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파격 카드는 '기본소득'?..보수野 전향적 기류 주목

문광호 2020. 5. 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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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통합당 의원들 주최로 기본소득 토론회 열려
김종인, 무상급식 언급하며 "복지 기대 수준 변화"
이미 4년 전 연설서 "기본소득, 세계적 추세" 강조
안철수도 청년 기본소득에 관심..다음주께 발표
기본소득, 1호 법안으로 준비하는 통합당 의원도
평론가 "보수도 변화해야..포퓰리즘 경쟁은 안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 회의에 참석 후 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0.05.27.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지난 29일 국회에서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주로 진보 진영의 어젠다로 다뤄진 기본소득이지만 이날 토론회는 미래통합당 유의동·오신환 의원이 주최하고 김수민·신보라 의원·이준석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유 의원은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이라는 수단을 어떻게 마련하고 다듬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인으로서는 마땅한 준비라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불과 두달 전인 지난 3월까지만 해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모두에게 현금을 나눠 주는 포퓰리즘, 퍼주기에 불과하다"고 혹평을 내놓았다.

보수 일각에서 이처럼 전향적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4·15 총선 이후부터다. 총선 결과 보수진영이 역대급 참패를 당하면서 그 요인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성공적 대처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꼽혔기 때문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5일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선거 참패에 대해 "단기적 원인은 코로나가 너무 컸기 때문에,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참패했을까 생각한다"며 "이제는 진보표 보수표 정책은 없다. 보수 진보가 아니라 흑묘냐 백묘냐 이런 태도를 가져아 한다"고 진단했다.

총선 결과로 달라진 국민들의 인식을 확인하면서 정책을 주장하는 데 있어 이념적 틀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는 유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핀란드의 기본소득은 사회민주당 정부가 한 게 아니고 보수당 정부가 했다"며 "진보에서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낙인효과다.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그걸 증명하라는 거냐는 것이지만 보수쪽에서는 설득력 있는 답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 당연시 했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선별지원해야 한다는 복지제도에 여러 이슈가 제기되고 최근 상황에서 반론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5.15. kmx1105@newsis.com

이에 일각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8일 전국 조직위원장 회의 비공개 특강에서 예고한 '파격적 변화'가 기본소득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강에 참석한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무상급식을 주민투표 할 때부터 국민들의 인식이나 복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바뀐 것을 놓친 것이 아니냐"며 "그 때부터 당과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괴리됐다는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 우파니 보수니 이런 이념에 집착하다가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며 "가령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할 때 '이건희 같은 사람도 줘야 하냐'고 주장했는데, 그런 부자들이 얼마나 되나. 나는 그 때도 부자든 가난하든 구분 없이 똑같이 주자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통합당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변화는 특강 발언의 행간에 다 나와 있는 것 같다"며 "기존 모든 이념을 다 버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에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과거에 이미 기본소득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4년 전이지만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일자리 문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진단은 현재 기본소득 담론이 대두된 배경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지난 2016년 6월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포용적 성장은 중요하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 전 월 3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과 관련한 스위스 국민투표가 있었다"며 "부결되었지만, 초기 논의 단계에서 23%의 국민들이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했다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43회 국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6.06.21 photo1006@newsis.com

그 해 7월6일 국회에서 열린 '따뜻한 미래를 위한 정치기획' 창립식에서도 "경우에 따라 포퓰리즘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인공지능, 로봇의 생산 투입 등 일자리가 자꾸 없어지는 과정에서 무엇으로 경제를 지탱할 것인가. 소득을 어떻게든 보장해야 경제도 발전하고 기술도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본소득 개념도 논의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그간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주장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본소득이 취임 일성이 될 것이라는 점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는 시장경제의 기본 가치를 바탕으로 노동자 경영 참여와 인도주의적 복지 정책을 강화한 모델이다.

기본소득 어젠다를 선점하려는 것은 김 위원장만이 아니다.

국민의당도 기본소득을 주요 정책과제로 적극 검토 중이다. 당 혁신준비위원회의 검토가 끝나면 구체적인 내용이 언론에 공개될 예정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전통적인 사회보험제도에 근거해 우리의 사회 안전망이 만들어졌는데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며 "저성장 양극화가 너무 심화돼서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성장대책이라는 플랫폼 경제나 AI 경제나 디지털, 데이터 경제의 경우 일자리 자체가 전통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회의 성장 모델에 맞는 안전망 구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기본소득 개념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6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5.28. kmx1105@newsis.com

이어 "일시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 표본을 통해 효과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19~30세 청년층과 어르신 기초연금을 기본소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안철수 대표도 청년 기본소득 같은 경우는 따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통합당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1호 법안으로 기본소득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나 인력, 예산 등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며 "입법 1번으로 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내부에서도 기본소득 정책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웅 통합당 의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기본소득 문제에 있어서도 의욕을 떨어뜨리고 전체적으로 경제 자금이 사라진다고 주장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옛날 산업혁명과 사회구조가 달라졌는데 거대 소비 집단을 어디서 만들 수 있겠나"라며 "그런 부분은 보수 쪽에서 아무도 답을 안 한다. 보수에서 해답을 찾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실체가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편적 복지 차원의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한 통합당 당선인은 "우리 기본 가치에 맞게 기본소득은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며 "정말 생계 기반이 취약하고 기초생활이 위기 몰릴 계층에게 써야 한다. 부자에게 주는 건 혈세 낭비고 빈곤계층에 대한 결과적 불이익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서 소득이 양극으로 심화된 상태에서 기존의 대책으로 문제 해결이 안 되니 새로운 해법들이 나오는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가 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도 변화된 환경에 변화된 정책적 지향점들이 나와야 한다"면서도 "다만 포퓰리즘 경쟁을 하는 것처럼 가선 안 되고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고민 끝에 나온 것이라면 나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moonli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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