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생활苦에..예적금 22조 깼다
중도해지 작년보다 16% 늘어
코로나쇼크 서민, 생활비로
1100조 넘은 금융권 부동자금
주식·지방 부동산시장 기웃
◆ 급증하는 부동자금 ◆
서울 성수동에서 잡화·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운영 중인 김 모씨(45)는 두 달 가까이 고민한 끝에 최근 정기적금을 해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편집숍에 방문하는 고객 수가 급감했는데, 지난달부터는 직원 인건비와 임차료 낼 돈이 부족해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적금 통장을 깼다. 김씨는 "가게 주인이 임차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줬지만 미리 구입한 상품들이 안 팔리고 쌓이면서 재고 비용이 추가되는 등 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며 "아내가 임신 중이라 향후 육아를 위해 3년짜리 적금을 가입했는데 1년여 만에 깨고 일단 사업을 살리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생활고로 일반인들이 예금과 적금을 깨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정책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 예금금리가 0%대로 하락한 것도 예·적금 해지를 부추기고 있다.
31일 매일경제신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 4대 은행의 지난 4개월(2월 1일~5월 22일) 정기 예·적금 중도 해지금액은 총 21조7652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 해지금액 18조8517억원보다 2조9135억원(15.5%) 급증했다. 예·적금을 중도에 해지하게 되면 통장 개설 때 은행이 약속한 이자를 온전히 받을 수 없어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해지하는 경우가 급속히 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내리면서 정기 예·적금에 대한 수요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주력 상품의 기본금리(1년 만기 기준)는 0%대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이번주 반영되면 이자는 더 줄어들게 된다. 연 0.7% 금리를 약속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1000만원을 가입하면 1년 후 세전 이자는 7만원이지만 여기서 이자소득세(15.4%)를 떼면 실제 손에 쥐는 것은 5만9220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기 예·적금의 매력이 떨어지자 그동안 이자 수입에 의존했던 고령자들은 보유자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통장을 깬 후에도 갈 곳을 잃은 돈은 요구불예금에 담긴다. 시중 4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작년 말 대비 5월 22일 현재 무려 15.6% 증가한 427조984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이 예금에 돈이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처가 없다는 뜻이다. 은행 요구불예금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부동자금은 1100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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