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신비 비싸다?"..30년 만의 요금 인가제 폐지로 다시 논란

박형수 2020. 5. 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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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 [중앙포토]

국내 휴대전화 요금은 싼 것일까, 아니면 비싼 것일까. 특히 국회에서 지난 20일 30년만에 요금인가제 폐지 법률(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요금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KISDI, "이통사간 요금경쟁 거의 없어"
29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2019 통신시장 상황 평가' 보고서를 살펴보면 휴대전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8%가 "휴대전화 요금이 전년에 비해 높아졌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KISDI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경쟁이 거의 없어, 사업자간 자발적인 요금 경쟁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통신비는 꾸준히 인하돼 왔다"고 맞섰다. 2008년 문자메시지 요금을 1건당 30원에서 20원으로 인하했고, 2011년 기본료 1000원 인하, 2017년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20%→25%) 등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서도 KISDI는 "사업자간 자율 경쟁이 아닌 정부 정책, 여론의 압력에 의한 인위적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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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국내 통신비 해외보다 비싸"
시민단체 역시 KISDI와 같은 입장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국내 이통사는 소비자를 위해 요금이나 서비스 분야에서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경쟁을 않고, 멤버십포인트·불법 보조금 등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경쟁에만 치중해왔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통사의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수록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더 나아가 해외에 비해 국내 통신 요금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김 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 대비 통신비 비중은 4.3%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OECD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가계통신비 자료는 2013년까지만 발표했다.

핀란드의 경영컨설팀 업체 리휠이 2017년 국가별로 조사한 '통신요금 30유로(4만원)당 사용 가능한 데이터량'에서도 네덜란드·스위스·덴마크·이스라엘·프랑스 등은 100GB였지만 한국은 300MB에 그친 것으로 집게됐다. 김 팀장은 "이통3사가 오랜 기간 과점 체제가 유지하면서, 저가 요금제 개발 같은 가격 경쟁을 펼치지 않아 소비자가 비싼 통신비로 고통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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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OECD 평균 요금보다 15~38% 싸"
통신사들은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이 4(SK텔레콤) 대 3(KT) 대 2(LG유플러스)로 촘촘하게 이어져 있어, 각 사의 점유율 높이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3사 모두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게임·음악·OTT 등 부가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등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커버리지·속도 등 통신 품질을 높이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보다 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분석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OECD가 2015년부터는 가처분소득이 아닌 '구매력평가 환율'을 기준으로 가계 통신비를 분석하는 데, 이 자료에선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 수준은 OECD 평균 대비 15~40% 저렴하다는 것이다. 구매력평가 환율이란 동일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액수를 각국 통화로 표현하는 상대가격 비율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음성과 데이터를 적게 쓰는 사용군(음성 50분, 데이터 100MB)에서 OECD 가입국 중 8번째로 저렴하고, 다량 사용군(음성 1787분, 데이터 2GB)에선 19번째다. 모두 OECD 평균보다 38.8%, 15.3% 더 싸다는 것이다.


"요금인하 압박보다 특화된 요금제 유도해야"
통신 전문가들은 "통신요금을 외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신비는 원가 계산이 불가능한데다, 국제요금 비교 방법이라는 게 '사용량'만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사용자가 누리는 통신 편익에는 사용량뿐 아니라 속도나 커버리지 등 통신 품질이 포함된다. 통신요금의 적정성은 '품질 대비 가격'이라는 관점에서 따져야지 '무조건 요금을 낮추라'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교수는 "이통사간 경쟁 활성화를 통해 통신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맞지만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요금 인하를 정책적으로 압박하기보다 5G의 특성에 맞게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자마다 특화된 요금제를 만들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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