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장비 반입, 中에 왜 사전 설명하나..족쇄된 2017년 합의

이유정 2020. 6. 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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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가 위치한 경북 성주시 초전면 소성리 앞 도로에서 사드 장비 반입이 이뤄지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달 28~29일 경북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장비 반입과 관련해 정부는 중국 측에 사전에 알렸다고 설명했다. 또 이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중국 측 반응까지 소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ㆍ미 동맹 사안이자 한국의 주권 사항과 관련된 이 문제를 중국에 미리 알린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이번 ‘사전 설명’의 근거는 이미 2017년 10월 31일 한·중 사드 합의에 언급이 돼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서명한 이 합의문은 당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로 발표됐다.

여기에 ‘양측은 양국 군사 당국 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7년 10월 31일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간 협의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은 2017년 합의문의 이 문구를 토대로 한국에 사드 체계 운용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사드 기지를 보완ㆍ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중국 측에 ‘통보-반발’의 악순환의 여지를 남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문구상으론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가 사드에 관한 모든 사항인지, 사드 관련 내용 중에서도 중국 측이 특히 민감해하는 일부만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실제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2017년 합의를 언급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며, 중국과 한국은 이 문제를 단계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갖고 있다. 한국이 양측 합의를 엄격히 준수하고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정부 당국 간 물밑 소통 과정에서 중국 측의 반발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도 이 문제가 한·중 관계의 전면에 부상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은 한·중 관계를 방해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도 했는데, 이는 한국보다는 한·중 사이를 갈라치기하는 미국을 비판하는 논조였다.

2017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양해각서 서명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사드 합의를 둘러싼 한·중의 근본적인 시각차는 앞으로도 불안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2017년 합의로 이 문제를 ‘봉인’했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발하고 있다. 올 하반기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한다면 사드 관련 내용이 어떤 수위로 담길지가 중요한 이유다.

2017년 말 중국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했을 때는 공동 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중국 측이 ‘사드 3불(3不·▶사드 추가 배치▶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참여▶한·미·일 안보동맹을 하지 않음)’을 문서로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미국은 사드 체계를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미 국방부는 올해 초 2021년도 국방예산 브리핑에서 10억 달러(약 1조원)를 배정해 한국 등 전 세계 사드 기지 7곳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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