금액만 달랑 높이니 불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21대 국회에서 예타 기준 완화를 위한 법안은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은 예타 기준 완화를 주장해왔고, 반대 의견을 냈던 의원 대부분은 21대 국회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지도부는 “세출 구조조정과 배치된다고만 볼 일은 아니다. 예타 기준 완화는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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