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에서 쪽잠자는 가족.. 한국만 그렇다고?

김성호 2020. 5. 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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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가 살아야 의료가 산다 (2편)]
입원환자 옆 간이침대.. 외국엔 '없다'
감염우려 높고 간호질 떨어뜨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행 합의에도
간호사 인력 부족에 '차일피일 미루기'

[파이낸셜뉴스] 한국 병원 병실에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물건이 하나 있다. 환자침상 아래서 꺼낼 수 있는 바퀴달린 간이침대가 그것이다.

간이침대는 보호자와 간병인을 위한 물건이다. 환자 가족들은 이곳에서 쪽잠을 자며 입원한 환자를 간호한다. 환자의 식사와 이동부터 편한 자세를 취하도록 돕고, 상황에 따라서는 간호행위를 보조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족이 환자와 함께 병원에서 생활하는 건 미덕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산재사고로 3개월 넘게 입원생활을 한 조성묵씨(27)는 “부모님이 맞벌이고 워낙 바쁘셔서 잘 오지 못하셨는데 4인실을 같이 쓰는 분들이 ‘쟤네 집은 애한테 관심도 없나봐’하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다들 가족들이 병실에서 환자랑 같이 생활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놀랍게도 이 같은 현상은 한국과 대만 같은 극소수 국가에서만 발생한다. 당연히 간이침대도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그 나라들에선 누가 환자를 간호하고 간병하는 걸까. 바로 간호사다.

한국 병실에선 환자 침상 옆에 간병인이 쓰는 간이침대를 흔히 볼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선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병원 내 환자 간병은 간호사가 담당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fnDB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률 고작 20%

31일 보건복지부와 국립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한국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률은 병상 기준 20.6%다. 전국 입원환자 5명 중 1명만이 입원 시 간호사 없이 간호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간호와 간병을 전담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족과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해 환자를 간호하는 문화가 일반 병동 내 감염우려를 키우고 간호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2013년 7월 포괄간호서비스란 이름으로 시범사업이 시작됐으며, 2015년 닥친 메르스 사태 이후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순차 도입됐다.

문제는 제도 도입 결정에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2015년 건강보험이 적용돼 2022년 본 사업 전환이 예고됐지만, 상급종합병원조차 병상 기준 도입률이 20%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실제로 공공병원은 2015년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전국 93개 기관 중 81곳만이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내실을 살펴보면 3만2377개 병상 가운데 8334개만 서비스를 제공해,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민간병원은 기관 도입률 31%, 병상은 20% 수준이다. 있는 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적극 늘리고 있는 길병원 한 관계자는 “병원에서는 간호간병 쪽을 늘리려 하고 있지만 인력구조를 들여다보면 신규비율이 아주 높다”며 “지난해 인공지능병동에선 신규입사자 비율이 50%를 넘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인력구성으로는 제도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허술한 인력관리··· 보건당국이 바로잡아야

보건당국의 관리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법정 최소 간호인력이 근무하는지 감독하는 업무는 지자체로 이양돼 있고, 보건복지부는 “우리부서에서 생산하는 정보가 아니”란 이유로 통계조차 만들지 않고 있다.

190명의 인명피해를 낳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이후 이 병원에서 법정 최저기준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관련한 문제가 지속 보고됐지만 정확한 실태조사는 전무하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조사에서도 간호사 수는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인증원 한 관계자는 “조사 당시 재원환자수 대비 인력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필수항목이 아니라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고, 법적 기준에 미충족됐다 해서 결과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인증원 역시 이와 관련한 통계를 생산하진 않고 있다.

한편 2015년 발표된 ‘의료기관 입원서비스 질보장을 위한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방안(황나미 저)’ 연구에선 ‘2020년을 목표로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2만여명의 병원 간호사 인력부족현상이 초래될 것’이라고 추정하며 간호사들의 이직을 방지해야 한다고 대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미 5년 전 이 같은 주장이 나왔지만 2020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데 부족한 간호사 인력은 여전히 2만명을 넘어선다고 추산된다. 보건당국이 귀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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