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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만에 나온 쿠팡의 메시지 '두 가지'가 이상하다

이재은 기자 입력 2020.05.29. 11:01 수정 2020.05.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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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쿠팡, 위기관리 실패..메시지서 자화자찬하고 책임회피"
쿠팡 김범석 대표 /사진=뉴시스

쿠팡이 부천물류센터 관련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닷새만인 지난 28일에야 처음으로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송구하다"는 표현이 담긴 쿠팡 안내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에 인색하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28일 오후 6시30분쯤 쿠팡은 홈페이지에 "쿠팡물류센터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걱정이 크실 줄 안다"며 "어려운 시기에 저희까지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야단치시는 말씀도 겸허하게 듣겠다"며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천 물류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닷새 만의 메시지다. 김범석 대표 친필 명의가 아닌 회사 명의로 된 메시지였다.

쿠팡은 "택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다고 보고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며 "고객들이 받는 상품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팡 덕분에 코로나 견딘다, 힘내라'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며 "한 분 한 분께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드립니다"고 덧붙였다.

비판 높아지자 허둥지둥 내놓은 메시지
이 같은 안내문은 비슷한 시기 확진자가 나온 마켓컬리와 대비돼 쿠팡의 대처가 한껏 비판받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쿠팡은 지난 24일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한 쿠팡 일일 단기직 직원 A씨가 코로나 확진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 아무런 사과문을 게시하지 않았다.

쿠팡(왼쪽)과 마켓컬리의 모바일 초기화면. 마켓컬리는 27일 확진자 발생후 즉각 공지를 띄웠지만, 쿠팡은 이날까지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사진제공=각사

반면 마켓컬리는 지난 27일 이날 오전 일일 단기 직원 B씨가 확진 통보를 받자 같은 날 오후 바로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하고, 홈페이지·모바일 초기 화면에도 안내해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김슬아 대표 명의의 사과문도 게시했다. B씨는 마켓컬리 서울 장지 상온1센터(물류센터)에서 지난 24일 하루 근무했다.

두 기업의 대처가 비교되며 쿠팡의 대처 비판이 높아지자, 쿠팡은 지난 28일 오후 6시반, 닷새만에 문제의 메시지를 게시했다.

두 가지가 이상한 쿠팡의 메시지
전문가들은 쿠팡이 기업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동현 밍글스푼 경영마케팅 대표는 "쿠팡의 안내 메시지에는 위기관리적 측면에서 볼 때 독특한 점이 두 가지 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 메시지엔 상황에 대해 쿠팡이 어떻게 인지를 했고, 안전 관리를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물류센터 구성원의 안전을 앞으로 어떻게 보장할지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니라, '고객들의 상품이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이걸 보면서, 쿠팡이 '직원과 조직원의 안전'과 '상품 판매' 중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기업인지 생각하게 된다"며 "상품을 문제없이 판매하는 데 더 신경쓰는 기업처럼 보이게 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쿠팡 홈페이지

송 대표는 이어 "두번째로는, 이 상황에서도 쿠팡은 '자화자찬'을 하며 문제를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쿠팡이 관리하는 부분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보도가 여러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어려운 시기에 저희까지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며 "코로나19 확진 상황을 이렇게까지 확대시킨 건 쿠팡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역시 그 상황 안에 들어있고, 같이 어려운 상황이다'란 식으로 자신들 잘못을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시지 마지막 부분엔 '쿠팡 덕분에 코로나 견딘다, 힘내라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란 부분이 있다"며 "이 상황에서도 쿠팡은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셈인데, 매우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쿠팡 홈페이지

쿠팡은 왜 사과에 인색할까
일각에선 이런 행위 판단들을 쿠팡 특유의 조직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 법인인 쿠팡엘엘씨(Coupang, LLC)가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사업을 구상하고, 미국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미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학교를 나와 의사 결정이나 사고방식이 상당 부분 '미국적'이라는 후문이다.

미국에서는 소비자 권익이 높고, 소송이 활발하기 때문에 기업이 적극 사과하는 경우 잘못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여겨져 책임을 떠안고 보상을 해야한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사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쿠팡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배너 제목은 "확진자 발생 관련 '안내드립니다'"로 표기됐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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