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 받으려 커피 300잔을 한번에..그들의 이유있는 집착

이영민 기자 입력 2020. 5. 30. 06:00 수정 2020. 5. 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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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주연 넘은 조연' 굿즈(GOODS) 경제학 (上)

[편집자주] 버리더라도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스티커만 챙긴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스티커를 판매하고 구한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스타벅스가 일정 조건을충족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이른바 굿즈(GOODS)인 작은 여행용 가방 '서머 레디백'을 득템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쯤되면 주객전도다. 주연보다 더 잘나가는 조연, 굿즈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한국 놀래킨 '스타벅스 300잔 사건'엔 이 열풍 있다
스타벅스 여의도 지점에서 한 소비자가 구매한 커피들. 이 소비자는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17개를 구하기 위해 커피 300잔을 구매한 뒤 1잔만 챙겨갔다. /사진=머니S(독자 제공)


카페에서 만든 여행용 캐리어 17개가 커피 299잔을 울렸다.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17개를 얻기 위해 커피 300잔을 구매한 뒤 1잔만 챙겨간 소비자의 이야기다. '굿즈'(GOODS, 상품)가 주연을 울리는 조연이 됐다.


◆ 커피 300잔으로 알려진 그들만의 세계, '굿즈 광풍'

'굿즈 광풍'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커피 300잔 사재기' 사건이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커피 사재기, 새벽 뻗치기, 쓰레기통 영수증 뒤지기 등 굿즈를 둘러싼 경쟁은 수년전부터 있어왔다. '굿즈테크'란 신조어로 소개되는 리셀러(재판매자)도 진작부터 있었다. 300잔 사재기는 점점 치열해지는 굿즈 경쟁 속 승리를 보장하는 극단적 방법 중 하나였을 뿐이다.

평소 스타벅스 굿즈를 모으는 게 취미라는 직장인 김모씨(32)는 "커피 300잔 사재기까지는 아니어도 하루만에 17잔을 구매해서 레디백을 구했다"며 "웃돈을 얹어서 파는 재판매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구매를 서둘렀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굿즈 열풍을 두고 "사은품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 못 받게 되면 억울한 심리가 작용한다. 또 시즌 한정판이란 특징도 구매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도 준다"며 "하지만 300잔 사재기처럼 지나친 행동은 마케팅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부작용에 대해 경계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돈 버는 효자 사은품…점점 크는 '굿즈 경제'

굿즈는 더 이상 제품 판촉을 위한 사은품이 아니게 됐다. '굿즈 경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굿즈 시장은 규모를 점점 키우고 있다.

식음료유통업체들도 굿즈 광풍을 겨냥해 활발한 '굿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고객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함"이 굿즈 마케팅의 명분이지만 매출 부분에서 굿즈는 사은품 이상의 역할을 한다.

굿즈 열풍을 이끈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해 텀블러 등 MD로만 1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MD 상품 중 텀블러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스타벅스코리아는 국내 최대 텀블러 판매처이기도 하다.

캐릭터브랜드 '카카오프렌즈'의 굿즈 사업을 운영하는 카카오IX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IX 지난해 매출은 전년 보다 38% 성장한 1450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최근에는 오비맥주 카스, GS25, PNB풍년제과, 제이브라운 등 식음료유통업계와 협업한 다양한 제품과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업계의 굿즈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잘 만든 굿즈는 매출 견인뿐 아니라 브랜드 호감도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여러 브랜드나 캐릭터와 협업으로 소비자에게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민 기자
"샤넬은 못사도 스벅은 살 수 있잖아요" 호갱의 고백

직장인 강모씨(37)가 3년 동안 모은 스타벅스 '굿즈'들. /사진제공=강모씨

식음료업계에 굿즈(GOODS, 상품) 광풍이 불고 있다. 소수의 광적인 행동이라기엔 굿즈를 둘러싼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새벽길 뻗치기는 기본, 커피 300잔 사재기, 쓰레기통 뒤지기까지. 언뜻 쉽게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야기하는 굿즈의 매력은 무엇일까.


◆ '레디백' 구하려 에스프레소 14잔 한번에…3년차 '스벅호갱'

"우리가 에르메스, 샤넬은 못 사도 스타벅스는 살 수 있잖아요."

스스로를 '호갱'(호구+고객)이라고 소개한 직장인 강모씨(37)는 스타벅스 굿즈(GOODS) 수집이 취미다. 최근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벅스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 증정품 '서머 레디 백'도 행사 첫날 구하는 데 성공했다.

강씨는 "스타벅스 굿즈는 원하는 제품이 빠르게 품절되는 경우가 많아서 가장 인기가 많을 것 같은 레디백 핑크 제품을 행사 첫날 챙겼다"며 "이후 레디백 그린도 받으려고 여의도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7곳을 돌아다닌 끝에 마지막 방문한 매장에서 겨우 구했다"고 말했다.

첫날 득템(아이템 획득)의 비결은 '에스프레소 신공'이었다. 미션 음료 외에 모아야하는 e-프리퀀시 14개를 에스프레소로 채우는 방법이다. 강씨는 "저렴하고 빠르게 구매하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활용했다"고 했다.

강씨는 2018년부터 3년째 스타벅스 굿즈를 모으고 있다. 그는 "원래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해서 자주 마시는데 당시 사은품으로 나온 굿즈가 예쁘고 유용하다고 생각해서 모은 게 시작이었다"며 "스타벅스 로고가 하나의 브랜드로 소위 '있어보인다'고 여겨지니 제품을 받고나서 뿌듯함과 성취감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굿즈를 구하기 위한 노력도 재미 요소다. 강씨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후기들도 경쟁심과 도전을 자극한다"며 "굿즈를 받으면 그 순간만큼은 기분이 좋고 행복하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도 든다. '이 어려운 걸 해냈다! 성공했다!'는 기분이 들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주변에 자랑하기도 한다"고 했다.

강씨는 이번 굿즈 광풍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굿즈를 중고로 비싼 가격에 파는 사람들이나 쓰레기통을 뒤져서 구한 영수증으로 적립하는 사람들 때문에 굿즈 모으기의 재미가 반감된다"며 "이런 부작용이 심화돼 스타벅스가 굿즈 행사를 중단할까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새벽 뻗치기 할 거예요"…할리스 캠핑의자에 한 맺힌 결심

"새벽에 매장 앞에서 뻗치기 하려고요."

직장인 조모씨(31)는 다음달 9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할리스커피 여름 프로모션 굿즈 3번째 제품 '멀티 폴딩 카트'가 나오는 날이다. 굿즈 수집 초보라는 조씨는 지난 12일 출시된 1차 제품 '캠핑의자' 득템에 실패한 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조씨는 "출시일 아침에 집 주변 손님이 적은 매장에 갔는데도 캠핑의자가 품절됐다고 해서 좌절했다"며 "근처 다른 매장들에 다 전화를 돌려봤는데 모두 품절이고 재입고 계획도 없다고 해서 너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지난 26일 나온 빅 쿨러백은 구할 수 있었다. 집 근처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간 덕분이었다. 조씨는 "캠핑의자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매장 오픈 시간을 미리 파악해두고 맞춰서 갔다"며 "3번째 제품 폴딩 카드가 나올 때는 오픈 시간 전에 가서 문 앞 뻗치기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굿즈 수집이 일반 소비와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고 말한다. 그는 "그냥 돈을 내고 사는게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보니 물건에 더 애착이 생기고 볼 때마다 뿌듯해진다"며 "앞으로는 다른 곳에서 출시하는 굿즈도 관심 갖고 보다가 마음에 드는 게 나오면 수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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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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