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과 영혼결혼식"..이용수 할머니 2차 가해, 도 넘었다

김정석 2020. 6. 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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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찌들어" "치매 걸렸다" "질투"
이용수 할머니 겨냥한 막말들 줄이어
유명인도 가세..김어준씨는 고발당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달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 발표를 하던 중 기침을 하고 있다. 뉴스1

“그 나이에 탐욕에 찌든 늙은이 위인 만들어 사기극 하냐.” “할매가 치매가 걸렸다.” “할머니의 질투가 끝이 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직전 이사장인 윤미향(56)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원망을 털어놓은 이후부터다.

이 할머니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은 온라인에 올라온 관련 기사 댓글만 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할머니의 외모나 위안부 피해자로서의 행적, 과거 발언들을 언급하며 욕설을 하거나 있지도 않은 사실 또는 추측을 통한 비난까지 다양하다. “치매다” “노망이 났다” 같은 비난에서부터 “참 대구스럽다” 같은 지역 비하 발언까지 등장한다.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변영주 감독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내가 오래전부터 말했잖아요. 할머니는 원래 그러신 분이고 우리가 할머니들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것은 그분들의 아픔과 용기 때문이라고”라며 “당신들의 친할머니도 맨날 이랬다저랬다 섭섭하다 화났다 하시잖아요”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변 감독은 게시물을 삭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달 27일 밤 대구에서 열린 수요시위에 참석해 소녀상 곁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최근엔 이 할머니가 22년 전인 지난 1998년 8월 대만에서 일본군 전사자와 영혼결혼식을 올렸다는 과거 보도가 거론되며 비난이 일고 있다. 이른바 친일 행적 논란이다.

이 기사는 더불어민주당 당원그룹 게시판에도 남겨졌다. 글을 남긴 이는 “전사한 일본 군인과 영혼결혼식 한 할머니(의) 진실한 사랑에 경의를 표합니다. 일본인의 아내는 일본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국민에게 사과하십시오. 부끄럽지 않습니까”라고 적었다.

민주당 당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이 할머니를 ‘친일 할매’라고 매도하며 “그래서 말도 안 되는 X소리를 씨부렸군”이라고 조롱했다. 또 “왜구의 후예” “일본으로 보내야 할 할매” “일본인 주제에 위안부 문제 해결사를 공격하다니” 등 댓글을 남기며 이 할머니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1일 자신의 SNS에 해당 게시물을 링크한 뒤 “클릭해서 들어가 댓글들 보시죠. 이게 민주당의 수준입니다. 충격적이네요”라고 비판했다.

서울 중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주위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이 할머니 측근은 할머니가 일본군 전사자와 영혼결혼식을 올린 게 아니라 대만에서 열린 집회에서 인형 2개를 들고 와 영혼결혼식을 시켜주면서 위령제를 올렸다고 했다. 측근이 소개한 98년 8월 27일자 한겨레 기사에는 ‘할머니는 미리 준비해 간 두 개의 인형으로 이름도 모르는 젊은 일본군 장교의 영혼 결혼식을 올려줬다’고 적혀 있다.

측근 A씨는 “제목만 보고 이 할머니가 일본군 장교와 영혼 결혼식을 했다고 하니 참 씁쓸하다”며 “대충 읽고 대충 막 던지지들 말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 지역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1일 “최근 이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에 온라인에서 할머니를 비방하는 댓글로 할머니 명예를 해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났다”며 “이러한 범법 행위로부터 할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악성 댓글과 허위 사실 유포자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려 한다. 관련 제보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 할머니가 지난달 25일 2차 기자회견을 연 이후 방송인 김어준(52)씨가 제기한 ‘음모론’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하 사준모)는 1일 김씨를 정보통신망법 등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사준모 측은 “이 할머니 입장도 들어보지 않는 등 기본적 팩트 체킹도 하지 않고 방송하는 김어준은 방송인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서울시민들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대구=김정석·김윤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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