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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포인트] 불곡산에는 아직도 임꺽정이 살고 있다 '양주 불곡산'

마운틴TV 입력 2020.06.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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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날씨로 야외 활동을 하기 좋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타인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지는 요즘이다.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생활습관도 생기고 평소 산을 찾지 않는 20, 30대 사이에서도 산을 올라서 산 정상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중장년층의 운동이라 생각했던 등산이 젊은 층에도 인기를 끈 것은 한동안 침체되어 있던 아웃도어 업계에는 반가운 일이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주중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주말에 산을 찾는 이들에게는 뜻 밖의 등산로 정체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땐 서울에 있는 산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서울 인근의 산을 찾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갈 수 있는 불곡산은 양주역에서 갈 수 있다.

불곡산은 469m의 비교적 낮은 산으로 한 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북한산 백운대(836m)와 비교하면 실망할 수 있다. 불곡산은 대동여지도에 '양주의 진산'이라 나올 만큼 능선을 따라 경험할 수 있는 암릉과 함께 악어 바위, 코끼리바위, 펭귄 바위, 물개바위 등 기암괴석[奇巖怪石]을 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산이다.

불곡산을 찾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들머리는 양주역에서 10여 분 걸어서 갈 수 있고, 주차가 가능한 양주 시청에서 출발하는 코스다. 등산객 대부분이 불곡산 시작을 양주 시청에서 출발하기에 주말에는 서울에 있는 산 못지않은 정체가 있을 수 있다. 양주 시청에서 출발하여 같은 방향으로 산행코스를 잡기보다는 양주역에서 버스를 타고 대교 아파트에 내리면 좀 더 여유로운 산행이 가능하다.

초록빛 가득한 완만한 숲길을 따라가다 보니 특이한 산불 조심 표어를 보게 된다. '불곡산에는 임꺽정이 살고 있다. 옛날부터 아직까지 산불 조심하며 살고 있다.'

1996년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임꺽정과 연관된 지역을 생각하면 임꺽정이 보물을 숨겼다고 알려진 연천 포석정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임꺽정은 조선 중기 양주 출신의 백정으로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는 지배층에 대한 의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은 조선의 3대 도적으로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임꺽정을 꼽기도 했다.

불곡산에는 임꺽정봉도 있고 임꺽정이 태어난 생가 터에 '임꺽정 생가 보존비'도 있기에 이제는 임꺽정을 떠올릴 때면 연천 고석정이 아닌 양주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예전부터 짐승이 많아서 이름 붙여진 김승골 쉼터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라 할 만큼 임꺽정봉까지 경사가 가팔라진다. 비 소식이 있긴 했지만 계단을 오르기 전까지 보였던 하늘이 온통 회색으로 바뀌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산에서는 여름이라 하더라도 비가 오면 체온이 떨어질 수 있어 방수가 되는 재킷과 바람막이는 항상 등산배낭에 챙겨야 한다.
임꺽정봉은 불곡산의 주봉인 상봉보다 더 인기 있는 사진 찍는 장소이다.

임꺽정을 하면 떠오르는 괴력 탓인지 재미있는 포즈로 임꺽정봉 앞에서 사진 찍는 등산객을 보는 재미도 있다.

임꺽정봉에서 불곡산 정상인 상봉을 가기 전에 고민을 하게 된다. 불곡산의 기암괴석 공깃돌 바위, 코끼리바위 악어 바위를 보기 위해서는 주봉과 반대 방향으로 5백여 미터를 돌아가야 한다.

불곡산 산행의 백미인 기암괴석들을 보기 위해서 정상의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맨 처음 만나게 되는 바위는 공깃돌 바위이다. 괴력을 가진 임꺽정이라면 모를까 들어볼 엄두도 못내는 공깃돌 바위를 손 위에 살포시 올려본다. 공깃돌 바위를 뒤로하고 다음에 나타난 기암괴석은 코끼리 바위이다. 풍화 현상으로 구멍이 뚫린 바위가 코끼리 몸통과 코처럼 나뉘어있기에 얼핏 보면 코끼리처럼 보였다.

공깃돌 바위, 코끼리 바위도 유명하지만 불곡산에서 가장 유명한 기암괴석은 역시 악어 바위이다. 비가 와서 미끄러운 바위 탓에 동요 악어떼의 가사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떼가 나올라 악어떼!'의 악어를 만나듯 엉금엉금 가야 할 만큼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히 걸어서 악어 바위를 만났다. 기반암이 양파껍질 모양으로 벗겨지면서 만들어지는 박리와 절리 현상으로 만들어진 악어 바위는 상상력 풍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눈에 악어라 생각이 들 정도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500m 정도 돌아왔지만 악어 바위를 안 보고 정상을 갔다면 아쉬울뻔 했을 정도로 신기한 모습이었다. 악어 바위를 본 뒤 이제 불곡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 재촉했다.

약간 쌀쌀하긴 했지만 방수 재킷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걷는 빗속 산행은 상투봉을 가는 바위 능선에서 양주의 경치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오히려 주변이 안 보이기에 앞으로 뻗어있는 바위 능선에는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

상투봉을 지나서 불곡산 정상 상봉까지 가는 길에는 두 손 두 발을 다 사용해서 올라가야 하는 구간을 만나게 된다. 성인 남자도 힘들게 걸어야 하는 길이지만 친구인 듯 보이는 중년 여자 등산객들은 서로 깔깔거리며 구간을 지나는 모습을 보니 가정에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렸던 그들의 이름을 산에서 찾은 것 같았다.
불곡산 주봉 상봉에 도착하니 한 치 앞도 안 보일 만큼 끼어있던 안개가 걷히고 하늘이 열리면서 불곡산의 능선과 양주 시내 전체를 볼 수 있었다.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곳에 돌을 쌓는 작은 산성인 보루성을 고구려 시대에 능선을 따라 9개를 쌓았는데 그중 주봉인 상봉은 6보루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양주 시청 방향이 하산길인 덕분에 상봉을 지나서는 다른 등산객을 마주치지 않고 여유롭게 숲길을 걸을 수 있었다. 오랜만의 봄비를 맞으며 즐겁게 우중 산행했지만, 날이 맑은 날 불곡산의 풍경을 보기 위해 다시 찾고 싶다.

제공 = 국내유일 산 전문채널 마운틴TV (명예기자 김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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