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강제전환은 헌법 위반" 16개 사립외고 헌법소원 냈다

김민상 2020. 6.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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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폐교
헌법의 교육제도 법정주의 위배
과학고만 남기는 건 평등권 침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열린 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립 외국어고등학교 16개 법인이 “외고 폐지는 위헌이자 교육 관계법 위반”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2025년 3월 일반고로 강제 전환에 반대하며 학교의 설립 근거를 없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1일 법무법인 제민에 따르면 강원외고 등 전국 사립 외고 16개교 법인을 포함해 임원과 교사, 2025년에 초등생 자녀를 외고에 보내기를 희망하는 학부모 등 1121명이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청구서를 통해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0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외고를 폐지하기 위해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0조 제1항 제6호를 삭제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019년 11월 입법 예고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입법예고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0조 제1항 제6호를 삭제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하고, 시행일은 2025년 3월 1일로 규정했다.

하지만 외고 폐지 반대 청구인들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35년 가까이 운영돼 온 외고를 폐교하는 것은 교육제도 법정 주의를 보장하는 헌법 제31조 제6항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0조 제1항은 특수목적고등학교 설립에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이다. 과학고‧예술고‧체육고 등을 설립하는 목적으로 쓰였는데 지난 2월 외고와 관련된 조항인 제6호가 삭제됐다.

지난 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교육정책분과 주최 '문재인 정부의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외고‧국제고‧자사고로 유형화된 고교체제는 설립취지와 다르게 학교 간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불평등을 유발했다”며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고, 대신 일반고의 교육과정을 다양화해 교육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제민의 노희범 변호사는 “특목고 중에서 과학고는 남겨두면서 외고만 폐지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폐지되는 외고 교사들의 직업 선택 자유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 법인이 일반고로 전환을 원하지 않을 경우 폐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사학 운영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도 지적했다.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외고가 일반고보다 학생을 우선 선발하기는 하지만 우선 선발이 곧 우수 학생을 선점해 고교 서열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외고 설립이 고교평준화 정책으로 교육의 획일성을 해소하고, 외국어 특화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 수요에 부응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운영하는 14개 공립 외고와 8개 국제고를 먼저 폐지하는 방법이 사학 운영이나 학교 선택권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안내했다.

한편 수도권 지역 광역단위 모집 자사고와 국제고도 2025년 일괄 일반고 전환에 반대하며 지난달 28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소송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고교획일화 평등교육은 법적 근거 없이 단순한 이념논리로 접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59곳을 2025년에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데 5년간 약 1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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