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프레임 용어에 갇힌 윤미향 사건

문병주 2020. 6. 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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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사회2팀장

한동안 잠잠했던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편가르기’ ‘신상털기식’ ‘무분별한’ 등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과 관련한 문제에서다. 여당 대표는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윤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틀 뒤인 5월29일 윤 의원은 당선인 신분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각종 의혹 제기 초기, 특히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기 전과 말투는 상당히 달랐다.

그는 5월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에 대한 공격은 보수언론과 미통당(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이라고 반발했다. “친일이 청산되지 못한 나라에서 개인의 삶을 뒤로하고 정의 여성 평화 인권의 가시밭길로 들어선 사람이 겪어야 할 숙명으로 알고 당당히 맞서겠다”고도 했다. 특히 “6개월 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이라는 소회를 넣었다.

노트북을 열며 6/1

일제히 친일 프레임이 퍼졌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이 문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국의 극우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좋아할 문제”(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라고 일종의 경고를 날렸다. 이수진(민주당, 서울 동작을) 의원도 “일부 언론과 친일 세력의 부끄러운 역사 감추기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를 포함한 16명의 민주당 의원·당선인이 같은 취지의 성명을 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이어진 회견과 각종 추가 의혹 제기, 그리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비판의 세기는 약해졌다. 땀에 젖은 모습으로 기자회견장에서 퇴장한 윤 의원도 며칠 전과 다른 단어를 구사했다.

하지만 ‘모략극’과 같은 격정적 말이 사라진 것 외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허술한 부분”이 있었다는 걸 시인하면서도 위법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위법성 판단은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받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경기 안성의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쉼터) 매매 과정과 대금의 흐름이 투명했는지가 핵심이다.

어떤 내용이 더 나올지, 검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예단할 수 없다. 윤 의원과 정의기억연대가 주장하듯 허술한 관행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프레임 씌우기식 용어의 사용이 적절한지 생각해볼 문제다. 이미 검찰은 압수수색에 대해 “반인권적 과잉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역으로 압박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것이란 단언도 못 한다.

문병주 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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