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자가 말하는 '문재인 검찰개혁' 실패 이유

김도연 기자 2020. 6. 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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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겨레 법조팀 선임기자 강희철 책 '검찰외전, 다시 검찰의 시간이 온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까. 강희철 한겨레 기자는 매우 회의적이다.

2017년 4월부터 만 3년간 한겨레 법조팀 선임기자였던 그가 5월 책 '검찰외전: 다시 검찰의 시간이 온다'를 펴냈다. 이 책은 법조팀 선임기자로 연재했던 '법조외전' 기사들을 추려 새롭게 엮은 것이지만, 문재인 정권과 검찰 사이 갈등이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검찰외전'은 주목할 텍스트다.

강 기자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조국이 창조한 도그마에 사로잡힌 탓"이라는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있고 검찰 권한을 축소시킨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는데, 왜?

▲ 2017년 4월부터 만 3년간 한겨레 법조팀 선임기자였던 강희철 기자가 5월 책 '검찰외전: 다시 검찰의 시간이 온다'를 펴냈다. 출판사=평사리

첫째 '인사'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와 검찰 인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대선 공약을 밝혔다. 그러나 취임 후 검찰 인사권 문제에 입을 닫았다.

저자는 "이전 정권과 다름없이 검찰 인사는 '대통령 마음대로'가 되풀이됐다. 이명박 정부 때 한상대 검찰총장 임명과 똑같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직행'시키는 무리수를 감행했다"며 "주요 보직에는 윤 총장의 사당과도 같은 '윤석열 사단'을 대거 배치했다. 모든 인사가 청와대 뜻대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정부·여당이 극찬하며 임명했던 윤석열 검찰총장과 현재 수사 갈등을 빚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상징하는 특별수사부(특수부)의 중심 '윤석열 사단'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국정원 댓글사건 재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빨아들이며 특수 수사 정당성을 확보해 나갔다. 저자는 "정권 초부터 이전 정권의 잔존 세력을 '대청소'하는, 이른바 '적폐 수사'에 몰두하며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최대치로 확장했다. 적폐 수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그대로 두는 구실이 됐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조를 튼 계기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라는 것이 저자 분석이다. 저자는 '공수처 저작권자'인 조 전 장관의 검찰 개혁 구상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무소불위 검찰의 힘은 줄지 않는다"는 것.

검찰은 여전히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다. 직접 수사권도 "내부 사건 배당을 조절하면 일반 형사부도 얼마든지 기존 특수부처럼 운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원래 모습으로 검찰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정치 권력이다. 정권 선의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공수처 역시 "검찰 조직에서 따로 떼어낸 특수부"에 다름 아니라는 게 저자 생각이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있다. 공수처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가 부실해 검찰 폐단이 공수처에서도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또 공수처장과 대통령 사이 '격벽'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저자는 "만약 선의를 갖지 않은 장래의 집권자가 이 기구를 악용한다면" "공수처는 언제든 '집권자의 흉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강력하고 비대해진 경찰도 문제다. "검찰의 힘을 뺀다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수사 종결권의 일부 이양은, 검찰의 힘은 빼지 못하면서 경찰의 힘만 일방적으로 키우는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다.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저자는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던 문 대통령의 당부는 '조국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정성의 바닥을 스스로 드러냈다. 조국의 법무부장관 부임 이후 급조된 '개혁안'은 검찰 장악 방안의 다른 이름이다."

강 기자 기사는 사내외에서 논란이 되곤 했다. 2018년 12월 "문 대통령의 조국 유임, 현명한 선택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는 당시 편집국장 지시로 배포되지 못했다. 그는 책에서 "언론사 용어로 '킬(Kill)된 기사'"라며 "기자는 계선을 통해 국장에게 기사를 배포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 뒤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겨레 생활 27년 만에 처음 경험한 일이라 몹시 당황스러웠다"고 서술했다.

지난해 9월 "'우병우 데자뷰' 조국, 문 정부 5년사에 어떻게 기록될까"라는 보도 역시 '조국 사태'에서 풍파를 겪었다. 편집국장 결정에 따라 이 기사는 노출된 지 5분 만에 삭제됐다. 이에 후배 기자 50여 명이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등 편집국 내 긴장감은 고조됐다.

당시 한겨레 편집국장은 이 기사가 "한겨레 논조와 맞지 않는다", "우병우와 조국을 맞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강 기자는 책에서 "'그렇다면 한겨레 논조는 무엇이냐', '우병우와 조국을 맞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기사는 정권이 아파할 내용들이다.

그는 책 머리말에서 "문재인 정권 들어 기자로 살기가 몹시 팍팍해졌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뒷전인 채 '너는 누구 편이냐'고 추궁한다"며 "최고 권력자가 '양념'이라 부른 돌팔매가 일상화하고, 제 맘에 안 들면 다짜고짜 '기레기'라며 덤빈다. 그래도 기자는 여전히 모든 것에 물음표를 던지는 '직업적 회의주의자'여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권력자' 박근혜를 의심했던 눈으로 '권력자' 문재인을 바라볼 뿐"이라는 것이다. 성역 없는 권력 감시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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