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의심하면 고통이 사라진다

배영대 2020. 5. 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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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가지 불교심리학 원리
선한 렌즈로 세상 봐야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잭 콘필드 지음
이재석 옮김
불광출판사

미국의 저명한 명상가 잭 콘필드 책은 여러 권 국내에 번역돼 나와 있는데, 개인적으로 주목해서 본 것은 『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과 『깨달음 이후 빨랫감』이었다. 『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이 깨달음을 위한 입문서라면, 『깨달음 이후 빨랫감』은 제목에 보이듯 깨달음 이후의 과제를 다뤘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마음이 아플 땐 불교 심리학』은 앞서 나온 두 책 사이에 배치할 수 있을 것 같다. 깨달음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소재로 선택한 것이 불교심리학이다.

임상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젊은 시절 태국에 가서 3년간 출가한 적이 있다. 환속해 미국으로 돌아온 그가 1975년에 조셉 골드스타인, 샤론 샬즈버그 등 동료들과 함께 매사추세츠 바르에 설립한 ‘통찰명상협회(Insight Meditation Society)’는 미국 현대 명상의 산실 역할을 했다.

저자가 승려 시절 태국의 아잔 차 스님에게서 배운 기억들이 이 책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불교라는 종교를 전도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관심은 마음에 있을 뿐이다. 인류 역사에서 인간의 마음을 일찍부터 가장 많이 조명한 문명이 불교라고 말할 수 있다. 달라이 라마가 “불교의 가르침은 종교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과학이다”라고 했듯이, 콘필드의 관심도 종교가 아닌 ‘마음의 과학’에 방점이 찍힌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The Wise Heart’이다. ‘현명한 마음’으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의 명상가 잭 콘필드는 깨달음의 방편으로 불교심리학을 제시한다. [중앙포토]
현명한 마음은 깨어있는 마음이다. 콘필드가 말하는 마음챙김(mindful ness) 명상은 깨어있는 마음을 위한 일상의 훈련이다. 마음챙김은 불교가 교단과 종교로 발전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부처가 설파한 것도 다름 아닌 마음챙김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가 종교와 교단의 불교를 전한 것은 아니다.

부처는 고통의 보편성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했다. 고통의 원인은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제대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제대로 보기 위해선 마음을 잘 챙겨야 한다. 마음이 분산돼 있으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간관계를 그르치고 괴로워하는 것도 그런 데서 발생한다. 콘필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망 속에 살 때 우리는 타인에 대해 경솔한 판단을 내린다. 또 그들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들의 고통을 알아보지 못하며 그들을 연민으로 대하지 못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는 바로 앞의 식사도, 지나가는 행인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도 알아보지 못한다.”

콘필드는 불교심리학의 26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불교에서 뽑아낸 마음챙김의 주요 가치를 콘필드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첫 번째 원리는 “모든 인간이 가진 내면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보도록 하라”이다. ‘본래적 선함’이란 렌즈로 인간과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생각은 종종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며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생각 속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원리도 주목할 만하다. 대개 우리는 자기 생각을 사실로 믿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생각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 불교 수행의 핵심이라고 했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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