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터지는 교회 감염.."신도 1명 사망, 1명 위중"

백민정 2020. 6. 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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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회 연 인천 교회서 확진자 23명
2주간 종교시설 관련 집단감염 4건
다른 사교모임 비해 밀접 접촉 '빈번'
느슨해진 방역 수칙도 한 몫
인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추가 확진된 18명은 부평의 50대 여성 목사(인천 209번)와 접촉 후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1일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미추홀구 8명, 부평구 6명, 연수구 1명, 중구 1명, 남동구 1명, 서구 1명 등 총 1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가 발생한 인천 부평구 한 교회의 모습. 뉴스1

교회발 집단 감염에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일 인천·경기 개척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23명이 나오면서다. 앞서 서울 등 수도권 교회에서 소규모 집단 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방역 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인천‧경기 개척교회에서 23명이 확진된 것과 관련 “13개 소규모 교회(인천 11개, 경기 2개)가 관련돼 있다”며 “개척교회 간 기도회, 찬양회 등을 번갈아가며 진행해 참석자 간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곳은 개척교회 부흥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오전 “지난달 28일 미추홀구·부평구·연수구 교회에서 열린 부흥회 모임에서 관련 확진자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시와 당국 설명에 따르면 인천 부평 주사랑 교회 목사 A(57·여)씨가 여러 지역 교회를 다니며 부흥회를 가진 후 코로나19 감염이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시 조사에서 “신생 개척교회들끼리 서로 오가며 성경 모임과 예배 등을 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개척교회 감염 관련 “5월 25일~28일 매일 교회를 번갈아가며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참석자 상당수는 교회에서 마스크를 아예 착용하지 않았거나 간헐적으로 마스크를 쓰는 등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척교회 간 집회와 모임이 반복됐던 만큼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교회를 매개로 하는 코로나19 감염은 다른 지역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수원동부교회에서 확진자 2명이 추가됐고, 경기 군포·안양시에선 지난달 25~27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목회자 가족 일행 9명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12개 교회 25명이 다녀왔다고 한다.

5월 이후 종교행사 및 모임 관련 코로나 19 발생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일 오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노루목어린이공원에서 산본1동 경기행복마을관리소 방역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경기 안양·군포 소재 교회 목사·가족·관계자 등 9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뉴스1

이와 별도로 전날 방역 당국 공개한 종교시설 발(發)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도 4건이 더 있다.

최근 2주(5월16~30일)간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 12건 중 종교시설과 관련된 것만 4건이다. 경북 구미 엘림교회와 원어성경연구회, 한국대학생선교회, 구리 일가족(강남 동인교회발 감염) 등이다.

구미 엘림교회에선 총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원어로 된 성경을 공부하는 종교모임인 원어성경연구회 확진자는 현재까지 14명이다.

특히 원어성경연구회 확진자는 서울·경기 교회 5곳(서울 양천구 은혜감리교회, 서울 도봉구 은혜교회, 서울 노원구 라파치유기도원,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우리교회, 경기도 의정부시 주사랑교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각 교회에서 모인 참석자들 사이에 감염이 발생하며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관련 확진자 중 70세 남성 1명은 지난달 24일 사망했고, 80대 여성은 위중한 상태라고 방역 당국은 밝혔다.

정 본부장은 원어성경연구회 관련 사망자를 언급하며 “수도권 지역은 감염위험이 낮아질 때까지 성경공부, 기도회, 수련회 등 대면모임을 하지 않고 비대면 모임으로 진행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65세 이상 어르신,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특히 모임에 나가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서울 종로구 한국대학생선교회 관련 확진자도 총 9명으로 불어났다. 이 선교회의 첫 환자를 통해 선교회 동료, 강남 지역 교회 목사가 감염됐고, 선교회 동료를 접촉한 가천대학교 학생까지 3차 감염이 발생했다.

교회 감염이 속출하는 원인을 두고 교회 모임이 다른 사교 모임에 비해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이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교회활동 중 소규모 집단에서 하는 모임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다”며 “예컨대 성가대에서 성가연습을 하거나 성경공부를 위해 모이는 작은 규모의 집회에서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2m 거리두기나 마스크를 착용, 모임 대상자들이 명부를 작성하는 것 등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대규모 정기 예배를 하는 교회도 있지만 상당수의 교회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회 감염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지난달 초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며, 사회 전반적으로 방역 수칙이 느슨해진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제했던 각종 소규모 모임이 지난달부터 재개되며 수도권 발병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교회 소모임을 비롯해 부천 라온부페 돌잔치 등이 그런 예”라고 말했다.

이날 인천 개척교회의 마스크 미착용 사례는 같은 지역에서 모범적으로 방역 수칙을 지킨 교회 사례가 있던 점에 비춰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수칙만 잘 지키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이태원 클럽 발 확산 사태 당시 코로나19에 걸린 인천 학원강사가에 감염된 고등학생 2명이 다녀간 인천 팔복교회, 온사랑장로교회의 경우 발열 검사, 마스크 착용, 한 칸씩 띄어앉기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해 700여 명의 신도 전원이 음성 판정이 나온 바 있다.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코로나19 확진자인 학원강사와 관련된 중고생 확진자들이 다닌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한 교회의 지난달 14일 모습. 하지만 이 교회는 방역 수칙을 모범적으로 준수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교회 모임의 경우 부흥회만 해도 2~3시간 만나게 되고, 접촉 정도도 일반 사교모임에 비해 훨씬 가깝다”며 “방역 당국이 당분간 모임을 자제토록 하는 등 종교계와 함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지역사회 감염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현재 상황에선 대구 신천지교회 같은 집단 발병이 수도권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민정 기자, 인천=최모란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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