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스님이 된 자식에게 보내는 '1000여년 전 택배 꼬리표' 아닐는지
‘소두 사 영담사미 이십일년(小豆 寺 迎談沙彌 卄一年)’. 654년(진덕여왕 8년) 의상 대사(625~702)가 출가한 사찰로 알려진 경북 경주 황복사터에서 의미심장한 명문 목간 1점이 확인됐다. ‘(구족계를 받아 승려가 된) 황복사의 영담 사미승(21살)을 위해 소두(팥)’를 보내는 택배 물품 꼬리표일 가능성이 있는 목간이다. 31일 학계에 따르면 경주 낭산 일원(사적 제163호)의 구황동 황복사터를 발굴한 성림문화재연구원이 사찰명과 사미승(구족계를 받기 전의 남자 승려), 21살로 읽을 수 있는 명문 목간 1점을 찾아냈다. 아직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명문 해독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다만 최근 명문의 대강을 직접 검토한 저명한 서각연구자는 이 목간이 택배 꼬리표인 것으로 판단한다.
학계서 논의 안 돼 확실치 않지만
물품 보낼 때 달았던 꼬리표 추정
적외선 촬영해야 정확한 해독 가능
이 연구자에 따르면 명문 중 첫머리는 ‘소두(小豆)’로 읽을 수 있다. 황복사의 원 이름이 ‘소두사(小豆寺)’일 수 있고 문자 그대로 소두, 즉 팥을 표현한 단어일 수 있다. 또 ‘사(沙)’ 다음의 글자는 ‘미(彌)’로 해독될 수 있다. ‘사미’ 앞의 이름 두 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영담(迎談)’으로 읽을 수 있다. 그다음 숫자인 ‘이십일년(卄一年)’은 비교적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연구자는 “지금으로 치면 사람 이름 다음에 괄호로 나이를 표시한 것일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영담 사미승(21)’이다. 그렇다면 이 목간의 정체는 무엇인가.
‘사미(沙彌)’와 ‘이십일년(卄一年)’이라는 명문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사미는 불교교단에 처음 입문하여 사미십계(沙彌十戒)를 받고 수행하는 남자 승려다. 남자가 처음 출가하면 6개월 또는 1년 동안 행자 생활을 하게 된다. 만 20살이 되면 구족계(具足戒)를 받아 비구(승려)가 된다. ‘만 20살’은 ‘한국 나이’로 21살이다. ‘영담’이라는 이름의 사미승이 21살이 되어 구족계를 받았다는 의미가 목간에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눈여겨볼 것은 목간의 맨 밑에 뚫려 있는 작은 구멍이다. 물품을 보낼 때 달았던 꼬리표의 흔적일 수 있다. 목간에 쓰인 글자의 의미를 ‘물품(소두·팥)-수신처(황복사)-수신자(영담사미)’로 해석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물론 아직 학계 논의가 되지 않았기에 확실치는 않다. ‘미(彌)’자와 ‘영담(迎談)’도 그렇고, ‘이십일년(卄一年)’도 나이인지, 또 그중에서도 법랍인지 세수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연구자들도 있다. 주보돈 경북대 교수는 “발굴 결과 황복사라는 절 이름조차 확실하지 않고, 목간 또한 아직 학계에 알려지지 않아 정확한 판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적외선 촬영을 하면 비교적 정확한 해독이 가능해질 것 같다. 황복사는 1942년 이곳의 삼층석탑(국보 제37호)을 해체 수리할 때 나온 황복사탑 사리함에서 확인된 명문 ‘종묘성령선원가람(宗廟聖靈禪院伽藍)’을 통해 종묘의 기능을 한 왕실 사원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이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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